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를 ‘노동자’로 부르자는 제안
‘근로자’를 ‘노동자’로 부르자는 제안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7.07.16 2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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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 성향의 정부가 들어선 탓일까? 얼나 전까지만 해도 입 밖에 내는 데도 눈치를 보았음직한 말이 스스럼없이 튀어나오고 있다. ‘근로자’라는 표현을 ‘노동자’로 바꾸자고 정부에 공식 제안한 것도 그런 경우다. 제안자는 다름 아닌 박원순 서울시장이다.

박원순 시장은 17일 오전 시청사에서 ‘노동존중특별시 2단계 7대 실행계획’ 발표 기자설명회 자리에서 “(근로자와 노동자는) 의미가 비슷하고 혼용해도 별 문제가 없다고 한다”면서 “미래를 위해 노동자로 불러주는 것이 정당하다”는 주장을 폈다. “노동자와 사용자는 동등한 위치에 있지만 근로자는 사용자에 종속된 개념이기 때문에 노동자의 이름을 제대로 불러줘야 된다”는 말도 덧붙였다. 서울시장의 공식 제안이므로 머잖아 정부에서도 공식 답변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박 시장은 두 용어의 의미가 비슷하다고 했지만 솔직히 위정자들에겐 풍기는 뉘앙스가 다를 수밖에 없다. ‘노동절’과 ‘근로자의 날’ 변천사만 보아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독립 후 1958년부터는 이승만 대통령의 지시로 3월 10일을 ‘노동절’로 정해서 지켰다. 그러다가 1963년에는 명칭이 ‘근로자의 날’로 바뀌었다. 1994년부터는 ‘세계노동절’에 맞춰 기념일을 5월 1일로 바꾸었으나 이름은 ‘근로자의 날’ 그대로였고, 어정쩡한 공존이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그럴 만한 배경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한 전문가는 “일반적으로 ‘근로자’는 ‘근면 성실하게 순종적으로 일하는 사람’이라는 이미지가, ‘노동자’는 ‘스스로 주체적으로 힘써 일하는 사람’이라는 이미지가 강하다”며 “정부와 기업은 후자의 이미지를 기피하고 전자의 이미지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고 진단한다. 또 다른 전문가는 “박정희 유신독재 시절 북한이 ‘노동’이란 명칭을 사용하니 ‘노동’을 ‘근로’로 바꾸어 부르게 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실제로 보수 성향 정부의 집권이 오래 계속되면서 ‘노동’은 기피, ‘근로’는 선호의 대상이라는 말이 틀린 말은 아니다.

흥미로운 것은 두 용어가 혼용되고 있는 점이다. 흔히 부르는 정부부처의 명칭이나 직함이 ‘노동부’, ‘노동위원회’, ‘노동청’, 노동부장관’이지 ‘근로부’, ‘근로위원회’, ‘근로청’, ‘근로부장관’은 아니다. 따라서 박원순 시장의 주장은 귀담아들을 가치가 있다고 본다. 5월 1일을 ‘근로자의 날’로 부르도록 한 ‘근로자의 날 제정에 관한 법률’이 만들어진 해는 23년 전인 1994년이다. 물론 필요한 과정을 거쳐야겠지만, ‘새 술은 새 부대에’라는 말처럼 ‘근로자’라는 표현을 법률 명칭과 함께 바꿀 때가 됐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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