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공공기관 재교육 의뢰 늘었으면”
“지자체·공공기관 재교육 의뢰 늘었으면”
  • 김정주 기자
  • 승인 2017.07.04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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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래 울산대학교 산학협력부총장
 

개교 47돌 울산대 ‘지역인재 양성의 종갓집’

국가적 열의가 ‘공업입국(工業立國)’ 하나로 모아지던 1970년 3월, ‘인재 양성’의 기치를 내걸고 ‘울산공과대학’이란 이름으로 닻을 올린 지 어언 47년, 종합대학으로 승격(1985년 3월)한 지도 32년이 지났다.

개교 47년을 지나는 사이 나타난 ‘울산지역 인재 양성의 종갓집’ 울산대학교의 변화는 규모 면에서부터 괄목할 만하다. 2017년 현재 9개 단과대학, 19개 학부, 15개 학과, 58개 전공, 6개 대학원의 울타리 속에 전임교수 1천111명, 학부생 1만 2천162명, 대학원생 1천111명의 대가족이 미래 울산의 자양분이 될 것임을 스스로, 그리고 서로에게 다짐하고 있다.

반세기 역사를 눈앞에 둔 ‘울산대학교 호’는 이제 묵직한 항해의 궤적을 자부심삼아 ‘세계 속의 대학’으로 더 높이 발돋움하기 위한 채비로 여념이 없다. 그러한 ‘울산대 호’가 지금은 어디쯤에 와 있고, 또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일까?

‘대학교 수준’에 대한 객관적 자료를 대학 측에 요청했다. 답이 나왔다.

△영국 THE 2017 아시아대학평가 한국 12위·아시아 66위 △영국 THE 2017 설립 50년 미만 세계대학평가 한국 4위·세계 101위 △영국 QS 2017 세계대학평가 한국 17위·세계 551~600위 △네덜란드 라이덴연구소 2017 세계대학 연구력평가(Leiden Ranking) 국내 8위·세계 649위 △시가총액 상위 10대 기업 울산대출신 임원비중 국내 12위 △산업계 관점 대학평가, 자동차·조선·토목·정유석유화학 분야 최우수 대학…. 그리고 또 더 있다.

“2017년 현재 울산시민이 자랑하는 ‘명문’으로 성장했습니다.” 대학교 관계자의 말이다. 덧붙이는 말도 있다. “이는 그동안 지역 주력기업인 현대중공업의 전폭적인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美의대 연수중 이승규 박사 제안에 ‘울산行’

그러나 이제부터는 자립(自立) 의지를 다져 나가야 한다. 지난해 갑자기 불어 닥친 세계적 조선업 경기의 급강하로 ‘주력기업의 전폭적인 지원’을 더 이상 기대할 수 없을 만큼 주변의 상황이 급변했기 때문이다.

울산대학교병원을 6년간 성공적으로 이끌어 왔던 조홍래 교수(60·직전 대학병원장·사진)를 재단 측이 지난 3월 1일 ‘산학협력부총장’으로 전격 발탁한 것도 그러한 변화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부임 4개월이 갓 지난 조홍래 부총장을 3일 오전 그의 집무실(본관 4층)에서 만났다. 프로필을 참고삼아 ‘신상 털기’부터 시작했다.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에 입학한 바로 그 해(1976년) 2월, 졸업한 고등학교가 서울 신일고였다. 모교(母校)를 주제로 첫 질문을 던졌다. “신일고라면 야구 명문고 아닙니까?” 의외의 반응이 나왔다. “제가 다닐 때만 해도 신일고는 야구가 아니라 농구 명문고였습니다.” 그러나 “농구 실력은 별로”라며 씩 웃어넘긴다. 소문대로 성격이 스스럼없고 참 소탈하다.

신상 털기는 스스로의 몫이었다. 본인 진술(?)에 따르면 1982년 서울의대 졸업 이후 3년간은 공중보건의로 봉직했다. 다시 서울대학교병원 전공의와 전임의를 거쳐 1990년부터는 작심하고 한림의대에 뜻을 심기 시작했다. 전임의, 전임강사, 조교수를 거쳤고 한림의대 말년에는 미국 에머리(Emory)의대 ‘이식면역연구소’에서 2년간(1995~1997) 연수하며 연구원 경력을 쌓았다.

