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구대암각화‘생태제방안’무산… 보존대책 다시 원점으로
반구대암각화‘생태제방안’무산… 보존대책 다시 원점으로
  • 강귀일 기자
  • 승인 2017.07.20 2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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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경관 훼손 우려” 문화재위 또 부결
市 생태제방안 고수… 갈등 재현 될 듯
대곡천 수위에 따라 침수와 외부 노출을 거듭하고 있는 울산 반구대 암각화(국보 제285호)를 보존하기 위해 제방을 쌓는 방안이 또다시 무산됐다.

문화재청은 문화재위원회가 20일 국립고궁박물관에서 회의를 열어 울산시가 제시한 반구대 암각화 생태제방 축조안을 심의해 부결했다고 밝혔다.

문화재위원회는 심의 이후 부결 이유에 대해 “생태제방의 규모가 지나치게 크고 역사문화환경을 심각하게 훼손할 가능성이 있으며, 공사 과정에서 암각화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문화재위원회가 대규모 토목 공사를 허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함에 따라 반구대 암각화를 보존할 방법은 실질적으로 문화재청이 제안한 사연댐 수문 설치만 남게 됐다.

하지만 울산시는 사연댐에 수문을 만들어 수위를 낮추면 물 부족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며 강하게 반대하고 있어서 갈등이 다시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울산시는 이날 문화재위원회의 생태제방안 부결과 관련, 생태제방안이 반구대암각화를 보존할 수 있는 최적안이라는 입장을 고수하며 위원회의 결정에 강하게 반발했다.

울산시는 “지난해 10월부터 문화재청과 협의해 추진한 용역결과에서 최적안으로 제시된 생태제방안이 부결 결정됨에 따라 또 다시 보존방안이 원점으로 되돌아가 문화재청과 문화재위원은 문화재 보호에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 10여년 동안 보존대책 마련을 위해 동분서주 했으나 제안된 방안들이 번번히 문화재청 문화재위원회에서 부결되거나 보류됐다”며 “문화재청은 대안도 제시하지 않은 채 허송 세월로 반구대암각화의 훼손만 가중시키고 있는 실정이어서 탁상행정의 극치를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울산시 관계자는 “문화재청에서 반구대암각화도 보존하고 부족한 청정원수도 확보할 수 있는 대안이 있다면 울산시도 결코 반대하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이 두 가지 조건을 만족할 만한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는 한, 울산시는 생태제방안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시는 그 동안 국내외 전문가의 자문과 의견수렴 과정을 거쳐 최선책으로 생태제방안을 마련해 문화재위원들에게 설명과 협조를 부탁했다.

김기현 울산시장도 지난달 28일 문화재위원들이 반구대 현장을 방문했을 때 직접 생태제방의 타당성과 울산시 청정원수 부족에 대한 실태를 설명하기도 했다.

문화재청은 이런 다양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울산 시민들의 정서는 아랑곳 없이 더 많은 낙동강 물을 계속 먹으라는 수위조절만을 고집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수위조절을 위해서는 부족한 청정원수에 대한 보완책이 선결돼야 하지만 정부가 제시하는 울산권 맑은 물 공급사업은 전제조건인 대구시와 구미시간의 원활한 합의에 의해 실행될 수 있으나, 현재 두 도시간 첨예한 대립으로 진척이 없는 상황이다.

울산시가 나서지도 못하고 강요할 수도 없는 실정으로, 중앙 정부의 중재와 해당 자치단체의 결정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현실 앞에 반구대암각화는 침수와 노출이 반복되고 있다. 언제 해결될 지도 모를 방안을 두고 수위조절만을 강조하며, 시민 불편함을 감수하라는 요구는 너무나도 무책임한 행위라는 것이 울산시의 입장이다. 특히 올해처럼 가뭄이 계속될 경우 울산시는 식수 전량을 낙동강 원수에 의존할 수 밖에 없고 언제 발생할지 모를 수질 악화 등 돌발 사고에 가슴 졸이며 불안한 생활을 이어갈 수 밖에 없다. 그에 따른 원수구입 비용도 고스란히 울산시의 몫으로 남게 된다.

시 관계자는 문화재위의 이날 결정에 대해 “이제 반구대암각화 보존과 울산시민의 맑은 물 공급에 국가가 나서야 할 때”라고 말했다.

시가 이번에 제시한 생태제방안은 2009년과 2011년에 부결된 생태제방안을 보완해 공동구 미설치, 전망대측 절토량 감소 등으로 주변경관 훼손과 암각화 영향을 최소화했고 현재보다 관람환경도 개선돼 관광자원화에도 일조할 수 있는 방안이었다.

울산시는 문화재위원들의 우려사안에 대해 하상 문화재 조사, 생태제방 설치에 따른 반구대암각화 영향여부 판단을 위한 미시기후(온도, 습도, 풍향 등) 영향평가, 생태제방의 안정성 등 검토를 위한 수리모형실험 등 사전 실험과 조사 등을 선 이행하는 것을 조건으로 하는 ‘조건부 가결’을 지속적으로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울산시는 “문화재청 문화재위원들이 주장하는 주변경관 훼손에 대한 우려라는 것이 과연 암각화가 새겨질 당시의 모습이 현재 모습 이였는지에 대한 검증이 된 것이 아님을 생각할 때, 유산 자체의 보존이 최우선적으로 고려되고 해당 유산의 보존에 더욱 관심을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귀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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