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와 권리도 자신의 할 탓
자유와 권리도 자신의 할 탓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7.07.13 2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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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단 도시인 울산에서는 노동쟁의가 항상 발생하는데 지금 우리나라 경제가 매우 어려운 상황인데도 ‘하투’가 시작되고 있다. 관심의 중심에 있는 현대차 노조는 지난 6일 교섭 결렬을 선언하고 쟁의행위 절차에 들어갔으며, 찬반투표를 거쳐 곧 실행으로 옮길 예정이라고 한다. 노사 문제는 ‘우리가 넘이 아니라’는 문제와 매우 밀접한 관계가 있어 오늘 화제로 삼는다.

나는 노사분규가 일부 과격분자들의 선동의 영향도 있으나 자본가와 근로자 모두 ‘우리’가 넘이 아니라는 공동체 의식을 상실한 국민 의식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너와 나를 ‘우리’라는 한 덩어리로 어우러져야 할 대상이 아니라 투쟁의 대상으로 보는 유럽산 ‘무한경쟁’이라는 생각의 틀이 문제의 진원지라고 보는 것이다.

한강의 기적을 이룬 우리 경제도 초기에 대기업 주도형이 큰 기여를 하였지만 대기업만으로써 해낸 것이 아니다. 그 부품을 만들어내는 중소기업이 발전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며, 노동자들의 희생적인 노력 없이는 불가능했다. 이처럼 한강의 기적은 이 세 집단이 함께 ‘우리’가 되어 이루어낸 것이다. 그런데, 이 ‘우리’의 관계가 지속되지 못하고 모두가 손해를 볼 수 있는 상황이 되고 있는 것이다.

바로 여기에 ‘우리가 어데 넘이가?’라는 생각의 절실하게 필요하다. 너와 나는 생존을 두고 경쟁하는 ‘생존경쟁’의 관계가 아니라 한 덩어리가 되어 생존문제를 함께 타개해 나가야 하는 ‘우리’ 관계라는 것, 그래서 상대의 희생을 강요하면서까지 나의 이익만을 추구하면 결국 나에게 손해로 되돌아온다는 것을 아는 것이 핵심이다.

보도에 의하면, 국내 자동차업계는 내수 위축과 수출 부진의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으며 앞날이 매우 불투명하다고 한다. 자동차 3사와 그 협력업체 종사자 가족들의 생계가 위협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서 파업을 강행한다면 국민의 불신만 초래할 뿐이며, 상생이 절실한 시기에 비정규직과 중소 협력업체 근로자의 피와 땀으로 대기업 노조가 고임금 파티를 즐기는 불합리한 구조는 시급히 바로잡아야 한다는 보도도 있었다.

현대자동차는 지난해 임금협상 과정에서 24차례에 이르는 파업과 12차례 특근 거부로 3조1천억원의 손실을 보았고, 전국 현대차 1차 부품협력사 348곳이 입은 손실도 1조4천억원에 달하며, 2·3차 협력업체까지 감안하면 그 피해는 훨씬 더 커질 것이라고도 했다.

앞으로 좀 더 자세히 소개를 하겠지만, 이면우 서울공대 교수는 『W이론을 만들자』라는 책에서 노사분규 없는 회사를 소개하면서 ‘관리자와 노동자가 각각 자기 입장에서의 유불리만 따지지 말고 같은 목표의식을 가지고 한 덩어리가 되면, 자신감을 가지고 신들린 듯이 일하게 되고 그 결과는 모두에게 좋다’, ‘노와 사가 서로 허물없이 친해져야 그 조직이 잘 된다’는 것을 구체적 예를 들어서 설명했다.

노와 사가 하나가 되면 ‘우리’가 잘 될 수 있음을 증명해낸 사례들이다. 그런 데 비해 노동쟁의에서 등장하는 ‘쟁취’라는 단어는 투쟁을 전제로 한다.

이런 논리는 한때 세상을 휩쓴 어떤 이념의 영향인데 다른 사람들은 고려하지 않고 자기의 목적 달성만 생각하는 자세 즉, 너와 내가 ‘우리’가 아니라는 것을 전제로 한 행동이다.

그것을 사측의 행동 때문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그렇다고 중소기업에까지 피해를 줄 권리는 없다. ‘더불어 사는 사회’에서는 나 아닌 다른 많은 사람의 자유와 권리를 해치면 자신의 자유와 권리도 보장 받을 수 없게 된다.

노사의 문제도 이처럼 ‘우리’ 의식으로 풀어야 한다. 사측이 먼저 노가 ‘신들린 듯이’ 일하게 하는 ‘어우르기’ 기법을 찾아야 하고, 노측도 사측의 어려운 입장과 협력업체들에게 돌아갈 피해까지를 고려하는 ‘어울리기’를 실천해야 한다.

경제상황이 어려울수록 ‘우리’로 하나 되어야 헤쳐 나갈 수 있는 힘이 생긴다. 상대 핑계를 대지 말고 내가 먼저 이를 실천하자.

‘우리가 어데 넘이가?’

<박정학 사단법인 한배달 이사장 ·전 강원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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