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호칼럼]대자연의 품격이 빛나는 노르웨이
[이정호칼럼]대자연의 품격이 빛나는 노르웨이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7.07.19 2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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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을 압축하면 스칸디나비아 3국이 된다. 북해에서 발트해로 들어가는 길목에 덴마크가 있고, 발트해 오른쪽으로 에스토니아, 리투아니아. 라트비아 등 발트 3국이 있다. 북쪽 보스니아만의 동으로는 러시아와 국경을 접한 핀란드가 있고, 서로는 스칸디나비아산맥 좌우로 노르웨이와 스웨덴이 있으니 이들이 북유럽 여행의 핵심 국가들이다.

이들 북유럽 세 나라는 모두 세계인들이 부러워하는 나라들이다. 자연 환경이 아름답기도 하거니와 인간의 삶을 보다 행복하게 이끄는 정치가 이행되고, 국가란 무엇인가를 실제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들에게는 근본적으로 취약한 것들이 있다. 최남단이 위도 60도 내외이고, 북쪽 끄트머리는 위도 90도의 북단에 가깝다. 그래서 해를 볼 수 있는 날이 길지 않고, 겨울이 아주 길다. 곡물이나 야채, 가축의 사료 확보가 어렵기도 하고, 자칫 정신적으로 우울하기도 십상인 환경이기도 하다. 이들의 역사에도 한때는 지난한 과정이 있었다. 반면 이들은 공통적으로 빙하 호수가 수없이 많고, 숲이 돈이 되는 나라들이기도 하다. 사람들이 많이 살지 않으니 파생되는 문제도 상대적으로 적을 것이다.

북유럽 여행의 포인트는 문화보다는 자연이다. 그 중 노르웨이의 피오르드가 단연 압권이다. 일행은 노르웨이 산악과 피오르드의 진수를 보기 위해 하루를 꼬박 걸려 이동했다. 스톡홀롬에서 출발하여 한나절을 서쪽으로만 달리다가 점심을 먹고는 노르웨이로 접어들면서 서북쪽으로 향했다. 달리는 차창 밖으로 숲이 지나가고, 강과 호수가 지나가고, 드넓은 들판 끄트머리에는 집들이 점점이 나타났다. 이윽고 본격적인 산악지대에 접어들었고, 우리는 하루가 저물 무렵에야 마침내 노르웨이 산골마을인 오따에 도착하여 여장을 풀었다.

이튿날은 스칸디나비아산맥 남쪽을 헤집고 다녔다. 비 내리는 차창 밖으로 진풍경들이 전개되자 일행들은 탄성을 지르기 시작했다. 눈 덮인 산마루 곳곳에서 가늘거나 혹은 굵은 물줄기들이 쏟아져 내리고, 아래쪽으로는 그 물줄기들이 강물이 되어 어디론가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산줄기를 가로지르는 동안 겨울에서 깨어난 산골짜기 풍경은 온통 초록 물결의 장관을 이루고 있었다. 우리는 다시 가파른 고갯길을 타넘기 시작했다. 이 길을 이름하여 ‘요정의 길’이라 일컫고, 이 길의 끝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게이랑에르 피오르드’였다.

피오르드에 이르는 동안 우리는 참 진귀한 장면들과 마주했다. 갈지자로 이어지는 가파른 오름길에 57인승 버스가 이동하는 동안 수직 폭포를 만났다. 잠시 머무르다 다시 올라 고산 분지에 이르니 사방으로 바위산들이 우뚝하고, 곳곳에서 녹아내리는 눈이 만든 물줄기들이 큰 물줄기를 이루면서 수직으로 떨어지고 있었다. 전망대에 올라 아래를 조망하니 참으로 장관이었다. 시간에 쫓기다보니 허둥대며 사방을 눈에 담고 반대 방향으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오를 때보다 완만한 지형을 이루고 있는 내리막길 주변도 온통 물의 세상이었다.

한참을 달린 끝에 피오르드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곳에 도착했다. 가히 경이로운 모습들이었다. 아래로는 몇 채의 크루즈선이 보였고, 하선한 손님들이 전망대로 올라와서 북적대고 있었다. 왼쪽으로는 피오르드의 끝자락 마을과 만년설을 덮어쓴 산들이 눈에 들어왔고, 오른쪽으로는 바다로 나가는 물길이 아득히 바라보였다. 선착장으로 내려가 버스와 함께 페리호를 타고 약 한 시간 반 동안 협만을 유람하면서 풍광에 취했다. 깎아지른 절벽과 만년설로 덮인 산봉우리의 빙하가 빚어낸 대자연의 품격은 백문이 불여일견이 아니리오.

버스로 이동하여 점심을 먹고 빙하박물관으로 갔다. 다시 비는 내리고, 지나는 길에 한 떼의 양들도 반가웠다. 터널을 몇 개 지나고나니 세계 최대 빙원의 한 자락인 뵈이야 빙하가 눈에 들어왔다. 거대한 톱날같이 생긴 노르웨이 해안선은 빙하와 관계가 깊다. 눈이 켜켜이 쌓이면 만년설이 되고, 이게 다시 단단한 얼음덩어리가 되는데, 이것이 빙하이다. 높은 산골짜기를 가득 메운 빙하가 무게를 못 이기고 내려앉으면서 침식과 융기가 일어나고, 거기에 바닷물이 들어차면서 협만이 생긴 것인데 노르웨이에는 이런 피오르드가 부지기수이다.

그 다음날은 미항 베르겐과 산악열차에 취했다. 베르겐을 둘러보며 도시 미관에 감탄했고, 고도 864m의 미르달에서 급경사와 터널로 이어지는 해발 2m의 플롬까지 20km 남짓의 열차 탑승은 경이로움의 연속이었다. 넷째 날은 수도 오슬로에서 뭉크의 절규와 비겔란의 조각공원을 만난 후 노르웨이를 떠났다. 돌아보건대 노르웨이는 천혜의 자연환경에다 신이 내린 선물인 석유와 풍부한 수산물을 바탕으로 요트, 캠핑카, 별장, 스키 등을 상용하면서 삶을 즐기고 있으니 어찌 부럽다 아니하리. 여행기간 내내 뭇 풍경을 쉼 없이 담아낸 내 눈은 고마우나 그것을 다 풀어내지 못하는 나의 둔필은 아쉽기 짝이 없다.

이정호 수필가, 전 울산교육과학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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