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 나누자는 現重 임원진의 호소
고통 나누자는 現重 임원진의 호소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7.07.27 2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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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여름휴가를 앞두고 현대중공업 임원진이 노조를 겨냥해 고통분담을 호소하는 담화문을 발표했다. 이에 뒤질세라 현대중공업 노조도 경영진에 대한 반발 정서와 계속투쟁 의지를 담은 소식지로 맞불을 놓았다. 시민들의 관심은 이 회사 노사 양측이 지난해와 올해 노사협상을 놓고 힘겨루기를 계속하는 중이어서 그 배경보다 추이에 더 쏠리는 모양새다.

강환구 대표이사를 비롯한 현대중공업 7개 사업부 대표 임원진은 여름휴가 시작 하루 전인 27일 담화문을 내고 “노사가 조금씩 고통을 나누고 힘을 합치면 현대중공업은 반드시 과거의 영광을 재현할 것”이라며 고통분담을 호소했다. 또한 “노조가 하자는 대로 해서 회사를 살릴 수 있었다면 당연히 그랬을 것이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회사를 위한 길이 무엇인지 정신 똑바로 차려야 하고, 모두를 어렵게 만드는 일은 그만둬야 한다”며 노조를 나무라기도 했다. 26일의 이사회에서 의결한 호텔현대 매각에 대해서는 “채권단의 자구계획 이행과 회사를 살려야 한다는 절박함에서 이뤄진 결정”이라 했고, ‘사업 분할’ 결과에 대해서는 “노조의 예상과 달리 그 효과가 서서히 나타나고 있고, 현대중공업에도 곧 나타날 것”이라는 주장을 폈다.

그러나 백형록 노조위원장의 대응은 경영진의 호소와는 거리가 멀었다. 백 위원장은 27일자 중앙쟁대위 소식지를 통해 “이유 여하를 불문하고 협상을 휴가 전에 마무리 짓지 못해 동지들을 뵐 면목이 없다”면서 “모두를 위한 싸움, 휴가 뒤에도 결코 멈출 수 없다”는 말로 강경대응 의지를 밝혔다. 그러면서 “회사는 휴가 앞까지 적반하장으로 기본급 20% 반납과 상여금 월할(月割)을 요구했다”며 비판했다. “노동탄압을 주도한 경영진에 대한 국정감사도 추진하겠다”며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현대중공업 노조의 아픔을 모르는 바 아니다. 그러나 국내외 상황과 회사 안팎의 사정이 1년 전과는 엄청나게 달라졌다. 노조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사업 분할’은 이미 기정사실이 됐고, 임원진 담화에서도 읽을 수 있듯 사측의 태도는 이전처럼 고분고분하지도 않다. 노조는 원론적 명분론만으론 ‘고통분담’을 앞세운 사측의 철옹성 논리를 뚫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현실을 지금이라도 직시하면 어떨까. 전체 조합원들의 실익을 위해 때론 일보 후퇴할 줄도 아는 유연한 전략전술 구사가 아쉽고 절실한 것 같아서 건네는 조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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