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행복을 짓는 건축
사람의 행복을 짓는 건축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7.07.16 2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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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유명 소설가 알랭 드 보통은 “어떤 공간과 어떤 희망이 일치할 때 우리는 그곳을 집이라고 부른다”라고 말했다. 그래서인지 고객들이 나에게 집 짓는 것을 주문할 때 매번 다양한 요구를 해 온다. ‘채광이 잘 되게 해 달라’, ‘방음이 잘 되게 해라’, ‘거실을 크게 해 달라’ 등 자신에게 꼭 필요한 것들을 반영한 집을 지어 달라고 말이다. 이 때문에 나는 더욱 고객의 욕구와 눈높이에 최대한 부합하는 건축물을 짓기 위해 불철주야 최선을 다하고 있다.

나는 건축이 우리 인간의 삶에 매우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한다. 주택의 경우, 단순히 주거공간을 위한 기능을 넘어서, 내일을 위해 휴식할 수 있는 안식처이자 가족들과 함께 행복을 만들어 가는 이른바 소통의 공간이기 때문이다.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이라는 말이 있듯이 모든 성공의 출발은 가정에 있으며, 가정이 화목해야 사회에서도 성공할 수 있다는 믿음을 나는 버린 적이 없다. 즉, 집에서의 가정생활이 밝고 안정되어야 당연히 자신의 맡은 업무에도 더욱 매진할 수 있는 것이다.

건설업에 종사하고 있는 내가 일반적으로, 보통의 사람들에게 건축을 소재로 대화를 하려고 하면, 자신은 관련 전공도 아니고 관련 분야의 직업과도 거리가 멀기 때문에 무작정 건축을 잘 모른다고 하면서, 이미 마음의 문을 닫아 버리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우리는 태어나면서부터 인생을 마무리할 때까지 늘 건축물과 함께하고 있다. 이는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명백한 사실이다.

“우리가 건축물을 만들지만 그 건축물이 우리를 다시 만든다”는 윈스턴 처칠의 말이 있듯이, 건축은 인간의 삶에 매우 중요하다. 건축이 당신의 삶을 변화시킬 수 있고 당신에게 얼마나 많은 영향을 주고 있는지를 인식하게 된다면, 보다 멋진 삶을 살아가기 위해서라도 스스로 건축을 공부할 것이며, 또한 건축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과 좀 더 가까워질 것이라 생각한다.

본래 건축을 지칭하는 영어 ‘architecture’는 라틴어에 어원을 둔 것으로, 으뜸을 뜻하는 ‘arch’와 기술·학문을 뜻하는 ‘tect’가 결합한 단어이다. 이를 그대로 해석하면 ‘으뜸의 학문’ 이 된다. 또한, 영어 성경에서는 건축가를 의미하는 ‘architect’에 정관사 ‘the’를 붙여 조물주 하나님으로 쓰고 있다. 이러한 표현들을 볼 때, 건축은 인간의 생활에서 꽤 비중 있는 부분으로 다루고 있었음을 추정할 수 있다.

한자어인 ‘건축(建築)’은 일본 사람들이 메이지(明治) 시대에 만든 단어라고 한다. 그들이 건축이라는 말을 쓰기 이전에는 집을 만든다는 의미의 ‘조가(造家)’라는 단어를 썼다. 이는 시간이 흐르고 기술이 날로 발전함에 따라, 집 이외에도 다른 종류의 건물을 짓는 일이 많아지다 보니 건축이라는 말을 만들었을 것이란 추측이 가능하다.

건축이라는 한자어를 풀이해 보면, 쌓아서 올리는 건설과 같은 시공 위주의 행위를 의미했을 확률이 높다. 이러한 물리적 행위의 의미만으로는 우리의 생활을 좌우하는 건축의 본질을 모두 설명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의 선조들은 ‘건축’이라는 단어 대신, 가꾸어 만든다는 의미의 ‘영조(營造)’라는 단어를 사용했다고 한다. 이 단어는 무엇을 생각하여 이루어 낸다는 의미이다. 쌓아 올린다는 의미의 건축보다는 한 차원 높은 것을 지향한 의미라고 할 수 있다.

나는 평소 건축을 말할 때, 항상 겸허해진다. 실로 건축은 그 범위가 방대하고, 또한 인간의 삶을 변화하게 하는 중요한 매개체이기 때문이다. 건축으로의 접근의 시작은 바로 ‘소통’이라고 말하고 싶다. 건축물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의 마음에 있는 다양한 요구들을 경청하고 수용하여, 최대한 고객들이 공감하고 만족할 수 있는 성과를 합리적인 방법으로 현실에 구현하기 위해 건축가는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나의 건축물이 만들어지기 시작하는 설계 단계에서부터 건축물이 완성되는 준공 단계까지 건축가는 고객(수요자)들과 수시로 소통해야 할 것이다.

한 아파트 광고에서 나온 말인데, 건축을 말하는 우리말에 ‘짓는다’가 있다. 어떠한 재료를 사용하여, 끊임없이 구상하고 기술을 넣어 새로운 형태의 좋은 결과로 만든다는 의미이다. 건축가는, 고객들의 행복이 시작되는 공간인 건축물을 그들과 소통하고 공감하는 가운데, 온 마음을 다해 아름답게 지어야 하는 사명감과 자부심을 견지해야 하지 않을까?

<김정숙 배광건설 대표이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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