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퀴달린 여행가방은 ‘더하기’가 기본
바퀴달린 여행가방은 ‘더하기’가 기본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7.07.25 2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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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인 휴가철이 시작되면서 국내나 해외로 떠나는 분들이 많다.

국내거나 해외거나, 아니면 기차를 타든 비행기를 타든, 목적지와 교통수단에 상관없이 여행길에 떼어놓을 수 없는 단짝이 있다. 바로 바퀴 달린 여행가방, 캐리어다. 일상적으로 공항 출국장에서 바퀴를 굴리며 캐리어를 끌고 갈 때 비로소 여행의 설렘과 즐거움이 시작된다고 보면 된다. 캐리어는 여행에 필요한 짐을 정리하기 편하고 내용물이 무거워도 쉽게 끌고 다닐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바퀴는 인류 최고 발명품 중 하나다. 가장 오래된 바퀴는 메소포타미아 유적에서 발견된 통나무 원판 전차용 바퀴로 기원전 3천500년 것으로 추정된다. 그렇다면 바퀴 달린 여행가방은 언제 나왔을까? 가방에 바퀴를 단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1970년 10월에 첫선을 보였으니 이제 47년이 된 셈이다. 가방업체 사장이던 버나드 섀도라는 사람이 가족과 해외여행을 다녀오다 아이디어를 얻게 됐다. 아내와 아이들 가방까지 둘러메고 힘겹게 공항을 걸어가던 그의 눈에 띄는 것이 있었다. 공항에서 짐꾼들이 사용하는 바퀴수레를 보고 ‘유레카’를 외쳤다. 2천년 만에 숨겨진 바퀴와 가방을 ‘더하기’로 찾은 것이다.

집에 돌아온 그는 ‘롤링 러기지’라는 이름으로 바퀴 달린 여행가방을 만들었다. 특허 등록한 여행가방은 가로로 눕혀서 줄로 끌고 다니던 형태였다. 기발한 발명을 했다고 생각한 그는 상품화를 위해 뉴욕시 백화점들을 헤매고 다녔지만 모조리 퇴짜를 맞았다. 절망에 빠졌던 그는 마지막으로 메이시백화점 부사장을 찾아가 자신의 발명품을 보여줬다. 그는 바퀴 달린 가방의 실용성을 한눈에 알아봤다. 퇴짜를 놓았던 구매담당자를 당장 불러들였다. 바퀴 달린 가방이 흔하고 평범한 필수품이 되는 순간이었다.

여행가방이 세로로 직립해 조절 가능한 길이의 핸들을 갖추기까지는 20년의 세월이 더 필요했다. 두 바퀴의 기다란 가방을 기울여 핸들로 끌고 다니는 오늘날의 상징적 이미지는 여행산업을 혁명적으로 뒤바꾼 미국 노스웨스트 에어라인의 파일럿 밥 플래스가 고안한 것이다.

오로지 완력만으로 중력을 거슬러야 했던 네모난 상자가 네 바퀴를 달게 된 이후, 여행가방은 점점 커지는 확장일로의 추세에 있다. 세웠을 때의 높이를 기준으로 20인치가 기내 반입이 가능한 캐리온 사이즈의 마지노선이다. 24인치 이상은 수하물용인데, 요즘은 24인치에서 28인치로 대세가 옮겨가고 있다.

여행의 즐거움을 구성하는 8할은 떠나기 전의 ‘설렘’이다. 나머지 2할이 돌아온 후의 아련한 ‘추억’이다. 떠남의 설렘과 동의어인 여행가방의 역사는 스티머 트렁크(steamer trunk)가 시대를 풍미한 19세기에 시작된다. 그 이전에도 트렁크는 존재했으나, 배의 침대칸 밑에 쏙 들어가는 납작한 여행가방으로 트렁크의 형태가 변화한 것은 증기선이 보편화한 19세기다.

철도 시대의 도래로 여행가방은 기차의 짐칸에 쉽게 올려놓을 수 있도록 손잡이가 달린 길고 평평한 수트케이스로 무게중심이 이동한다. 그리고 1930년대 상업비행의 시대가 열리면서 수트케이스는 더욱 폭발적으로 수요가 증가했다.

일과 삶의 균형을 위한 여행의 기술은 여행가방에 달렸다. 단벌로 버티며 온종일 관광지를 돌아다니던 극기체험 식의 여행 패턴에서 다양한 현지 문화 체험 위주로 여행의 양상이 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더 많은 짐을 넣을 수 있는 더 가벼운 가방은 여행의 시대적 사명이란 생각이다.

신영조 시사경제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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