그러던 차에 변화가 찾아왔다. 인생행로를 획기적으로 바꿀 만한 대사건(?)이었다. 당시 사울아산병원 주임교수이자 ‘간 이식의 대가’로 통하던 대학선배 이승규 박사(현 서울아산병원 의료원장)가 느닷없이 콜(call)을 보내 온 것. ‘울산대학교병원에서 초빙교수로 일해보지 않겠느냐’는 제안이었다. 망설였지만 흔쾌히 받아들였다. ‘외과과장’ 자리가 주어졌다.

‘병문안 문화 개선’ 시민운동으로 승화시켰으면

제의를 받은 시점 1997년은 ‘혜성병원’이 울산대학교병원’으로 간판을 ‘갈아달던 무렵이다. “와서 보니 처음엔 실망이 컸죠. 새로 짓는 병원도 아니고, 간판만 바꾼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하지만 지금은 그때 내린 결단을 조금도 후회하지 않는다. 그 유명한 ‘서울아산병원’과 ‘강릉아산병원’을 협력병원으로 두고 있고 이들 3개 대학병원의 교수진이 근 800명에 가까워 더 없이 든든한 때문이기도 하다.

더욱이 ‘이식’과 ‘암’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리자 했던 초기의 꿈도 이젠 꿈으로만 머물지 않는다. 재단 측의 꾸준한 지원에 힘입어 최근엔 ‘골수이식’용 장비와 시설, 그리고 중환자실 여건은 다른 대학병원에도 부러워할 정도다.

내친김에 시범기간을 거쳐 7월 1일부터 공식적으로 시작한 울산대병원의 ‘병문안 문화 개선 캠페인’에 대한 소견도 듣기로 했다. 이 캠페인은 수년 전 전국을 떠들썩하게 만든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가 불러일으킨 일종의 문화운동이다.

“수개월 전부터 준비해 왔지만 아직 설익은 단계인 것 같아요. 인내심이 필요할 거예요. 그 뿌리가 우리네 상부상조, 십시일반 문화에 박혀 있으니 더욱 그럴 겁니다. 사실 병원이란 특수한 환경은 사람들이 많이 끌어들일 수밖에 없는데 그럴수록 서로가 최소한의 에티켓은 지켜야 하지 않을까요? 시민운동으로 승화시키는 것도 바람직하겠고.”

현대중공업 측면지원 줄어 ‘불확실성’ 아쉬움

말머리를 다시 울산대로 돌렸다. 직함 속 ‘산학협력(産學協力)’이 의미가 궁금했다. 용어사전에는 “기업과 교육기관이 교육 및 연구 활동에서 제휴, 협동, 원조를 통해 기술교육과 생산성의 향상을 기하는 방식”이라고 나와 있다.

순간, 울산대 설립자인 고(故) 정주영 회장의 이미지가 스쳐 지나갔다. 그는 지질 줄 모르는 창업과 산업발전을 통해 이 나라의 경제를 반석 위에 올려놓은 주인공의 한사람이다. 그러기에 그는 대학교육의 의미를 누구보다 뼈저리게 체감했고, 울산대의 오늘도 그분의 고뇌어린 집념 덕분에 존재하는 것 아닌가? 그런 아산(娥山)이 ‘산학협력’을 어떻게 정의할까?

대학 측은 설립자 아산의 창학(創學)정신에서 그 의미를 찾고 있다고 했다. 산업체에서 현장 경험을 하는 영국의 ‘샌드위치 교육 시스템’을 국내 최초로 도입한 것도, 산업도시 울산의 글로벌 기업에서 인턴십을 통해 산업체 현장의 실무능력을 배양하는 것도, 산업 현장의 노하우를 가진 기업체 임직원을 ‘산학협력중점교수’로 임용하는 것도 모두 아산의 창학정신에서 비롯됐다는 얘기였다. 사실 울산대는 산업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전직 CEO들을 대거 산학협력교수로 받아들이고 있고, 그 효과가 누적되면서 자타가 산학협력교육에서의 ‘최고’로 인정하고 있다.

“지역 여론주도층 인사 대부분 울산대 출신”

조홍래 부총장이 다시 말문을 열었다. 비영리기관인 대학에도 크게 4가지 수입원이 있다는 얘기였다. △등록금 수입과 △기부 및 전입금 수입, 그리고 △지적재산권의 기업 이전에 따른 수입(=교수가 겸직하면서 창업한 끝에 수입이 생기는 경우 대학 측에 건네는 일종의 ‘성공불’)과 △국가정책사업 또는 공적 사업 수행에 따른 지자체·공공기관의 예산 지원이 그것.

그러나 지금부터는 살얼음을 걸어야 할 판이다. 듬직한 우군(友軍)이었던 현대중공업의 유례없는 경영난이 불확실성을 가져왔다.

