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학칼럼] 최고의 여름 보양식 ‘콩국수’
[박정학칼럼] 최고의 여름 보양식 ‘콩국수’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7.07.19 2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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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장마와 함께 삼복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때가 되니, 지난겨울의 추위, 그리고 따뜻하고 상쾌했던 봄과 가을을 생각하게 된다. ‘계절은 왜 이렇게 바뀌며, 해마다 반복되는 것일까?’ 어린아이 같은 의문과 함께 여름 보양식과 관련된 우리 음식문화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요즘은 건강식품들이 판을 치고 있지만, 우리는 옛날부터 ‘밥상이 보약’이라고 하여 별도의 건강보조음식을 먹거나 약을 먹지 않고 평소의 식생활을 통해 건강을 유지해 온 지혜를 가진 건강음식문화 민족이다.

그 원리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안현필의 ‘삼위일체 장수법’ 시리즈에서 읽은 내용 중 한 가지를 ‘우리’ 문화와 관련시켜 소개한다.

양식이나 중국식 밥상은 코스식인데 하나하나의 코스음식이 그것만으로도 식사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우리의 밥상은 밥과 국, 김치, 장, 기타 반찬들을 한꺼번에 상 위에 올려 여러 가지 음식이 어우러져서 식사가 된다.

김치나 국 하나만으로는 식사가 되지 않는 것이다. 생명유지와 건강에 ‘어우러져 함께 작용’하는 ‘어울림’ 밥상이다.

그뿐 아니라 각각의 반찬 하나하나를 봐도, 국은 국대로 채소와 장과 멸치 등의 요소들이 어우러져 만들어졌고, 김치도 배추와 무에 다양한 양념들이 들어가서 적절한 온도에서 일정기간의 숙성을 거쳤으며, 된장ㆍ고추장ㆍ간장ㆍ식초 등은 물론 장조림이나 심지어 반주로 마시는 막걸리까지도 햇빛과 온도(天), 여러 가지 재료(地)를 사람의 지혜(人)로 잘 ‘어우러지게’ 만든 발효음식이다.

이처럼 ‘어울림’ 원리로 만들어진 여러 가지 음식들끼리 어우러지게 차려진 것이 우리 밥상이니 ‘어울림’의 표현인 ‘우리’ 사상의 철저한 실천 문화인 셈이다.

30여 년 전까지만 해도 서양 사람들이 냄새가 싫다고 멀리하던 된장을 지금은 웰빙 음식이라며 적극적으로 먹고 있다는 음식한류에 대한 보도도 있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먹고 있는 음식들이 서양인들이 볼 때는 매우 앞선 건강식이라니 ‘우리의 과거가 서양인의 미래’라는 의미의 ‘백 투 더 퓨터(back to the future)’가 바로 우리 밥상에 있다는 자랑스러움을 느낀다.

그 중에 하나, 삼복더위에 빼놓을 수 없는 음식이 더위를 이기게 하는 보양식이다. ‘여름 보양식’ 하면 많은 사람들이 ‘삶개탕’을 떠올릴 것이다. 1986년 아시안게임 때 정부에서 ‘보신탕’이라는 간판을 없애라고 하자 어느 기발한 보신탕 주인이 ‘삶개탕’으로 간판을 바꾸어 단속을 피했다. 모든 사람들이 삶은 개를 좋아하지 않으니 삼계탕이 또한 여름 보양식이 되었다.

그런데 우리 조상들은 동물성 단백질이 질적으로 우리 몸에 나쁘다는 최근의 서양 영양학의 분석을 미리 알고 그보다 훨씬 단백질도 풍부하면서 몸에도 좋은 ‘콩국수’를 대중적인 여름 보양식으로 개발했다는 것이 안현필의 주장이다.

여름만 되면 거의 모든 우리나라 식당에서 ‘콩국수’를 팔고 있는 데서 그 현장을 실감한다. 나의 경우 결혼 전에 장모님으로부터 처음 얻어먹은 음식이 콩국수였기에 더욱 잊지 못한다.

우리 몸의 약 70%가 물이고 나머지 30% 가운데서 약 75%가 단백질이니 보양식의 공통점은 고단백의 더운 음식이다.

선조들은 영양가가 높고, 여름에는 피부에 열이 몰리는 반면 속은 허해지기 때문에 뜨거운 음식을 먹어 속의 열을 보충했다고 한다.

이렇게 각 음식의 성질과 영양, 계절에 따른 우리 몸의 변화와 그 상황에 가장 좋은 음식으로서 ‘콩국수’를 개발한 것이다.

그러니 냉(冷)콩국수는 이런 원리에 맞지 않을 수 있다.

여러 가지 먹거리를 때와 상황에 따라 어우르되 더 잘 어우러지도록 하기 위해 어떤 먹거리는 숙성을 시켰으며, 그 숙성의 방법 또한 재료에 따라 다르게 하여 전체적인 어울림을 통해 밥상으로 우리 몸의 건강을 지켰던 것이 자랑스러운 조상들의 지혜다. 음식한류의 확산을 기대한다.

<박정학 사단법인 한배달 이사장·전 강원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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