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기 담론(節氣 談論)
절기 담론(節氣 談論)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7.07.11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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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7월 12일)이 초복(初伏)이다. 하지만 우리들은 이날 어떤 음식으로 복달임(복날 나기)을 할지 고민이다. 가장 무난한 삼계탕이나 장어? 아니면 애견인의 눈살은 아랑곳 않고 소신껏 보신탕? 이처럼 한국에서는 더운 여름에 식욕이 떨어지는 것을 보충하기 위하여 육류나 영양가 높은 음식을 먹었다.

‘복달임’은 삼복에 몸을 보하는 음식을 먹고 시원한 물가를 찾아가 더위를 이기는 일로 흔히 ‘복(伏)놀이’라고 한다. 이 시기는 가장 무더운 여름에 해당하므로 몹시 더운 날씨를 가리켜 ‘삼복더위’라 부르기도 한다.

초복은 대략 7월 11일부터 19일 사이로, 소서와 대서 중간이며 본격적으로 더위가 시작되는 시기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서양 문화권에서도 일 년 중 가장 더운 때를 ‘Dog days’라고 칭하는데, 이는 북반구의 한여름에 큰개자리 시리우스성(星)이 태양에 근접하기 때문에 유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식, 단오, 삼복(초·중·말복), 칠석은 24절기가 아니다. 그러함에도 절기 중의 하나로 오인(誤認)한다. 한식은 동지로부터 105일째 되는 날이고, 단오는 음력 5월 5일이며, 초복은 대략 7월 11일부터 7월 19일 사이가 된다. 초복과 중복은 열흘 간격이 되고, 중복(中伏)에서 말복(末伏)까지의 기간은 해마다 일정하지가 않다. 초복과 중복은 하지를 기준점으로 하고 말복은 입추를 기준점으로 하기 때문이다.

옛날부터 우리나라가 음력을 이용하여 날짜를 세었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그래서 24절기도 음력일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음력을 쓰는 농경 사회의 필요성에 의하여 절기가 만들어졌지만 이는 태양의 운동과 일치한다. 실제로 달력을 보면 24절기는 양력으로 매월 4~8일 사이와 19~23일 사이에 생긴다. 지혜로운 선인(先人)들은 태양의 운행 주기에 따라 농사를 지은 것이다.

24절기의 이름은 중국 주(周)나라 때 화북 지방의 기상 상태에 맞춰 붙인 이름이며, 천문학적으로 태양의 황경이 0°인 날을 춘분으로 하여 15° 이동했을 때를 청명 등으로 구분해 15° 간격으로 24절기를 나눈 것이다. 따라서 90°인 날이 하지, 180°인 날이 추분, 270°인 날이 동지이다. 그리고 입춘(立春)에서 곡우(穀雨) 사이를 봄, 입하(立夏)에서 대서(大暑) 사이를 여름, 입추(立秋)에서 상강(霜降) 사이를 가을, 입동(立冬)에서 대한(大寒) 사이를 겨울이라 하여 4계절의 기본으로 삼았다.

서양에는 7일을 주기로 생활하였으나 중국과 우리나라는 24절기를 이용해서 15일을 주기로 생활하였다고 보면 된다. 실제도 음력을 따르는 것이 농경 사회에 적합하였다. 왜냐하면 해를 기준으로 하기보다는 달을 기준으로 하면 어김없이 15일 주기로 변화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해와 달의 순기가 1년을 기준으로 서로 차이가 난다는 점이다. 생활 속에서 느끼는 하루하루의 편리성은 달을 기준 삼는 것이 좋지만 양력으로 짜 맞추어진 절기와 봄, 여름, 가을, 겨울의 계절과는 차이가 난다는 단점이 있다. 달이 지구를 1번 공전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29.5일이고, 12번이면 354일이 된다. 하지만 지구가 해를 공전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365일로 11일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이맘때쯤이면 “삼복지간(三伏之間)에는 입술에 붙은 밥알도 무겁다”라는 보신(補身) 음식에 관심을 가져야 함을 역설적으로 표현한 속담이 떠오른다. 복날을 나타내는 복(伏)은 엎드린다는 뜻이다. 복날은 세 번(초복, 중복, 말복) 엎드리고 나면 무더운 더위가 거의 지나가게 되는 셈이다. 선인들의 지혜는 하나도 버릴 것이 없다.

신영조 시사경제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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