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키지 해외여행의 ‘진실’
패키지 해외여행의 ‘진실’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7.08.01 1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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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88올림픽이 끝난 이후 1989년 1월부터 해외여행이 자유화 되었다. 필자가 어렸을 때만 해도 해외여행을 다녀온다는 것은 언감생심(焉敢生心)이었다. 지금처럼 복수여권이 아닌 단수여권이었고 무엇보다도 돈이 없으니 해외여행이라는 것을 꿈도 꿀 수 없었다. 그러한 이유와 서양물건이란 호기심 때문에 양담배와 밀수(密輸)란 돈벌이가 호가(好價)를 쳤는지도 모를 일이다.

TV홈쇼핑에서 알뜰한 가격을 내세운 패키지 해외여행 상품 광고를 보면 왠지 솔깃해진다. 하지만 주의가 필요하다. ‘싼 게 비지떡’이란 말도 있듯이 피해를 보지 않으려면 소비자 스스로 주의가 필요하다. 추가 비용을 속이고 무늬만 저가인 상품을 판매하는 홈쇼핑과 여행업체들의 꼼수 마케팅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먼저 저가 상품을 쉽게 포기하지 못하는 여행사 간 가격경쟁 구도와 대형 여행사와 소형 여행사. 그리고 가이드로 이어지는 하도급 구조가 본질적인 부분이다. 여행업은 사업 방식에 따라 도매, 소매, 직판으로 나뉜다. ‘도매’는 여행 상품을 만들고, ‘소매’는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형태이고 마지막 ‘직판 여행사’는 상품 기획부터 판매까지 모두 해결하는 여행사로 보면 된다. 하나투어나 모두투어 같은 여행사가 대형 여행사, 노랑풍선, 참좋은여행, 인터파크투어 같은 여행사가 직판 여행사인 셈이다.

그리고 소비자가 잘 모르는 현지 여행사인 ‘랜드사’가 있다. 상품 기획과 진행, 가이드 선발과 운용은 모두 랜드사 소관이다. 결국 국내 여행사는 여행객을 모집해 보내면 끝이다. 현지에서는 랜드사가 다 알아서 진행한다. 한국의 여행사는 여행사가 아니라 비행기 좌석판매 대행업체인 셈이다.

소비자가 결제한 여행비용은 국내 여행사가 일부를 갖고 나머지를 항공료나 일부 숙박비 등 여행경비로 쓴다. 하지만 저가 상품은 이 과정에서 대개 적자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애시 당초 랜드사는 이런 적자를 떠안고 행사 진행을 시작한다. 그래서 즐거워야 할 여행에 쇼핑과 옵션이 덕지덕지 붙는다.

한국에서 손님을 모집하는 여행사는 ‘갑’의 위치에 서 있고, 그 손님을 받는 현지 여행사(랜드사)는 ‘을’의 위치에 놓여 있다. 그리고 랜드사를 통해 일을 받는 한인 가이드들은 ‘병’의 위치에 몰릴 수밖에 없다. 지상비가 거의 없는 ‘제로투어(zero tour)’에서 랜드사와 한인 가이드들이 수익을 내는 방법은 쇼핑, 그리고 옵션으로 불리는 선택관광 뿐이다. 미리 연결된 쇼핑센터와 관광지에서 커미션(수수료)이 나오면 이 돈으로 ‘메꾸기’가 진행된다. 그 이윤은 가이드와 랜드사가 5:5로 나눠 갖는다.

하지만 우리가 일반적으로 쓰는 ‘메꾸기’란 단어에 공포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있다. 이른바 ‘패키지 해외여행’에서 만날 수 있는 한인 가이드가 그들이다. 우리가 ‘왜 이렇게 싸?’라고 생각하며 무심코 선택한 ‘초특가 상품’은 한인 가이드의 ‘메꾸기’가 있기에 가능한 상황이다. 그러한 이유로 패키지여행이 시작되는 순간 손님이 돈으로 보일 수밖에 없다.(손님=돈)

최근에는 이런 불편을 줄여보고자 하는 노옵션, 노팁 상품도 많이 등장했다. 이는 모든 옵션이 가격에 포함된 상품이라는 뜻이다. 여행지와 코스가 비슷한 특가 패키지 옵션 상품과 비교하면 노옵션 상품이 약간 비싼 편이다. 노옵션 상품으로 불편함과 바가지요금을 피할 수 있다면 마다할 이유가 없겠지만 막상 여행을 시작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가이드의 메꾸기와 쇼핑 압박은 피할 수가 없는 걸까? 글로벌시대에 걸맞는 해외여행 상품을 기대해 본다.

신영조 시사경제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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