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쩡한 월성1호기 왜 죽이나?
멀쩡한 월성1호기 왜 죽이나?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7.07.03 20:2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얼마 전 “현재 수명연장 중인 월성1호기는 가급적 빨리 폐쇄하겠다”고 대통령이 밝혀서 원자력업계 전체가 패닉에 빠졌다. 월성원자력은 중수로이며 U235를 0.7% 함유한 천연우라늄을 사용하고 있다. 그러므로 3~5% 저농축 우라늄 경수로보다 제작 부대비용이 적고 연료비 면에서도 경쟁력이 높은 강점이 있다. 무엇보다 국산화 개발로 완전자급의 길이 열려 있으나, 현재 국제시세가 맞지 않아 잠시 개발이 유보된 상태다. 또한 경수로 폐연료는 재처리 사업이 국제적으로 승인되어 있고, 중장기 마스터플랜이 구축된 후에는 연소되지 않은 엄청난 양의 U235를 분리하여 연료로 탈바꿈하면 연료 수입 걱정이 없는 그야말로 군침 도는 원자로형이다.

단독 그리드(환상망)인 우리나라는 망의 크기가 커질수록 주파수 조정이 어렵고 속응성을 담보할 수 있는 대용량 발전소가 항상 대기하고 있어야 한다. 이런 경우에도 중수로는 최상의 선택이며 세계에서 유일하게 전자동 컴퓨터 컨트롤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즉 100% 출력으로 증가 혹은 감소시키는 데 100초가 걸린다니 정말 놀랍지 아니한가. 기술적으로 월성1·2호기는 설계 당시부터 펌프하우스 설비, 비상냉각 설비, 압축공기 설비, 전기 계통, 중수승급 설비 등과 같은 공용화 설비가 많으며, 한 호기만 단독 제거작업을 할 때 인접 호기의 안전 위해와 방사능 물질의 비산으로 큰 어려움이 숙제로 남게 된다.

현재 월성1호기는 새 발전소로 탈바꿈되어 있다. 발전소 위치와 겉껍데기만 그대로일 뿐 핵심설비 전체는 물론 제어용 컴퓨터 및 새 냉각재 등 9천여 건을 완전히 신품으로 교체한 상태다. 특히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교훈 삼아 설비 37건의 보강이 추가로 이루어졌다. 이동형 발전차량, 원자로 건물 배기 설비, 피동형 수소제거 설비, 자동 지진정지 설비 등이 그것이다. 우리 기술진들의 각고의 노력은 동일 노형의 해외 발전소에서 벤치마킹할 정도의 롤모델로 부각되고 있다. 이 외에도 가장 돋보이는 면은 중수로 종주국인 캐나다에 기술을 역수출한 것이다.

이제 세계가 놀란 화려한 운전 이력과 최고 수준의 기술자 확보 등으로 새 역사 30년을 쓰기 위해 만반의 준비가 갖춰졌는데 제발 노후니 고물이니 등의 용어를 쓰지 않기를 바란다. 사실 그동안 천문학적인 비용이 투입되었으며 향후 5년 뒤인 2022년에는 1호기가, 그리고 2026년에는 2호기가 연이어 설계수명에 도달하게 되므로 필요하다면 차근차근 일괄 영구정지 시나리오를 준비하는 방식이 바람직할 것이다.

지금 미세먼지, 지진 공포감, 이산화탄소 감축량, 전력 과다 예비율 등이 우리나라의 발목을 잡고 있다. ‘설계수명이 만료된 원전 연장 가동은 낡은 선박의 선령을 연장하는 것과 같다’고 새 정부의 정책브레인들이 인식하고 있다는 데에 그 심각성이 있다. 이것은 최첨단 기술의 집약체인 원자력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부족한 탓이다. 세계 각국은 안전성이 확보되면 설계수명을 배로 늘려가면서까지 연속운전을 하고 있는 추세이다. 현실적 대안으로 원자력의 불을 다시 지피는 것을 왜 보지 못하고 탁상공론인 장밋빛 청사진만 펼쳐놓고 신재생에너지가 오롯이 전부인 것처럼 자화자찬하고 있는가.

선진 각국에서는 국정 최고책임자가 원자력을 팔기 위해 세일즈 외교로 미래먹거리를 창출하는 것도 타산지석으로 삼으면 좋겠다. 전 세계가 총칼 없는 에너지 전쟁을 하고 있는 이 위기를 머리를 맞대고 슬기롭게 대처해 나가야 한다. 특히 97%의 에너지를 수입하면서 경제성 있는 다변화를 물색한다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 선배들이 피땀 흘리며 목숨 바쳐 이룩한 값진 원자력 기술이 사장되지 않고 세계를 향하여 웅비할 수 있도록 국가적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옳지 않을까.

신재생에너지의 대표주자인 태양광과 풍력으로는 전기의 고품질을 유지하는 데 큰 어려움이 상존하는 게 사실이다. ‘한국전력 영웅상(英雄賞)’을 수상한 바 있는 필자는 기상천외한 발전방식이 선보이기 전에는 우리나라는 원자력이 에너지 믹스의 주종이 될 수밖에 없음을 강조하고 싶다. 끝으로 법치국가답게 법에 의해 허가된 10년 수명을 보장하기 바란다. 또한 정부 스스로 조령모개 식 법 해석을 하고 지시 일변도로 나서는 것은 국제적 신인도만 무너뜨릴 것이다. 아울러 나라의 명운이 걸린 중차대한 정책은 국민투표로 결정해도 늦지 않다.

<박재준 원자력발전 전문가·울산전문경력인사지원센터 전문위원>


인기기사
정치
사회
경제
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