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어데 넘이가?” ⑧
“우리가 어데 넘이가?” ⑧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7.06.28 2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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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겨레의 원초적 사유방식인 ‘홍익인간’을 이해하는 데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뿌리가 천부경이다. 천부경이 『한단고기』와 대종교 쪽에서만 나오므로 아직 학계의 공식적인 인정을 받고 있지는 못하지만, 천부경은 수많은 별들이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어우러져 돌아가는 하늘의 이치를 땅에서도 실천하라는 가르침으로, ‘우리’와 연결되기 때문이다. 천부경을 바로 이해하려면 크게 두 가지를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먼저, 천부경이 전해져온 역사다. 「태백일사」 ‘소도경전본훈’에는 “천부경은 천제환인이 다스린 환국으로부터 말로 전해진 글이다. 환웅대성존 천강 후 신지 혁덕에게 명해 녹도문으로 적게 했고, 고운 최치원이 또한 일찍이 신지 전자(篆字)로 된 고비를 보고 다시 서첩으로 만들어서 세상에 전한 것”이라면서 ‘一始無始一 析三極無盡本 天一一地一二人一三 一積十鉅無化三 天二三地二三人二三 大三合六生七八九 運三四成環五七 一妙衍萬往萬來 用變不動本 本心本太陽昻明 人中天池一 一終無終一’이라는 81자의 서글(漢字의 우리말) 천부경을 소개하고 있다.

문제는 이 81자 서글 천부경을 우주원리, 수련방법, 민족철학 등으로 보면서 서로 다르게 해석하는 수많은 의견들이 나와 있을 뿐 통일된 해석조차 없다는 것이다. 천부경의 원형이라고 할 수 있는 말 천부경, 전자 천부경에 대한 제대로 된 연구 없이 현대 한문식으로만 접근해서는 그 근본 뜻을 알 수 없는 것은 당연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이 서글 천부경 81자를 천부경의 원형으로 보지 않고, 아직은 그 해석에 대해 무게를 주지 않고 있다. 그래서 2014~5년 세계천부경의 날 행사와 2016년 한배달 천부경학술대회에서 말 천부경과 전자 천부경에 대한 발표를 시도했으나 아직은 상당히 부족한 수준이다.

또 하나, 바른 해석을 위해서는 당시 천부경이 활용된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 당시의 상황에 대해서는 「단군세기」 11세 단군조에 “환웅천왕께옵서 개천하시고, 무리를 거두심에 전을 세워 계를 지키게 하고, 천경과 신고로 교화하셨다.…46년(서기전 1846) 3월에 산의 남쪽에서 술과 음식을 갖추어 삼신에게 제사 올리고, 그날 밤 특별히 널리 술을 하사하시어 여러 사람들과 더불어 술잔을 돌려가며 술을 마시면서 여러 가지 재주들을 관람하셨다. 이 자리가 끝나자 마침내 누각에 오르셔서 천부경에 대해서 논하시고 삼일신고를 강연하셨다.”라고 요약되어 있다. 제천행사와 관련이 되고, ‘밤’에, 함께 술 마시고 즐긴 후 임금이 강론한 것이 천부경이니 이런 상황과 맞추어 해석해야 하는 것이다.

제천행사는 단합행사이며, 단합의 수단으로 음주가무가 들어간다. ‘여러 가지 재주’라는 말에 포괄적으로 들어있다. 또 밤이라는 상황에서는 하늘의 별과 관련이 있을 수 있음을 암시한다. 술에 취해 기분 좋은 상태에서 대중들에게 한 말이라면, 일반 백성들이 알아듣고 실천하기가 쉬운 내용이었을 것이며, 임금이 한 말이라면 전체 백성들과 관련이 될 것이다.

하늘의 별을 가리키며 ‘저 수많은 별들이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어우러져 돌아가고 있듯이’ 하늘의 이치대로 서로 싸우지 말고 한 덩어리로 어우러져 살아야 한다는 ‘하나 됨’, 집단행동에서 필수적인 어울림의 원칙을 강조한 것으로 보는 것이 가장 무난한 ‘천부경 이해’일 것이다.

이것이 천부경의 큰 의미(大義)로서, 81자의 서글 천부경이나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 일곱 여덟 아홉 열’이라는 16마디의 말 천부경, 이를 전자(篆字)로 표기했다고 보는 영변지 등 16자의 전자(篆字) 천부경 모두를 해석하는 바탕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이와 무관한 현대 한자식 해석은 이런 바탕과 관계없이 서글의 뜻으로만 해석하므로 원래의 의미와 멀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박정학 사단법인 한배달 이사장, 전 강원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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