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평등 보이스(Voice·Boys)’
‘성평등 보이스(Voice·Boys)’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7.07.09 1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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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 잊고, 아니 있는 줄도 모르고 지나갔을 법하다. 7월 1일부터 7일까지 일주일간으로 잡힌 ‘2017년 양성평등주간’을 두고 하는 말이다. 기념식은 마지막 날인 7일 오후 2시, 서울시 용산구 임정로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렸다. ‘함께하는 성평등, 모두가 행복한 대한민국’이란 주제가 내걸렸고 여성·시민단체, 기업인, 일반시민 등 500여명이 자리를 같이했다.

이날 시선을 모은 것은 1부 행사에서 발표된 ‘성평등 실천약속’이었다. 성평등(性平等) 문화를 가정과 일터, 사회 전반으로 확산시키자는 취지를 담은 ‘정부와 기업, 남녀가 함께하는 실천약속’은 모두 5개 구호로 짜여 있었다. ▲“성평등 직장문화, 나부터 우리부터!” ▲“일·생활 균형을 실천하는 사회로!” ▲“집안일, 함께 하고 함께 쉬고!” ▲“엄마 육아에서 부모 육아로!” ▲“서로를 존중하고 배려하는 사회로!” 특히 가정에서의 ‘실천약속’에는 ‘맞-살림’, ‘맞-돌봄’이란 신조어가 그 존재감을 유감없이 드러냈다. ‘백짓장도 맞들어야 낫다’는 우리네 속담, 그리고 부부가 ‘하이파이브’ 하는 장면을 떠올리게 하는 대목이었다.

여하간 우리의 신사임당 여사께서 타임머신이라도 대절해서 타고 행사장에 나타나셨다면 깜짝 놀라셨을 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나 요새 사람들은 그다지 놀라운 일도, 신기한 일도 아닐 것이다. 워낙 귀가 따갑도록 들어왔을 터이니까…. 문제는 ‘실천약속’이 아니라 ‘실천의지’에 있지 싶다. 그래서 “대다수 국민들의 실천의지에 불을 지피겠노라” 작심하고 주입(?)시키고자 애쓴 어휘가 이날의 ‘실천약속’이었을 것이다.

더더욱 흥미로운 것은,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에 편승(?)해서 ‘실시간검색어 1위급’ 모임이 하나 ‘고고의 성(呱呱의 聲)’을 울린 사실이다. ‘성평등 보이스’라는 모임! 이날 기념식 2부 행사는 다름 아닌 ‘성평등 보이스’ 출범식이었다. 여기서 ‘보이스’란 ‘목소리(Voice)’와 ‘남성들(Boys)’이란 두 가지 의미를 동시에 담았다고 했다.

‘성평등과 폭력 예방에 관심이 높은’ 명지대 김형준 교수, 배우 권해효 씨 등 문화·체육계, 민간단체·경제계, 언론·방송계, 공공기관·학계의 남성인사 45명이 서명지에 사인한 모양이다. 출범식 소식을 필자가 미리 알았다면 필시 “나도요!” 하고 손을 들었겠지만 유감스럽게도 지방에 치우쳐 있어선지 그러질 못해 못내 애석할 따름이다. 이분들은 앞으로 언론기고, 방송활동, 캠페인, SNS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성평등 문화 확산의 주체로서 남성들의 동참을 유도하기로 서약했다고 들린다.

이날 2부 행사에서는 성평등에 대한 이분들의 평소의 생각과 앞으로의 다짐 따위를 담은 자료집 ‘성평등 보이스’도 돌려진 모양이다. 그 중 일부를 맛보기삼아 옮겨 적는다. <성평등 보이스가 말하는 성평등이란?>→ ▲“성평등이란 우리 사회를 살맛나게 하는 새로운 가능성이다.”(가능성연구소 대표 서종우) ▲“성평등이란 가족 행복의 주춧돌이다.”(경인방송 아나운서 원기범) ▲“성평등은 다음 세대에 물려줄 선물이다.”(작가 박현규) <생활 속에 성평등을 위해 실천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이 있을까요?>→ ▲“남편이 주말에 1박2일 동안 아내 없이 가사와 육아를 전담하는 경험을 꼭 해보길 권유 드립니다. 여성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100마디 말보다 1번의 경험이 중요하기 때문입니다.”(정신의학과 전문의 정우열)

이쯤 하면 ‘성평등 보이스’가 어떤 일을 하는 단체인지 조금은 가늠이 갈 것도 같다. 한데 실천약속에 서명한 남정네들(=Boys)의 고백(=Voice)-비록 지극히 일부이긴 하나-을 들어보면, “이분들의 주변이 아직도 남성 우위의 세상인가?” 하는 의구심을 지우기 힘들다. “울산 바닥의 평균적인 남정네들은 ‘아내무섬장이’(=공처가·恐妻家 혹은 경처가·驚妻家)가 부지기수일 건데” 하는 선입견 때문인지도 모른다.

김정주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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