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같은 정부 방침을 두고 울산지역이 다시 한 번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또 하나의 ‘뜨거운 감자’가 싹을 틔운 것이다. 원전주변지역(울주군 서생면) 주민들을 중심으로 조직된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 반대 범군민대책위원회’는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격앙된 표정들이다. ‘건설 중단에 대한 집행정지 가처분신청’과 서명운동, 대규모 집회와 장기 천막농성도 불사하겠다고 벼르는 중이다. 이와는 달리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을 줄기차게 요구해온 ‘탈핵 울산시민 공동행동’은 정부의 공론화 결정을 열렬히 환영하며 대조를 보이고 있다. 민심이 수습하기 어려울 정도로 깊은 간극을 보이며 크레바스처럼 쪼개진 것이다.
양대 진영의 찬반논리에 무시 못 할 진실이 담겨 있는 것만은 사실이다. 특히, 길게는 40년 가까이 불안을 감내하며 살아온 서생면 주민들로서는 신고리 5·6호기의 건설 중단 여부가 생존권을 좌지우지할 만큼 심각한 문제일 것이다. 원전 건설현장에서 비지땀을 흘리는 수백 명의 건설인부들에게는 생계와 일자리 문제가 동시에 걸려 있는 절박한 사안으로 다가갈 것이다.
정부가 그런저런 고민 끝에 내놓은 대안이 공론화 과정을 한 번 거쳐 보자는 긴급제안인 것 같다. 그러나 현실은 결코 녹록치가 않아 보인다. 원전주변지역 주민들과 공사인부들만 해도 언제 ‘불붙는 감자’로 급변할지 모르는 화약고와 같은 주체들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생계 문제와 일자리 문제를 적절한 선에서 해결할 수 있는 지혜로운 선택이 아닌가 한다.
‘원전해체기술연구센터’ 설립에 울산-부산-경주를 같이 참여시키되 그 입지를 세 도시의 중간지점인 울산으로 정하는 방안도 ‘솔로몬의 선택’ 중 하나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만약 이러한 가설이 가시화된다는 보장이 선다면 울산시민들은 공론화 과정을 차분하고 참을성 있게 지켜보는 것도 그리 나쁘진 않을 것이다. 정부의 현명한 방향제시와 울산시민들의 성숙한 시민정신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히 요청되는 시점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