울산의 ‘4차 산업혁명’ 마중물 (하)
울산의 ‘4차 산업혁명’ 마중물 (하)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7.08.01 1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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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화학, 자동차, 조선해양산업 등 제조업이 주축인 울산이 제4차 산업혁명을 대처하는 전략은 다른 지역과는 크게 차별화돼야 한다. 지금 울산의 버팀목은 석유화학산업이다. 미래에도 마찬가지이다. 그러면 격변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 화학은 어떤 역할을 할 것인가. 화학은 핵심적인 제품 및 산업의 기반이 될 뿐만 아니라 그 자체로 4차 산업을 이끌어갈 것으로 보인다.

산업혁명은 곧 소재혁명이기 때문이다. 우선 4차 산업혁명에서 주된 역할을 하는 스마트팩토리, 자율주행,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3D 프린터 등은 모두 화학에 기반하고 있다. 한 예로 3D 프린터에 들어가는 재료는 폴리스트린, 나일론, 원유 형태의 플라스틱 등 화학소재가 대다수를 차지한다.

또한 화학공장의 생산성 및 리스크 관리, 제조 시뮬레이션, 공급사슬 계획, 신제품 R&D 등에서 4차 산업혁명을 적용하여 석유화학산업 자체를 혁신하고 그 성과가 4차 산업혁명을 이끄는 원동력이 되도록 해야 한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의 근원지인 독일이나 미국, 일본 등 제조강국과는 상이한 울산의 산업구조나 기술현황에 맞는 맞춤형 대응전략을 마련하여야 한다. 독일은 탄탄한 제조기반을 강점으로 ICT 융합을 통한 생산의 전자동화를 목표로 하였고, 반면 미국은 최첨단 IT(S/W, 빅데이터) 기술력과 풍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기업 주도의 제조혁신 생태계 조성에 중점을 두었다. 즉 독일, 미국 등이 첨단 제조기술과 ICT의 경쟁우위에 기반을 두고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나 울산은 현재 가지고 있는 인프라나 여건에 따라 그 대응전략은 크게 다를 수밖에 없다.

특히 울산은 대기업 중심으로 편협되어 있는 산업구조가 중소기업을 더욱 어려운 상황으로 내몰고 있다. 과거 대기업에 종속되어 있던 갑을 관계를 혁파하지 않고선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중소기업이 한 단계 계속 성장할 수 있도록 동반자적 관계로 변신해야 한다. 중소기업이 4차 산업혁명 대비에 손을 놓고 있는 이유는 기술적으로 어렵다고 생각하거나 회사에 어떠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지 모르기 때문이다. 대기업이 조금만 도와주고 국가 보조금을 잘 활용하면 얼마든지 스마트공장으로 전환이 가능하다.

최근 문화체육관광부 정책여론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중소기업들은 스마트공장에 대한 인식이 높고(70%), 스마트공장 도입에 긍정적(74%)이며, 스마트공장 구축에 대체로 만족(81%)하는 등 첨단 제조업으로의 출발은 늦었지만, 전반적인 전환은 빠르게 달성할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정부는 이에 앞서 모듈화된 테스트베드 등을 개발하여 중소기업이 보다 쉽게 스마트공장으로 전환할 수 있는 기술적인 기반을 마련해 주는 것이 꼭 필요하다. 이번 새정부에서 새롭게 청에서 부로 승격된 중소벤처기업부에 거는 기대가 큰 이유다.

현재는 제조기업의 영세성, IT 도입 저조 등으로 인해 현장기술자 위주의 고용구조가 주류이나, 미래에는 스마트공장 확산에 따라 제조현장에서 생산뿐만 아니라 IT 관련 전문지식 및 실무역량을 고루 갖춘 창의융합형 인재 수요가 증가할 것은 자명하다.

로봇, 센서 등 기반산업의 시장 확대로 신산업 분야 중심의 새로운 고부가가치 일자리의 대거 창출이 예상된다. 앞으로 울산은 청년들에게 필요한 4차 산업혁명 기반산업 분야의 새로운 일자리를 만드는데 보다 많은 노력이 요구된다. 기반산업의 개별경쟁력 강화를 위해 솔루션, 로봇, 센서, 컨트롤러 등 분야별 전문인력을 양성하기 위한 집중 지원이 절실한 때다.

4차 산업혁명의 등장으로 가장 주목받는 국가는 단연 독일이다. 독일 경제가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유지하는 것은 제조업 경쟁력에서 나온 결과물이다. 그리고 그 배경에는 마이스터(장인)를 양성하는 독일식 직업교육 제도가 있다. 독일 실업률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최저인 5.7%다. 또 독일의 대학 진학률은 한국의 3분의 1에 불과하다. 하지만 마이스터는 기술자를 존중하는 독일 사회의 상징적인 존재다. 도제 학습을 통해 마이스터 반열에 오르면 사회에서 충분한 대우를 받는 풍토가 마련되어있다. 우리나라도 우수한 청년들이 무작정 대학을 나와 대기업으로 가는 관행보다는, 특성화고나 마이스터고 및 전문대에서 직업교육을 성실히 받은 학생들이 충분히 우대받는 사회가 하루 빨리 다가오길 소망한다.

<이동구 한국화학연구원 화학산업고도화센터장, RUPI 사업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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