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인상 ‘역설’ 논란
최저임금 인상 ‘역설’ 논란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7.07.18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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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이맘때쯤이면 반복되는 내년도 최저임금 논란은 올해도 어김없이 ‘을과 을의 싸움’으로 끝이 났다. 표면적으로는 ‘갑(경영계)과 을(노동계)의 싸움’이라 생각하지만 필자는 다른 생각이다. 최저임금을 받는 사람들은 자영업 알바나 2, 3차 영세 하청업체 비정규직 근로자들이다. 최저임금을 주는 사람들은 영세한 중소기업 사장님, 치킨집, 편의점 사장님들이다. 대기업에 치이고, 높은 임대료와 정글 같은 동네 상권에 치이는, 말이 좋아 사장님이지 최저임금을 주는 쪽 역시 ‘을’이란 생각이다.

2018년 최저임금이 시간당 7천530원으로 확정되었다. 올해(6천470원) 대비 16.4% 오른 액수다. 2007년(12.3%) 이후 11년 만에 두 자릿수 인상률로서 인상폭으로는 2001년(16.8%) 이후 역대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하지만 올해 9급 1호봉 공무원 기본급을 웃도는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의 ‘역설’ 논란을 간과해선 안 된다.

어떤 사람이 “난 거짓말을 했어.”라고 말할 때 그의 말은 옳은 것인지, 아니면 틀린 것인지 알 수가 없다. 만일 그의 말이 옳으면 그는 거짓말을 한 것이고, 그의 말이 틀리면 그는 옳은 말을 하는 셈이 된다. 이렇게 틀린 것처럼 생각되어도 실제로는 옳고, 옳은 것처럼 생각되어도 실제로는 틀린 경우가 있다. 이와 같이 참(옳은 것)이라고 말하거나 거짓(틀린 것)이라고 말하거나 모두 이치에 맞지 않아서 참이라고도 거짓이라고도 말할 수 없는 모순된 문장이나 관계를 역설(逆說) 또는 ‘패러독스(para dox)’라고 한다.

동네 치킨집, 피자집의 경우 하루 수백, 수천 개씩 새로 생기고, 또 매일 그만큼 망해서 문 닫고 있다는 것 우리 모두 잘 알고 있다. 알바생 인건비가 높아서 망한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진짜 자영업자들의 목을 죄는 것은 과도한 건물 임대료, 착취적인 프랜차이즈 계약, 대기업의 무차별적 동네상권 진입 등이다. 이런 불합리하고 비상식적인 현실은 그냥 놔둔 상태에서 1년에 한 번 열리는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올해는 얼마를 올려야 한다는 등 논의를 해봤자 서로 합의가 될 수가 없다. 을과 을 양측 모두에게 애초에 합의를 바라는 게 불가능한 일인 셈이다. 그래서 흔히 우리나라 최저임금을 말할 때 ‘근로자들에게는 매우 불만족스럽고, 동시에 영세 중소기업과 자영업자에게도 큰 부담이 되고 있다’라는 말이 나오는지 모를 일이다.

당초 노동계는 올해 대비 54.6% 인상한 1만원, 사용자 측은 2.4% 오른 6천625원을 제시하고 강하게 맞섰다. 공익위원 전원(27명)이 참석한 표결에서 노동계가 제시한 안이 15표, 경영계가 제출한 안이 12표를 얻어 노동계 안이 확정됐다. 일단 최저임금이 큰 폭으로 오름에 따라 곳곳에서 파급효과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최저임금 적용대상 근로자 비율이 17.4%(2016년)로 매우 높은 편이다. 네덜란드(6.2%)·영국(5.3%)·일본(7.4%) 등과 차이가 크다. 당장 걱정스러운 건 영세 자영업자다.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자영업자 중 51.8%는 연평균 매출이 4천600만 원에 못 미친다. 월 평균 영업이익도 187만 원에 불과하다. 이번에 인상된 최저임금 7천530원을 월 단위(주 40시간 기준 유급주휴 포함, 월 209시간)로 환산하면 157만3천770원이다. 경우에 따라 고용주와 직원 간 소득역전 현상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지금이 형식적인 최저임금위원회를 ‘강력한 ‘임금위원회’로 개편하는 고민의 최적기란 생각이다. 그래서 최저임금만이 아닌 전체 임금과 관련된 불합리한 부분에 대한 강제적인 조정자 역할을 맡기는 것도 대안(代案)이란 생각이다.

신영조 시사경제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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