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해 예방, 근본대책이 필요하다
재해 예방, 근본대책이 필요하다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7.06.29 2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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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인데 장마 같지 않다. 비가 부족한 탓에 ‘마른장마’라는 역설적 표현까지 나왔다. 마른 논바닥이 쩍쩍 갈라지며 대지는 목이 타들어 가고 덩달아 농심(農心)은 속이 타들어 간다.

올해는 장마 기간에 비가 많이 부족하고 대신 폭염이 기승을 부릴 것이라는 기상청 관측을 보며 우리나라도 더 이상 사계절이 뚜렷하다고 장담하긴 힘들 것 같다. 무엇보다 최근 내리는 비를 봐도 우리나라의 기후가 아열대가 아닌가란 착각이 들 정도로 게릴라성 폭우와 국지성 집중호우가 빈번해지고 있다.

우리 중구는 이미 지난해 유례없는 기상이변과도 같았던 태풍으로 인해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은바 있다. 10월에 내습한 가을태풍 ‘차바’는 반나절 사이 300㎜가 넘는 비를 뿌렸고 4명의 사상자를 냈다. 또 2천150억원의 재산피해와 2천800명의 이재민, 차량 1천600여대를 침수시키는 등 울산에 사상 최악의 피해를 안겼다.

지난 10여 개월 동안 울산시를 비롯한 5개 구·군은 1천300여억 원에 달하는 비용을 투입해 피해 복구에 나서고 있지만 여전히 차바가 남긴 생채기의 흔적 속에 지역사회 전체가 몸살을 앓고 있다. 태풍 내습 당시 가장 피해가 컸던 우리 중구는 문제가 되었던 배수시설과 저류조를 정비하고 100여대가 넘는 양수기를 추가 구입해 재난상황에 대비하고 있다.

그러나 7km가 넘는 띠 모양의 혁신도시가 조성된 이후 중구는 지형적 변화가 이뤄진 탓에 근본적 대응책이 수립되지 않는 한 제2, 제3의 태풍 차바에 대한 주민들의 불안감을 해소하기엔 역부족인 모양새다. 무엇보다 LH가 시공한 울산혁신도시와 태화강 사이에 끼어있는 태화·우정시장 일원은 사발 모양의 저지대인 탓에 집중호우 시 또 다시 수해가 날 가능성이 높아 근원적인 재난방지 시스템이 시급하다.

하지만 태화·우정시장에 대한 자연재해위험개선지구 정비사업 용역은 내년 4월에서야 완료될 예정이다. 이 때문에 수해 방지를 위한 배수펌프장 설치와 우수관거 개선, 시장 상부 혁신도시 우수저류조의 IoT(사물인터넷) 기술을 활용한 홍수예측 종합시스템 구축 등과 같은 대책 역시 용역 결과에 따라 이뤄질 계획이다.

무엇보다 차바 이후 빚어진 주민과 행정당국 간의 깊은 갈등의 골을 메우는 일도 중요하다. 특히 최근 LH가 한국방재학회에 의뢰한 태풍 차바 침수피해 원인 규명조사 연구용역 결과로 인해 분란만 더욱 커져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

한국방재학회는 침수피해의 직접적 원인이 설계빈도를 초과하는 기록적 호우에 따른 것이며 혁신도시 개발에 따른 홍수량 증가는 없었다며 사실상 천재지변 탓이지 LH의 잘못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 때문에 태화·우정·유곡동 주민들로 구성된 재난대책위원회는 용역 결과를 인정할 수 없다며 극심한 반발로 맞서고 있다.

이미 LH는 혁신도시 개발 과정에서 끊임없는 부실시공 논란과 어설픈 대처로 지역사회의 신뢰를 잃은 지 오래다. 게다가 여러 부실문제에 대해 속 시원한 해결책도 내놓지 않고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최근 정갑윤 국회의원이 LH가 내놓은 태풍 차바 피해 원인 규명에 대한 재조사 필요성을 제기하고 나서며 주민들의 목소리를 대변했다. 그런 만큼 이제 LH도 더 이상 책임을 미루고 회피하며 미온적 대처로 시간만 끌 일이 아니다.

빠른 시일 내 울산시와 중구청, 중구의회, 주민이 참여하는 협의체를 만들어 공정하고 신뢰할 수 있는 적극적인 대화와 소통에 나서야 한다. 이것이 태풍으로 인해 입은 우리 중구의 상처를 치유하고 언제 또 발생할지 모를 자연재해에 항구적인 예방책을 수립하는 단초임을 다시금 강조하고 싶다.

강혜순 울산광역시 중구의회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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