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유화 사태 ‘강 건너 불’이 아니다
대한유화 사태 ‘강 건너 불’이 아니다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7.06.21 2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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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이 피켓을 들고 시청으로 몰려간다는 것은 ‘그래도 기댈 만한 곳은 시청뿐’이라는 절박한 심정의 표현일 것이다. 21일에는 시위 현장에 빨간 티셔츠 차림에 방독면까지 쓰고 나섰다니 사태의 심각성을 미루어 짐작할 만하다.

울산시청으로 몰려간 사람들은 울주군 소재 대한유화 온산공장 주변에 사는 주민들이다. 이들은 시청 앞 ‘방독면 시위’에서 ‘공장 가동 중단’을 요구했다. 공장 굴뚝의 플레어스택(flare stack=가스를 태워 대기 중에 내보내는 장치)에서 매연과 불기둥을 보름째 뿜어내는 원인 하나 제대로 밝혀내지 못한 울산시를 향해 불만도 쏟아냈다.

특히 피켓에 쓴 ‘지옥불 같은 불기둥’, ‘성분도 모르는 매연’, ‘비행장 같은 소음’이란 글로 보름째 꺼지지 않는 고통을 호소하고자 했다. “눈 가리고, 코 가리고, 귀도 막고, 30일간 참아보라”는 말과 함께 “시민 안전은 무시한 기업 봐주기 행정이 아니냐”며 항의하기도 했다. 30대 회사원 K씨는 “진동이 너무 심해 지진앱으로 측정했더니 규모 2~3의 지진이 발생한 것 같았고 책상위의 물컵이 다 흔들리더라”고 생생한 체험담을 전했다.

그런데도 시는 주민들을 다독거릴 만한 대책을 아직 못 세우고 있는 것으로 비쳐져 안타깝다. 지난 14일 “7월 말까지 문제를 해결하라”고 대한유화 측에 시설개선명령을 내린 정도가 고작이라는 말도 나온다. 사실이라면 여간 큰일이 아닐 수 없다. 시는 시민의 안전과 삶의 질도 같이 껴안을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들리는 얘기로는 사법권을 가진 낙동강유역환경청 소속 환경감시단이 대한유화 온산공장을 대기환경보전법 위반 혐의로 조사하기로 한 모양이다. 지난 13일 조사에서는 공장 굴뚝에서 나온 매연 속 화학물질이 기준을 초과한 사실을 확인했다 하니 거는 기대가 크다. 그러나 ‘방독면 시위’ 주민들에게는 ‘간에 기별도 안 간’ 수준의 미봉책으로 비쳐질지도 모른다. 여하간 울산시는 대한유화 사태를 ‘강 건너 불 보듯’ 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올 인’하는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 그래야 ‘봐주기 행정’의 누명에서도 빨리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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