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단상] 안전품격 울산교육
[교육단상] 안전품격 울산교육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7.07.23 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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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장님! 숙직 경비원입니다. 방금 강당 천정에 있는 큰 조명등이 떨어지는 사고가 났습니다.” “다친 사람은요?” “없습니다. 배드민턴클럽 회원이 크게 다칠 뻔 했습니다.”

나는 퇴근 후 집에서 경비원의 다급한 전화를 받았다. 처음 겪는 추락사고 소식에 많이 놀랐고 다친 사람이 있는지부터 물었다. 천만다행이었다.

야간에 강당을 빌려 배드민턴을 치는 회원들이 운동을 시작하려고 네트를 막 설치하는 순간 천정 조명등이 ‘쿵’ 하고 굉음을 내면서 떨어져 산산조각 났다고 했다.

떨어지는 아래에 사람이라도 있었더라면 큰 사고로 이어질 뻔 했다. 생명이 오가는 아찔한 순간이었음을 직감한 나는 교육청 학교시설단에 조명등 추락사고 발생 사실을 유선으로 알렸다.

그리고 우리학교 시설전담팀인 BTL회사 측에 조속한 수리를 요청하는 공문을 발송한 후 일주일간 강당을 폐쇄시켰다. 추락사고의 원인은 조명등을 고정하고 있는 와이어가 끊어졌기 때문이라고 판명이 났다.

나는 사고가 발생한 조명등 이외에 다른 조명등도 모두 새로운 와이어로 교체해 달라고 요구했다. 강당에 올라가 조명등 와이어 교체 공사를 가까이서 지켜봤다. 공사업체 직원이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의 긴 정사각형 사다리의 맨 위층으로 올라가 작업을 했다.

조명등 와이어 교체가 하나 끝나면 바닥에서 보조해주는 사람이 바퀴달린 대형 사다리를 다음 조명등 위치로 옮겨주었다.

행여 작업자와 보조자의 호흡이 잘 맞지 않으면 순식간에 위험해질 수도 있는 고강도 작업이었다. 모두 16개나 되는 고천정 조명등 와이어 교체를 무사히 완수하고 공사팀은 철수했다.

그로부터 6개월 후 경주 지진으로 모 학교에서 강당 고천정 조명등 여러 개가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다행히 우리 학교는 미리 조명등 와이어를 새로 바꾸어 놓은 예방적 안전 조치 덕분에 경주 지진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 예방 안전 관리가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얼마 전 학교시설 안전을 책임지고 있는 행정실장을 대상으로 한 안전관리 역량 강화 직무연수를 다녀왔다.

울산교육청 정책관실에서 울산대학교 교원연수원으로 위탁하여 교장, 교감, 행정실장을 대상으로 3년 동안 연차적으로 진행된 연수 프로젝트였다.

부산 119 안전관리센터에 직접 가서 실습교육을 받으며 3일간의 연수는 마무리되었다.

연수가 마칠 때쯤 나는 비장한 각오로 ‘안전’이라는 의식으로 새롭게 무장했다. 안전 품격을 높이기 위하여 울산교육 현장에서 그 누구도 대체될 수 없는 행정실장의 역할을 재정립하는 계기가 된 최적의 연수였다. 안전한 교실에서 공부할 권리가 있는 학생들을 위하여, 안전한 교단에서 가르칠 권리가 있는 선생님들을 위하여, 안전한 학교를 가꾸어갈 권리가 있는 우리 자신들을 위하여 눈 크게 뜨고 한 번 더 학교 시설을 살펴본다면 한층 안전하고 품격 있는 울산교육과 맞닿아 있지 않을까?

<양소빈 농서초등학교 행정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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