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어데 넘이가?”⑨
“우리가 어데 넘이가?”⑨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7.07.10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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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부경의 연혁에서 보았듯이 천부경은 환인 시대로부터 말로 전해졌다고 하니 원형은 ‘말’이다. 그리고 말은 용기문화가 아닌 관념문화이기에 원형이 오랜 기간 크게 변하지 않는 특징이 있으므로 당시의 말 그대로는 아니더라도, 현재 우리말에 흔적이 남아 있다. 이번 호에서는 오랫동안 말로 전해졌다는 ‘말 천부경’에 대해 소개한다.

2015년 11월 사)한배달 천부경 학술대회의 주제는 일반인들에게는 다소 생소한 ‘말 천부경, 전자(篆字) 천부경’이었다. 전자(篆字) 천부경은 사)한배달에서 1994년 세계 최초로 천부경 학술대회를 개최했을 때 이찬구 박사가 소개한 신·구 영변지에 게재되었던 16자로 보는 데는 공감한다.

말 천부경은 2002년 재야인사인 구길수가 펴낸 『천부인과 천부경의 비밀』이라는 책에서 제시한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 일곱 여덟 아홉 열’이라는 16마디의 우리 셈말이라는 데 대해 이견이 없다.

구길수는 그의 첫 책 서문에서 “천부경은 하느님이 우리 겨레에게 내려주신 축복과 교훈의 말씀이었는데, 이것이 매우 중요하므로 잊지 않고 생활 속에 실천하도록 하기 위해 우리 조상들은 자식이 태어나서 말을 배우기 시작하면 가장 먼저 가르쳐 주었는데, 이것이 지금도 이어지는 하나에서 열까지의 셈말이다.”고 하여 학문적 논리는 명확하지 않으나 사전에서 셈말의 의미를 찾고, 전자(篆字) 천부경의 모양과 연결 지으면서 해석하였다.

그 후 나타난 다른 학자들도 말 천부경이 우리 셈말 16마디라는 데는 이의가 없으나 그 의미에 대해서는 조금씩 다른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이 분야 연구가 점점 활기를 띠고 있는 것은 앞으로 ‘서글 천부경’의 바른 의미를 찾을 수 있다는 점에서 대단히 반가운 현상이다. 지금까지 연구된 우리 셈말의 의미를 소개함으로써 천부경의 대의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고자 한다.

‘하나’가 서글 천부경과 같이 천(天)이라는 의미라는 데 대해서는 모두 공감하면서도, 그 세부 의미에 대해서는 ‘참나’ ‘존재 근원’ ‘햇빛 내려’ ‘정신’ ‘처음 나온’ 등 여러 가지가 제시되었다. 박 현이 우리 옛말에서 ‘하’는 ‘처음의’라는 뜻이 있고, ‘나’는 ‘태양’이라는 의미가 있다고 한 말과 연결된다.

‘둘’은 서글 천부경의 땅(地)을 의미하면서 ‘빛을 받는 누리’ ‘두르다’ ‘두루’ ‘육체(몸)’ ‘몸을 만들다’ 등의 의미로 파생되었다고 보았다.

‘셋’은 서글 천부경의 사람(人)을 의미하면서 ‘서다’ ‘사내’ ‘세우다’ ‘삶’ ‘생명력’ ‘인간 세상’ ‘섞다’ ‘씨앗’ 등의 의미로 해석하기도 했다.

‘넷’은 ‘무리(너와 나)’ ‘여자’ ‘생명’ ‘기운’ ‘넉넉해지다’ ‘사계절’ ‘생명창조’ ‘나뉘다’ ‘내리다’등 다양한 의미가 제시되었다.

‘다섯’은 ‘다 서다’ ‘땅에 세우다’ ‘다시 서다’ ‘육체’ ‘많다’ ‘땅위에 생기다’ ‘다시 태어나다’ 등 여러 가지 의미로 해석한다.

‘여섯’은 과거에는 ‘어슷’이라고도 하였는데, ‘어울려 서다’ ‘열리어 서다’ ‘여럿이 서다’ ‘어미’ ‘일어서다’ ‘인간 세상’ 등 여러 의미가 제시되었다.

‘일곱’은 과거 ‘닐곱’이라고도 했는데, ‘일어나 다시 시작하다’ ‘구부려 일하다’ ‘마음’ ‘영의 결합’ ‘일어나다’ ‘무한공간’ ‘일구어 파헤쳐보다’ 등 각각 다른 많은 의미로 해석한다.

‘여덟’은 과거 ‘여들’이라고도 했는데, ‘열기에 부족하다’ ‘열매’ ‘부부’ ‘인생’ ‘깨달아(열고) 듣다’ ‘팔여음’ ‘여물어 달리다’ 등의 의미로 보았다.

‘아홉’은 과거 또는 경상도 사투리에서 ‘아곱’이라고도 하는데, ‘안쪽 홈’ ‘아비(남근)’ ‘죽음’ ‘해탈’ ‘번식’ ‘인간마음’ ‘심신수양’ ‘다스리다’ 등 상당히 다른 여러 의미로 보았다.

‘열’은 ‘열다’라는 의미로 보면서도 ‘전체’ ‘깨닫다’ ‘열리다’ ‘완성’ ‘우주’ ‘열고 나가다(분열 독립)’ ‘참나로 열리다’ 등의 여러 의미가 있는 것으로 연구되었다.

이처럼 아직 연구가 완성되지는 않았지만, 대략적으로 ‘하늘에서 땅으로 내려온 생명력인 남자와 여자가 어우러져 다시 생명을 탄생시키고, 여럿이 함께 어울려 새로운 인간세상을 일구어야 함을 잘 알게 되면 나가서 새로운 세상을 열어라’는 정도의 어울림 생각의 틀을 가르친 것으로 볼 수 있다.

박정학 사단법인 한배달 이사장, 전 강원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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