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호칼럼]북유럽에 대한 인식 오류에 대하여
[이정호칼럼]북유럽에 대한 인식 오류에 대하여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7.07.05 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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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부터 가보고 싶었던 북유럽 여행을 다녀왔다. 많은 여행상품을 검색하고, 그것을 비교 검토하여 지인들에게 홍보했더니 여러 사람들이 호응하였다. 이런저런 과정을 거치고, 멤버들이 일부 바뀌었지만 여섯 달을 기다린 끝에 마침내 열다섯 부부, 서른 명이 같이 여행길에 올랐다. 모두가 60대 중후반의 부부인지라 일정을 잘 소화해낼지, 혹여 건강에 무리가 있지나 않을지 약간의 걱정도 있었지만 모두들 큰 애로 없이 여행 일정을 모두 소화해냈다. 특히 기온과 날씨가 변덕이 심하다고 들었는데 용케도 좋은 편이어서 다행이었다.

12일 간의 일정이었지만 오가는 날짜를 빼면 열흘 동안이 현지 관광인 셈이다. 북유럽이라 함은 정확히 어디서부터 어디까지인지에 대한 정의는 이론의 여지가 있다. 그러나 대개 북유럽이라 하면 스칸디나비아반도 또는 그 주변의 다섯 국가들만을 가리킨다. 이들 ‘노르딕 5국’은 노르웨이, 스웨덴, 핀란드, 덴마크, 아이슬란드를 가리키는데 루터파 개신교가 우세한 지역이다. 국기가 모두 누운 십자 형태인데 색깔만 각기 다르다. 이 중 아이슬란드를 제외한 4개국과 러시아, 발틱 3국 중의 하나인 에스토니아를 포함하여 6개국을 다녀온 것이다.

여행 기간 내내 머릿속에 인식되어 있는 것과는 다른 모습을 많이 경험하였다. 우선 지형이 그 첫째인데, 노르웨이를 제외하고는 모두 산을 거의 볼 수 없었다. 그 다음으로는 온 천지가 다 심림지대인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았다.

북유럽 4국은 인지도가 높은 국가여서 사람도 제법 많이 살 줄 알았는데 다 합해도 대한민국 인구의 절반 수준밖에 안 된다. 위도가 매우 높아서 겨울이면 엄청 추워서 방학이 긴 줄 알았는데 여름방학이 더 길단다. 바이킹(Viking)의 후손들이라서 문화 인식이 낮은 줄 알았는데 그 역시 틀렸음을 확인하였다.

산을 보기 어려웠다는 건 뭔가 잘못된 생각을 하고 있었다는 말이 된다. 위도가 높으면 자연히 산도 높을 것이라는 얼토당토않은 생각 때문이다. 다만 스칸디나비아 산맥은 많은 산군을 거느리고 있는데 중남부의 ‘갈회피겐 산’이 최고봉으로 2천469m나 된다. 이 산맥은 위도가 높은데다가 북대서양 습기의 영향을 받아 빙하가 많다. 동쪽인 스웨덴 방향은 서서히 완만해지면서 평지에 이르지만 서쪽인 노르웨이 방향은 가파른 경사 지형으로 물이 바다에 떨어지면서 유명한 피오르드 침식 해안을 이루는데, 해안선 총 길이가 무려 2만1천km나 된다.

북유럽의 삼림은 경제림으로 유명하다. 핀란드의 경우 전 국토의 75% 내외가 삼림이나 산이 아니라 평지에 조성되어 있다. 스웨덴이나 노르웨이, 러시아 등지에도 삼림지대가 매우 넓지만 다 평지이다. 자작나무를 비롯하여 소나무, 가문비나무가 주종인데, 어느 나무나 가릴 것 없이 모두 경제림이다. 모두 쪽쪽 곧아서 목재로 쓰기에 그만이고, 펄프 재료로 가공하기에도 무척 편리하다. 그 외 나머지 땅은 일부 농경지를 제외하고는 모두 목초지가 조성되어 있다. 그러니까 북유럽 모든 나라들이 다 목축업을 기본적으로 하고 있다는 말이 된다.

기후나 일조량도 짚어보지 않을 수 없다. 가장 남쪽인 덴마크의 코펜하겐 위도가 55도이고, 스칸디나비아 3국의 수도인 오슬로, 스톡홀름, 헬싱키는 위도가 60도 내외가 된다. 그런데도 그리 춥지 않은 것은 멕시코에서 시작되는 북대서양 해류가 난류인데다가 편서풍이 산에 부딪히지 않고 불기 때문이다. 거기다가 겨울이 거의 8개월로 식물의 생육 기간이 매우 짧아서 서둘러 싹이 나고, 꽃이 피고, 열매를 맺는 속성을 갖고 있다. 이곳 사람들은 해만 보면 환장을 하고, 여름이 되면 마냥 들뜨고, 노느라고 정신이 없다는 말에 공감이 간다.

다음은 인종이나 인구를 살펴보자. 덴마크가 Viking 종주국이나 지금은 세 나라로 나뉘어져 있다. 스웨덴이 980만, 덴마크가 570만, 노르웨이가 520만, 핀란드가 550만 등 총 2천620만 명이다. 이 중 스웨덴 사람들은 남녀 평균 신장이 각각 185m, 175m에다가 두상도 작아서 선남선녀들의 나라라니 조상 덕을 많이 보는 사람들이다. 반면 핀란드는 같은 계열이 아니라 우랄 족으로 분류되는데, 백인이면서도 키가 그리 크지 않다는 특징이 있다. 이들도 도시에 몰려 살긴 하나 농촌이나 산간지역에 고루 분포하여 살고 있고, 별장촌도 곳곳에 보였다.

그 외에도 북유럽에 대한 인식 오류가 참 많다. 스웨덴에는 바사 박물관을 비롯하여 무려 60개가 넘는 박물관이 있고, 핀란드에는 시벨리우스의 ‘핀란디아’가 있다. 노르웨이에는 화가 뭉크와 조각가 비겔란이 있고, 그리그의 ‘솔베이지의 노래’가 있다. 덴마크에는 장난감과 동화가 있고, 자전거 천국이다. 인구 130만 명의 에스토니아는 합창 축제로 빛나고, 레닌과 스탈린을 완전히 버린 러시아에는 세계 3대 박물관 중의 하나인 에르미타주 박물관이 있다. 더욱 빛나고 탐이 나는 것은 노르웨이에서 만난 경이로운 풍광들이다.

이정호 (수필가, 전 울산교육과학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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