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다섯 여학생이 바라본 세상
스물다섯 여학생이 바라본 세상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7.08.01 1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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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에 친지 어르신을 피하는 이유는 “취직은 했니?”, “결혼은 언제 하니?” 등의 질문을 듣기 싫어서다. 하지만 우리끼리 또래 친구들을 만나면 첫 대화는 십중팔구 “○○가 대기업에 붙었대”로 시작한다. 어느 때부턴가 모든 대화의 주제가 취업으로 바뀌었다. 우리가 치열한 취업 준비 중에 있는 건 사실이며 엄연한 현실이기 때문에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하지만 IMF 시절보다도 취업률이 떨어진 현실 앞에선, 친구들과 취업 얘기를 나누면서 현 사회를 비판하며 스트레스를 풀기도 한다.

대학에 들어와 고학년이 되어갈수록, 또 대학원에 진학하여서도 “왜 꼭 취업을 해야 할까?” 그리고 “왜 꼭 대기업이나 공기업, 전문직을 가져야만 할까?”라는 의문이 생겼다. 의문을 따라 거슬러 올라가다보면 ‘행복한 가정을 이루기 위해’ 또는 ‘남들에게 뒤쳐지지 않고 살기 위해’라는 답을 만난다. 훗날 내 자식이, 우리 가족이 남들과 비교되지 않고 비슷하게 살아가기 위해서는 의식주를 비롯해 문화생활에 많은 돈이 들게 된다. 20대 후반 또는 30대 초반의 나이로 결혼할 때, 먼저 집을 장만해야 하고, 가족들을 제대로 먹이고 입히기 위해서도 많은 돈이 필요하다. 부모님 세대와 마찬가지로, 우리 세대도 역시 돈이 우선인 세상에 살고 있는 것이다.

아직은 대학원생이라는 학생 신분으로서 취업전선에 뛰어든 적은 없다. 곧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할 취업 시점에서 많은 뉴스를 통해서, 또 주변 친구들로부터 듣는 얘기는 항상 부정적인 얘기들뿐이다. 특히 여자라는 이유로 이공계열에서는 남자에게 많이 치우쳐있는 것도 사실이다. 여자이기 때문에 육아휴직과 같은 복지제도가 잘 정착되어 있는 회사를 찾다보면 결국 마지막 목표는 대기업이 되고 만다. 일자리 양극화가 빚어낸 이 부조화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안타깝다. 전도유망한 중소기업이나 벤처기업에서 창의적인 업무를 하고 싶은데 현실과는 너무 거리가 멀다.

어쩔 수 없이 대기업에 들어가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 요즘 학생들은 기본적으로 학점, 토익, 자격증, 스피킹, 대외활동 등 스펙이 탄탄하다. 어느 정도 기본을 갖춘 학생들은 자기소개서를 준비한다. 다들 속마음으로 “정말 읽어보려나?” 하면서도 쓰고 또 쓰고 열심히 준비한다. 운 좋게 1차에 붙으면 다음엔 인성, 적성 시험에 목숨을 건다. 그 두꺼운 책을 2~3번을 보고나서 또 운 좋게 패스하면 면접 준비를 한다. 압박면접과 임원면접 등 여러 차례 면접을 거쳐 드디어 승자와 패자로 갈린다.

심지어 이 또한 이공계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문과 출신 학생들은 80~90%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또한 공대를 졸업하고 다른 일을 하고 있는 친구들도 많다. 그 친구들에게 “왜 공대를 왔니?” 물어보면 자기의지보다는 “취업이 잘 되어서”라고 대답한다. 부모님은 “공부하라”는 말을 한 적이 없다. 또한 하고 싶은 일은 다 시켜주었다. 하지만 우리 세대는 자신이 정말 하고 싶고 적성이 맞는 일을 찾기보다는 어디로 가야 취업이 잘 되고 돈을 많이 버는지를 계산하고 있었던 건 아닌가 싶다. 많이 반성해야 한다. 나는 하고 싶은 일이면서 잘 할 수 있는 일 중에서 가장 취업이 잘 되리라 희망하는 공업화학을 전공으로 선택하였다. 그러나 자기가 하고 싶은 걸 포기하고 다른 길을 선택하는 친구도 많은 게 안타깝다. 아직 경험이 많지 않은 너무 어린 나이에 진로를 선택하게 되어 생긴 오류일 게다. 조금만 세상이 더 기다려줬다면, 정말 하고 싶은 것을 하기 위해 먼 길을 돌아가지 않아도 될 텐데.

공정한 경쟁사회는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모든 일에 장단점이 있듯이 우리 역량을 향상시킬 수도 있고 경쟁력을 높일 수도 있다. 하지만 현대사회에서 취업을 하지 못한 청년에 대한 시선은 매우 따갑다. “요즘 뭐하고 지내니?” 이 한마디가 취업준비생에겐 주사바늘처럼 아프다. 20년 전 일자리가 넘치던 시절을 살아온 어른들 중에는 요즘 취업을 못하는 청년을 이해 못하는 분도 있다. 최근 취업시장에 대해 관심이 없어 그럴 수도 있다. 조금만 더 관심을 가지고 취업하지 못한 청년들에 대한 인식을 바꾸면 좋겠다. 그 버거운 무게를 짊어지고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청년들을 응원하고, 함께 해결방안을 찾아가는 따뜻한 대한민국 사회가 되면 좋겠다. 모두 힘을 내자!

김수현 부경대 대학원 공업화학과 2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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