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집사육’ 겨냥한 OECD의 경고
‘밀집사육’ 겨냥한 OECD의 경고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7.06.20 2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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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우리 농정당국자들이 들으면 뜨끔하며 놀랄만한 경고 메시지를 19일 나라 이름까지 밝히며 내놓았다. 듣다 보면, 대한민국 정부가 도대체 지금까지 뭘 하고 있었나 하고 분통을 터뜨리지 않을 수 없다. 국제적 망신을 사서 하기 때문이다.

OECD는 이날 ‘한국 가축질병 관리와 생산자 인센티브’란 보고서에서 “2010년 이후 한국에서 고병원성 AI와 구제역, 브루셀라, 소결핵 등 주요 가축질병이 꾸준히 재발하는 것은 밀집사육이 주요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소농이 다수인 한국 축산업계의 상황이 적절한 방역과 생산시설 개선을 가로막고 있다”며 “농가구조의 개선이 급선무”라고 조언했다.

한 보도매체는 일리 있는 얘기라며 OECD의 손을 들어주었다. 현행 축산법은 ‘알 낳는 닭 한 마리’의 최소 사육면적을 A4용지(0.062㎡) 한 장도 안 되는 0.05㎡로 규정하지만 이마저 제대로 지키는 양계장은 소수에 불과하다고 한다. 동물보호협회는 “좁은 철망 우리를 여러 단 쌓아올려 닭을 움직이지 못하게 가둬놓고 기르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비판했다.

돼지 사육농가도 예외가 아니다. 동물보호협회는 어미돼지를 철제 틀에 가둬놓고 인공수정과 출산을 반복하는 ‘공장식 밀집사육’이 축산농가에서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고발했다.

이러한 사육환경은 AI나 구제역 등 가축질병에 매우 취약하다는 것이 학계와 관가의 정설이다. 행정자치부가 지난해 11월∼2017년 1월 사이 충남도내 가금류 사육농가 5천 곳을 대상으로 AI 발생 현황을 분석한 결과 10만 마리가 넘는 사육농가의 AI 발병률은 36.17%로, 4천 마리도 못 되는 사육농가의 발병률(0.07%)보다 548배나 높았다.

이러한 사실을 훤히 꿰뚫고 있는 OECD는 보고서에서 “한국 정부는 가축 생산시설이나 위치 등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어 “가축질병 관리를 위해 근본적으로 농가 구조와 농업분야 인적자본 개선도 추구해야 한다”면서 “다수의 저학력 고령농가들이 축산업을 떠나도록 하고 그 자원을 다른 축산농가에 재분배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최근 AI는 전북 소규모 일반 농가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하는 양상을 보여 왔다. 이들 농가의 공통점은 ‘밀집사육’에 있었다. ‘전국이 AI 지뢰밭’이란 얘기가 나오는 것은 가금류 사육환경이 대부분 비슷하기 때문이다. 농식품부는 물론 울산시도 진단 결과에 부합하는 처방을 서두를 필요가 있다. 특히 울산시는 상부 지침이 내려오기 전이라도 OECD 보고서를 토대로 가축질병 예방 대책을 선제적으로 마련할 필요가 있다. 뒷북행정에만 매달린다면 ‘AI 청정도시’는 요원할 꿈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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