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노조의 유체이탈 행보
현대차 노조의 유체이탈 행보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7.07.10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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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시작된 현대차의 위기 상황이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3월부터 계속된 사드 악재로 상반기 성적표는 2002년 중국 진출 이후 최대 위기에 봉착했다는 진단이다.

현대차 중국 합작법인 베이징현대는 지난 달 중국에서 3만5천여 대를 판매했는데 이는 전년 같은 달의 14만2천여 대에 비해 63% 정도가 감소한 수치다. 판매량은 3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중국 시장이 현대차의 글로벌 판매 최대 시장으로 꼽혔다는 점을 감안하면 가히 충격적이다.

더구나 독일 베를린에서 G20정상회담 일정 중 개최된 한중 정상회담에서 사드 보복 문제를 해결할 전기가 마련될 것으로 기대가 됐으나 덕담이 오간 회담 분위기와는 달리 사드와 관련해서는 양국의 입장차가 전혀 좁혀지지 않아 중국발 쇼크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어서 현대차의 시름은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여기에 한미FTA재협상 압박, 미국 금리 인상에 일본과 유럽연합의 경제동반자협정 합의 등으로 유럽시장에서의 타격도 불가피해 여러모로 현대차를 둘러싼 경영여건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자동차업계는 현대차 그룹이 상반기에 5조원대 매출 손실을 본 것으로 추산하며 이런 기류가 하반기에도 이어진다면 12조원대의 손실을 감수해야 한다고 전망하고 있다. 참고로 지난해 현대차의 당기순이익은 5조7천200억원이었다.

하지만 우리나라 노조를 대표하는 현대차 노조에게는 이런 상황이 남 일인 것 같다. 노조는 올해 임단협 난항을 이유로 지난 6일 교섭결렬을 선언하고 지난해에 이어 다시 파업수순을 밟기 시작했다.

주목해야 할 건 교섭결렬 시점. 공교롭게도 지난해 노조가 교섭결렬을 선언한 날은 7월 5일이었다. 그러니까 사드 악재로 올 3월부터 본격화된 중국 시장에서의 심각한 수출 타격 속에서도 교섭결렬 시점이 딱 하루 더 늦춰진 셈이다. 뭐가 그리 급할까. 이런 심각한 상황에서.

물론 9월부터 시작되는 노조집행부 선거를 의식해 8월 말까지 꼭 타결을 보겠다는 현 집행부의 의지가 담겼다지만 좀 더 회사의 앞날을 위해, 다시 말해 위기극복을 위해 머리를 좀 더 맞대는 여유를 가졌으면 더 보기 좋지 않았을까. 사측의 회사이기도 하지만 노조의 회사이기도 하지 않나.

심리학 용어 중에 ‘유체이탈’이라는 게 있다. 잘 알다시피 영혼이 자신의 신체를 빠져나오는 현상을 이른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이 용어는 사회현상 중 소위 힘 있는 사람이 자신을 제대로 돌아보지 못할 때도 자주 사용되고 있다. 자신의 일인데도 마치 남 일처럼 자신을 바라볼 때 사용되곤 한다.

지금 각종 위기로 회사는 힘들다. 사드가 뻥인가. 그거 노조의 일기도 하다. 왜 ‘남 일’처럼 구나. 그러다 현대차도 한 때 세계 자동차시장을 주름 잡았다 미래를 준비하지 못해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미국 디트로이트처럼, 아니 좀 더 가깝게 수주량 세계 1위를 자랑하다가 중국의 ‘저비용 공세’와 일본의 ‘엔저’위기를 극복하지 못하고 구조조정은 물론 기업까지 쪼개진 이웃 현대중공업처럼 큰 고통을 겪어봐야 ‘내 일’이 되고 말건가.

분명 노조에게도 영혼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그것은 몸, 즉 회사 밖에 있는 것 같다. 그러니 현대차 노조의 파업 때마다 울상 짓는 지역 경제를 지켜봐온 울산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노조가 집 나간 영혼부터 먼저 찾고 파업을 고민해봤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상길 취재1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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