그래서 아쉬운 것이 지자체의 도움이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은 매년 울산시에서 100억원, 울주군에서 50억원을 지원받지만 울산대는 그런 소식과는 거리가 너무도 멀다. ‘국립’과 ‘사립’의 차이 탓인가? 대학 경영진의 고뇌는 갈수록 깊어질 수밖에 없다.

울산시에서도 해마다 직원들의 대학원과정 교육을 의뢰해 오고는 있지만 만족스러울 만큼은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을 비롯한 혁신도시 내 공기업 임직원들의 재교육이라도 맡을 수 있다면 그나마 다행일까? 재교육이든 대학원과정 교육이든 그런 여건은 넉넉하 갖춰두고 있다. 교육부의 △사회맞춤형 산학협력선도대학(LINC+) 육성사업 △조선해양산업 퇴직인력 활용 전문인력 양성사업 △에너지인력 양성사업 △건설기계 R&D 전문인력 양성사업과 같은 정부지원사업을 무턱대고 따낼 수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기에 자긍심이 남다르다.

또 다른 자부심도 있다. ‘“지역사회에 대한 기여도는 애써 설명할 필요가 없겠죠. 공직자를 비롯한 지역 여론주도층 인사 가운데 울산대를 거쳐 가지 않은 분이 과연 몇 분이나 있을까요?” ‘지역인재 양성소’라는 값진 별명, ‘울산 인력 양성의 중심에 있다”는 객관적 평가를 오래도록 유지하고 있는 캠퍼스는 47년 역사의 울산대가 사실상 유일한 셈이다.

“서생 앞바다 해상풍력발전사업 순항했으면”

울산대 산학협력부총장실에서 주관하는 사업 중에는 울주군 서생면 앞바다를 대상으로 추진하는 ‘부유식 해상풍력발전소 건설 사업’이 있다. (이 소식은 얼마전 서생면주민협의회 관계자가 ‘부유식 풍력발전 사업’에 관한 토론회에서 밝힌 적이 있다.) 사업의 진행상황을 물었다. 조 부총장은 이 사업의 실질적 책임자인 신현경 울산대 조선해양공학부 교수를 통해 상황을 들려주었다.

신 교수는 ‘다 된 죽에 코 빠졌다’는 느낌을 전해 왔다. 지난해 11월 서생면 8개 어촌계장의 승인을 가까스로 이끌어내고 원활하게 진행되고 있던 사업이 새 정부의 ‘신고리 5,6호기 임시중단’이란 갑작스런 조치로 무산될지도 모를 위기에 놓이게 됐다는 것. 이 사업이 진행될 해역은 부산시 기장군과 울주군 서생면의 경계에서 가까운 서생면 해역(4km 앞바다)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울산대 ‘해양공학수조’에서는 지금도 ‘부유식 풍력발전’ 실험이 끊임없이 진행되고 있다. 신 교수와의 대화가 좀 더 이어졌다.

“서생면 주민들은 전 정부의 말을 믿고 신고리 5,6호기의 건설 사업이 순조롭게 진행될 줄로 앍고 있었는데 (일시) 중단한다는 소식이 느닷없이 전해지는 바람에 대단히 격앙돼 있고 해상풍력발전 사업도 못 믿겠다는 분위기가 팽배합니다.” 서생면 주민대표와 수시로 접촉하고 있다는 신 교수의 전언이었다. 그는 “탈핵(脫核) 정책이야 나쁠 건 없지만 현 정부가 갈등의 빌미를 제공하는 것은 사려 깊지 못한 것 같다”는 느낌도 덧붙여 말했다.

오전엔 대학병원 출근… 독실한 기독교신자

조홍래 부총장은 매일 오전 이른 시간이면 울산대학병원으로 출근한다. 전공의 교육, 외래진료, 주요회의는 거부할 수 없는 그의 일상으로 굳어 버렸다.

부모님의 고향이 이북(부친은 흥남, 모친은 함흥)인 그는 집안 영향으로 요즘도 울산제일교회(남구 신정동) 주일예배에 빠지는 일이 드물 정도로 신앙이 두텁다. 두 살 아래 부인 현희경 여사(58)와의 사이에 3남매를 두고 있다.

대한암협회 이사(2003~), 대한이식학회 상임이사(2009~), 국립장기이식관리기관 장기이식운영위원(2010~) 직함은 지금도 유효하다. 교육부 학술연구심사평가위원(2009~2010), 한국연구재단 전문위원(2012~2014)을 역임한 바 있다.

글=김정주 논설실장·사진=정동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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