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심 산책] 100억 지구촌 먹거리 해결의 첫단추 ‘농기계’
[농심 산책] 100억 지구촌 먹거리 해결의 첫단추 ‘농기계’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7.06.21 2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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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박물관 루브르, 바티칸이나 우리나라의 박물관에서 공통적으로 볼 수 있는 것은 석기, 청동기, 철기 시대로 구분된 유물들이다. 생물학적으로 인간을 다른 동물과 구분 짓는 기준으로서 도구를 사용할 수 있는 능력을 꼽기도 한다. 신석기 시대의 간석기는 정착생활이라는 농업혁명을 이루어 인류문화가 시작되었음을 보여주고 있다. 제1의 물결인 것이다.

철의 발견으로 돌에서 철로 농기구와 무기가 발달했다. 이는 그 시대에 가장 중요한 것이 농기구와 무기였음을 말해준다. 철제 무기와 농기구의 사용은 부족사회에서 절대적 힘의 우위를 지켜주었고, 먹거리 생산능력의 향상으로 이어져 고대국가의 형태를 갖추는 데 크게 기여했다.

울산 북구의 달천 철장은 부족국가인 삼한시대를 거쳐 삼국시대에 이르러 강력한 신라를 만드는 데 기여했고, 그 결과 3국 통일을 변방에서도 이룰 수 있었다. 철제 농기구는 석기에 비해 튼튼하고 예리해 쉽게 활용할 수 있어서 더 많은 먹거리를 생산할 수 있었을 것이다.

1850년대 증기기관이 농업에 적용되면서 제2의 물결이라는 농업생산 혁명이 시작됐다. 최초로 경운 엔진이 영국에서 개발되었고 점차 경운에 이어 파종, 시비, 방제, 운반 등 다양한 분야로 발전했다. 1834년에는 예취와 탈곡기가 결합된 콤바인의 등장으로 수확에 있어 많은 단계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우리나라의 농기계산업은 1950년대부터 시작되어, 1963년에 대동공업이 경운기의 국산화에 성공한 이후, 녹색혁명을 이끌고 농촌의 생활상을 변화시키는 역할을 수행했다. 1980년대와 1990년대를 거치면서 기계화를 통한 일관작업 체계와 수확 후 관리 기술도 이루어지고 있다. 이러한 필요성과 편리성, 효율성의 이면에는 농기계 활용도의 저하로 소농에게 크나큰 빚더미를 안게 한 아픔이 있다. 이는 농업 전체가 헤어날 수 없는 악순환의 수렁으로 빠져들게 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2009년 OECD 국가들의 농업보조금은 1천363억 달러로 전체 농업생산액의 13.7%를 차지한다. 농업생산액 대비 농업보조금의 비율은 EU 21.8%, 미국 9.0%, 일본 8.1% 등이다. 특히 EU에 속하지 않는 스위스, 노르웨이, 아이슬란드 등의 보조금 비율은 약 50% 정도로 매우 높은 점에 주목해야 한다. 한국의 농업보조금은 18억 달러로 전체 농업생산액의 5.6%로 규모나 생산액이 비슷한 스위스 등에 비하면 현저히 낮고, 농업에 있어서 최고의 규모와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미국에 비해서도 낮은 편이다.

농가인구 1인당 농업예산은 미국 2만4천85달러 일본 9천547달러인 반면 한국은 4,천248달러 수준으로 한국의 농가인구 1인당 농업예산은 미국의 17.6%, 일본의 44.5% 정도이다.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농촌, 농업에 대한 구체적인 발전 방안의 하나로 위에서 보는 바와 같이 농업예산과 농업보조금의 비율을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려 농업의 도약을 이루어야 할 것이다.

그 구체적인 방안으로 농기계로 인한 농가 부담과 부채 증가 등을 최우선적으로 해결하고자 국가사업으로 추진되고 있는 농기계 임대 사업을 울산시농업기술센터에서는 2015년부터 시행하고 있다. 이 사업은 농촌인구 감소와 고령화 베이비붐 세대의 신규농업인 진출로 인한 일손 부족을 해결하고 농기계로 인한 농가부채를 경감하려는 데 그 목적이 있다. 효과 면에서 보면, 농기계 이용효율이 높아지고 고령 영세농의 영농부담 경감과 신규 농가에 대한 복지 증진 차원에서 필수적이다. 이를 국가가 해결하지 않고는 한국농업의 선진화는 요원한 것으로 판단되므로 이를 해결하고자 하는 다양한 방법 중 하나이다.

4차 산업혁명으로 농기계는 다목적(Multi), 전천후(All-weather), 누구든지(Common), 인간 중심(Hum

an), 인공지능(Intelligence), 수요자 중심(Needs), 친환경(Eco) 등의 역할로 바뀔 것이다. 석기에서 철제 농기구로, 다시 농기계로, 이제는 인공지능에 의한 자율 농기계로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100세 시대, 100억 지구촌 먹거리 혁명은 농기계의 효율적 활용만이 해결해줄 것이다.

윤주용 울산시농업기술센터 농업지도과장·농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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