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청으로 몰려간 사람들은 울주군 소재 대한유화 온산공장 주변에 사는 주민들이다. 이들은 시청 앞 ‘방독면 시위’에서 ‘공장 가동 중단’을 요구했다. 공장 굴뚝의 플레어스택(flare stack=가스를 태워 대기 중에 내보내는 장치)에서 매연과 불기둥을 보름째 뿜어내는 원인 하나 제대로 밝혀내지 못한 울산시를 향해 불만도 쏟아냈다.
특히 피켓에 쓴 ‘지옥불 같은 불기둥’, ‘성분도 모르는 매연’, ‘비행장 같은 소음’이란 글로 보름째 꺼지지 않는 고통을 호소하고자 했다. “눈 가리고, 코 가리고, 귀도 막고, 30일간 참아보라”는 말과 함께 “시민 안전은 무시한 기업 봐주기 행정이 아니냐”며 항의하기도 했다. 30대 회사원 K씨는 “진동이 너무 심해 지진앱으로 측정했더니 규모 2~3의 지진이 발생한 것 같았고 책상위의 물컵이 다 흔들리더라”고 생생한 체험담을 전했다.
그런데도 시는 주민들을 다독거릴 만한 대책을 아직 못 세우고 있는 것으로 비쳐져 안타깝다. 지난 14일 “7월 말까지 문제를 해결하라”고 대한유화 측에 시설개선명령을 내린 정도가 고작이라는 말도 나온다. 사실이라면 여간 큰일이 아닐 수 없다. 시는 시민의 안전과 삶의 질도 같이 껴안을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들리는 얘기로는 사법권을 가진 낙동강유역환경청 소속 환경감시단이 대한유화 온산공장을 대기환경보전법 위반 혐의로 조사하기로 한 모양이다. 지난 13일 조사에서는 공장 굴뚝에서 나온 매연 속 화학물질이 기준을 초과한 사실을 확인했다 하니 거는 기대가 크다. 그러나 ‘방독면 시위’ 주민들에게는 ‘간에 기별도 안 간’ 수준의 미봉책으로 비쳐질지도 모른다. 여하간 울산시는 대한유화 사태를 ‘강 건너 불 보듯’ 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올 인’하는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 그래야 ‘봐주기 행정’의 누명에서도 빨리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