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철 경찰관서, 봉이 아닙니다!
휴가철 경찰관서, 봉이 아닙니다!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7.07.19 2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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섭씨 33∼35도를 오르내리는 불볕더위가 맹위를 떨치면서 폭염주의보와 폭염경보도 좀처럼 수그러들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이러한 때일수록 야외로 나가 시원한 물놀이를 즐기거나 술자리의 유혹에 빠져드는 일이 늘어난다. 특히 자신의 주량을 넘어서도록 술독에 빠졌다가 인사불성이 된 채 지구대나 파출소로 찾아오거나 끌려왔다가 소란을 피우는 사람은 성가실 정도로 많아지는 실정이다.

술꾼(주취자)들이 소란을 피우는 이유는 그 가짓수가 참으로 많다. 술값 시비, 택시요금 시비에다 음주폭행에 이르기까지 실로 다양하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심각한 것은 관공서에서 술에 취해서 부리는 행패 즉 주취(酒醉)난동이 아닐까 한다. 술꾼들의 주취난동은 경찰력을 낭비하게 만들고 경찰관의 사기를 떨어뜨릴 뿐 아니라 또 다른 심각한 문제까지 일으키기도 한다. 심야에 일어날 수 있는 각종 범죄사건을 예방하거나 각종 신고사건에 적절하게 대처할 수 있는 양질의 치안서비스 제공마저 방해하고 마는 것이다. 국민적 피해, 국가 차원의 피해가 아닐 수 없다.

2013년 5월 ‘경범죄 처벌법’이 개정되면서 주취난동에 대한 처벌 수위가 한층 높아졌다. ‘술에 취한 채로 관공서에서 몹시 거친 말과 행동으로 주정하거나 시끄럽게 한 사람’에 대해서는 6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에 처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주거가 일정한 사람이라도 행위가 지나치면 현행범으로 체포할 수도 있다. 하지만 경범죄 처벌법이 개정된 지 4년째가 되는 현재까지도 경찰관서에서의 주취소란과 난동 행위는 좀처럼 줄어들 것 같지가 않다. 이러한 현상은 지나칠 정도로 술에 관대한 우리나라의 일그러진 음주문화에 기인하는 바가 크다.

주취소란·난동 행위에 대해 외국에서는 어떻게 대처할까? ‘신사의 나라’ 영국에서는 술에 취해서 소란을 피우거나 난동을 부린 사람은 죄질에 관계없이 체포한 다음 주취자 운반용 경찰차량으로 호송해서 경찰서 유치장에 최장 36시간까지 구금해 둘 수가 있다. 호주와 캐나다에서는 주취자 처리와 관련해 ‘선의의 직무 집행으로 발생한 손해’에 대해서는 해당 경찰관에게 그 책임을 지우지 않는다는 면책 조항까지 명시해 두고 있다. 그 정도로 주취소란 행위자를 강력히 규제하고 있는 것이다.

주취폭력의 문제는 경찰만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 사회 모두가 책임의식을 가져야 하는 모두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관공서 특히 경찰관서 주취소란을 근절하기 위해서는 술 문제에는 관대한 우리나라의 음주문화와 인식부터 바꿀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시민들은 법과 원칙을 제대로 지키는 성숙한 시민의식을 가져주셨으면 한다.

<박규현 울주경찰서 상북파출소 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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