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鯨)·용(龍)·학(鶴)이 공존하는 ‘울산중심 행복남구’
경(鯨)·용(龍)·학(鶴)이 공존하는 ‘울산중심 행복남구’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7.07.24 2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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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鯨)·용(龍)·학(鶴)은 고래, 용, 학을 각각 의미하는 한자어다.

경(鯨)은 수컷 고래다. 암컷은 예(?)라 쓰며 함께 경예(鯨?)라 부른다. 상징적 사자의 암수를 산(?·♂)과 예(猊·♀)로 각각 부르는 것과 같은 사례다.

용(龍)은 물을 관장하는 수신으로 상상적 동물이다. 학(鶴)은 부창부수(夫唱婦隨)로 일컬어지는 화합의 상징 새로 인식된다.

조선왕조실록에는 '경예'란 단어가 총 81건 실려 있다. 경예를 두고 생물학적, 인문학적 표현을 달리 하고 있다. 실록의 경예는 작은 물고기를 잡아먹으므로 악인·역적·괴수를 가리키는 표현이 중심을 이룬다.

용은 바다든 강이든 물에 산다. 동해용왕, 서해용왕, 남해용왕, ‘개천에서 용 났다’ 등의 표현에서 알 수 있다. 학은 습지가 서식지다. 소나무에 앉고 둥우리를 짓는다는 표현은 상징적 표현이다.

고래와 용 그리고 학은 각각 춤을 춘다. ‘칭찬은 고래를 춤추게 한다’라는 표현에서 느낄 수 있다. 용춤은 널리 알려진 춤이다. 동해용왕과 아들 일곱용이 헌강왕을 찬덕하여 정변에서 악기를 연주하고 춘 춤이 바로 용춤이다. 어변성룡(魚變成龍)이란 사자성어는 잉어가 변화하여 용이 됐다는 의미다. 변화는 미래지향적이다. 학은 아예 ‘춤 잘 추는 학두루미’로 표현한다. 울산에는 ‘울산학춤’이 있다.

경(鯨)·용(龍)·학(鶴)은 모두 탈 수 있는 기승물(騎乘物)이다. 중국 당나라 현종 때 시인 이백이 고래를 타고 하늘로 갔다는 설화가 전한다. 경북 상주 남장사 극락보전 내부 전각의 왼쪽 내벽, 천장과 맞닿는 자리인 포벽 부분에 ‘李白騎鯨上天(이백이 고래 타고 하늘로 가다)’라는 그림 제목 아래 이백이 고래를 타고 가는 그림이 있다.

불교문화에서 용은 보살이 타고 다니는 기승 동물이다. 용두(龍頭)관음이 주로 타고 다닌다. 사찰의 벽화에서 해수관음기용도(海水觀音騎龍圖)를 찾을 수 있다.

학은 학가(鶴駕)로 신선이 주로 타는 기승물이다. 생학(笙鶴)이라고도 부른다. 이때 생은 학의 울음소리가 생황(笙篁)의 소리와 유사하다 하여 그렇게 부른다. 백거이(白居·772∼846易)와 왕자교(王子喬)는 흰 학을 타고 생황(笙簧)을 불면서 공중을 날았다고 한다.

울산의 계변천신 설화의 중심에는 계변의 천신이 온전한 금신 상을 모신 쌍학을 타고 신두산에 내려 지역민의 수록(壽祿)을 주창한 내용이 있다.

경(鯨)·용(龍)·학(鶴)은 모두 고기를 이용한다. ‘서울내기, 다마내기, 맛 좋은 고래 고기’는 모두 ‘기’로 끝나는 말의 연속성 놀이지만 지나칠 수 없는 것은 ‘고래 고기가 맛이 있다’는 사실이다.

용 고기는 금시조(金翅鳥)가 좋아하는 먹이다. 불경에 나오는 금시조는 신화적 상상의 새로 금빛 날개를 달고 있으며 입에서 불을 내뿜고 용을 잡아먹는다고 한다.

신효거사는 어머니의 공양을 위해 학 사냥을 했다. 『삼국유사』「대산오류성중」조에는 신효거사가 어머니를 봉양하기 위해 다섯 마리 학을 발견하고 활을 쏘는 내용을 찾을 수 있다.

장생포는 우리나라 고래잡이 근거지 중 하나이다. “러시아〔俄羅斯〕사람 ‘헨리 게제린그’에게 경상도(慶尙道) 울산포(蔚山浦), 강원도(江原道) 장진포(長津浦), 함경북도(咸鏡北道) 진포도(陳布島)를 고래잡이 근거지로 허락해 주었다.(二十九日許露國人헨리게제링구捕鯨根據地於慶尙道蔚山浦江原道長津浦咸鏡北道陳布島)” 고종 36년(1899년 대한 光武 3년) 러시아 사람 헨리 게제린그에게 고래잡이를 허락했다는 내용의 고종 실록에서 인용했다.

용(龍)·학(鶴)은 임금과 신하를 상징한다. 우리나라에서 용은 임금을 상징한다. 곤룡포를 입고 용좌에 앉는다. 학은 올곧은 신하를 상징한다. 당상관의 쌍학, 당하관의 단학흉배로 정해 두었다.

현재 울산 남구청(청장 서동욱)은 ‘울산중심 행복남구’를 지향하고 있다. ‘고래축제’, ‘처용축제’와 더불어 시의적으로 ‘학 축제’에 관심을 두고 있다. 송호(松壕) 류정(柳汀, 1537~1597)의 시 '養鶴’(=학을 기르다)은 이를 확실히 뒷받침해 준다.

“학은 본디 넓은 습지에 있거늘(仙禽自九皐) 어찌하여 송호(松壕)와 짝이 되었는가?(何事伴松壕) 아름다운 새장에서 기르는 법을 알 수만 있다면(能識雕籠養) 고개의 달빛 속으로 높이 날아가지 않으리.(不飛嶺月高)” 그는 부친을 따라 울산에 정착했다. 류정의 시를 통해 16세기 후반 울산에서도 학을 길렀음을 알 수 있다. 현재 남구의 행정구역이 과거에는 넓은 습지였고 학의 서식지였다. 남구청이 학의 생태환경 조성과 학 문화 콘텐츠 개발과 발전, 그리고 확대에 힘쓰는 것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김성수 울산학춤보존회 명예회장, 조류생태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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