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존여비와 양성평등
남존여비와 양성평등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7.06.27 2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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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로마 신화에 보면, 여성들로만 이루어진 나라인 아마존 왕국에 대한 전설이 있다. 아마존에는 남성들은 한 명도 없고 오직 여성 전사들만 있었는데, 말을 타고 활을 쏘기 위해서 오른쪽 젖가슴을 잘라내기도 했다. 남자아이가 태어나면 죽이고 여자아이만 길렀다고 한다. 그래서 강한 여성들의 대명사를 ‘아마조네스(Amazones)’라고 부르기도 한다. 아마존이란 나라가 실제로 존재했었는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오랫동안 정치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차별 받아 온 여성들에게 아마존 신화는 가슴을 뻥 뚫어주는 시원한 ‘사이다 이야기’임이 분명해 보인다.

인류가 문명시대에 들어온 이래 지배계급과 피지배계급의 차별은 계속되어 왔다. 고대 그리스와 로마 시대에는 부귀를 누리는 자유민과 몰락한 자유민 및 노예계급으로 나누어졌으며, 중세에서는 봉건영주와 농노라는 형태로 나타났고, 자본주의사회가 되면서 자본가계급과 노동자계급이라는 형태로 바뀌었다.

사람들은 오랜 세월 동안 인간은 평등하다고 외치며 지배계급과 피지배계급을 없애기 위해 노력해 왔다.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남성의 입장에서 그들만의 평등이었던 것이다. 민주주의가 처음 시작된 고대 그리스에서도 여성의 위치는 보잘 것 없었다. 심지어 아내는 집안일을 돌보는 존재로서 여성이나 남성이 아닌 중성(中性)으로서 취급당하기까지 했다. 심지어 철학자 루소는 여성을 남성을 위하여 만들어진 존재로까지 생각하였다.

한편 고구려의 온달장군은 평강공주에게서 교육을 받아 장군이 되었다. 뿐만 아니라 신라에는 그들만이 가지고 있던 골품제라는 독특한 신분제도 때문에 세 명의 여왕이 존재했다. 또 조선 초기 신사임당은 자신의 친정집에서 아들 이율곡을 낳게 된 것을 보면, 그때까지만 해도 남존여비 사상은 별로 없었던 것 같아 보인다.

하지만 조선 중기 이후 칠거지악(七去之惡), 삼종지도(三從之道), 여필종부(女必從夫)같이 남존여비의 사상이 강화된 것으로 생각된다. 조선시대 여성들의 생활상은 당시 속담에도 잘 드러나 있다.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 ‘여자와 북어는 팰수록 부드러워진다’, ‘여자와 접시는 내둘리면 깨진다’ 등과 같은 속담이 그 예다.

그러나 자본주의가 발달하고, 여성도 노동에 참여하게 되면서 남녀평등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점차 여성들도 남성과 똑같이 교육을 받고, 직업에 종사하며 임금을 받을 것을 요구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여성의 참정권은 제1·2차 세계대전을 계기로 인정되었는데, 한국은 광복 후 제헌헌법에서 양성평등을 규정·보장하여 참정권의 양성평등이 실현되었다. 그러나 기타 실제 사회면에서는 아직 완전한 평등이 실현되지 못하고 있다. 예컨대, 직장에서의 차별정년제, 여성의 저임금, 결혼퇴직제 등이 아직 존재하기 때문이다.

양성평등(兩性平等)이란 남녀의 성(性)에 의한 법률적·사회적 차별을 하지 않는다는 원칙으로 남녀평등(男女平等)이라고도 한다. 양성평등의 실현은 세계화 시대에 있어서 여성도 남성과 같이 능력을 개발하고 이를 기반으로 국가사회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는 데 의의가 있다.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여자니까 또는 남자니까 하는 생각을 아직도 하는 것 같다. 예를 들어 남자는 쉽게 울면 안 된다, 여자는 남자를 잘 만나야 한다는 등의 고정관념을 버려야 한다. 양성평등을 이룰 수 있는 제도적 노력과 상대적 평등이 절실해 보인다. 가장 근본적인 해결 방안은 스스로부터 남성과 여성에 대한 편견을 없애려는 노력이 우선이다.

<신영조 시사경제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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