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어데 넘이가 ⑩
우리가 어데 넘이가 ⑩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7.07.12 2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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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익인간 사상을 이해하는 또 하나의 뿌리는 바로 우리 겨레의 우주관, 자연관이다. 이는 창세신화와 천부경에도 나타났지만, 좀 다른 시각에서 살펴볼 수도 있다.

홍익인간에서의 ‘인간(人間)’을 ‘사람 사이’로 이해했었는데, ‘사람 사이’에는 사람만 있는 것이 아니고 별과 달, 동물과 식물, 광물, 바람까지 모든 자연현상이 포함된다. 인간들이 자신의 편의만을 위해 자연을 오염시키면 결국 그 자연은 인간에게 위협으로 다가오는 것처럼, 지구와 우주는 사람과 자연의 공동생명체라는 이해에서 출발하는 것이 우리 겨레의 우주관이요 자연관이다.

‘自然’이라는 말이 ‘스스로 그러하다’는 의미이듯이 사람들이 인식하는 세상은 사람 이전부터 그대로 있는 것이지만 그것을 보는 사람마다 느낌은 다르다. 새가 나무 위에서 재잘대고 있는 것을 보고 ‘운다’고도 하고, ‘노래한다’고 하며, ‘지저귄다’고도 하듯이 우주 자연현상에 대해서도 사람마다, 겨레마다 다르게 인식한다.

서구 자유주의에서는 자연계의 생존현상을 경쟁관계로 보아 ‘생존경쟁’이라 하고, 우리나라 사람들도 그런 교육의 영향으로 그렇게 말한다. 자연의 조화는 약육강식하는 것처럼 보이나 사실은 전체 자연의 조화를 유지하도록 ‘스스로 그렇게 되어 있는 것’을 서양인들은 그렇게 본 것이다.

그러나 우리 조상들은 자연계의 생존이 경쟁관계가 아니라 조화의 관계, 즉 ‘어울림’의 관계로 보았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너와 내가 경쟁의 관계가 아니라 하나 되어 함께 살아가는 사이라는 ‘우리’라는 말이다.

하늘의 별들이 서로 잡아먹고 먹히는 관계가 아니라 서로 초끈으로 연결되어 전체로서의 틀을 유지하면서 돌아가듯이 지구도 전체로서 하나의 생명체를 이루는 조화 관계로 이해하는 것이다. 이것이 우리 겨레의 정체성이기도 한 원초적 사유체계다.

그런데 세계적으로 생태계를 파괴하면 인간에게 재앙으로 되돌아온다는 사실을 깨달으면서 자연보호, 환경보호 운동이 확산되고 있는 데서 우리 겨레가 우주와 자연의 본질을 제대로 파악했다는 것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우리 조상들의 우주·자연관이 이처럼 서양과 달리 거시적이었고, 그것이 옳다는 것이 증명되고 있는 셈이다. 얼마나 자랑스러운가?

서구에서 무한경쟁을 부르짖고 있는 신자유주의 경제 속에서 유엔은 2012년을 ‘협동조합의 해’로 정했다. 앞으로 인류사회의 경제주체도 무한경쟁을 전제로 하는 개인 기업이 아니라 함께 만들고 운영해나가는 무소유 경제, 공유경제의 시대가 온다는 것도 이미 여러 경제학자들의 보고서에서 예고되어 있다. 서구에서도 생존이 경쟁의 관계가 아니라 함께 하는 관계라는 것을 깨달아가는 것 같다.

반면, 우리 겨레는 울산 반구대의 세계 최초 공동어로 암각화라든가 두레라는 생활 패턴에서 보는 협동조합과 같은 경제공동체 형태가 오래 전부터 생활화되어 왔고, 이를 중요하게 생각했기에 문화 유적으로 남아 있다. 서구에서는 이제야 관심을 보이는 ‘어울림 사상’을 우리 겨레는 오래 전부터 가지고 있었다는 말이다. 그러니 우리 인류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1%:99%라는 극단적 양극화를 해결할 수 있는 DNA를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이쯤 되면 게오르규가 21세기 인류를 구원할 수 있는 사상으로 홍익인간을 지적한 이유를 조금은 알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어울림’을 ‘울림의 어우러짐’으로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울림’이란 요즘말로 ‘파동’으로 볼 수 있고, 우주 삼라만상은 저마다 파동을 가지고 있으며 그 상호작용에 따라 이루어지는 공동생명체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것이 사람이다. 그러니 별과 달과 산과 물과 바람 등 나의 주변을 구성하는 모든 삼라만상이 나의 운세와 생활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우리가 생활 속에서 주역으로 사주를 본다거나 별자리로 운세를 보는 별점 등이 바로 이런 어울림을 전제로 하는 사유체계다. 서구에서는 별점을 치면서도 그 이유를 잘 몰랐으나 우리 겨레는 이런 자연관을 천부경과 홍익인간으로 표현해 놓고 있다. 우리의 사유체계가 서구보다 훨씬 앞선, 거시적인 것이라는 생각을 하면 한민족임이 자랑스럽다.

<박정학 사단법인 한배달 이사장·역사학박사·전 강원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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