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소중한 것
보이지 않는 소중한 것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7.06.20 2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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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은 농업의 발달과 함께 교역이 활성화되면서 생겨나기 시작했다. 인류는 이때부터 높은 곳은 깎아 내리고 낮은 곳은 메우며 물이 고이는 곳은 도랑을 파 물을 빠지게 하며 길을 만들기 시작했다. 북유럽의 호박로는 호박을 지중해 연안으로 수송하기 위해 사용됐고, 중국의 비단길은 오래전부터 중국과 인도, 서아시아에 이르는 무역로였다.

신작로(新作路). 과거에는 익숙한 말이었는데 요즘은 이야기하는 사람이 별로 없다. 사전적으로 자동차가 다닐 수 있도록 새로 만든 큰길이란 의미지만 요즘은 소방도로라는 말에 더 익숙하다. 신작로는 어디서 온 말일까. 일제강점기 때 통감부에서 도로 개수 작업을 하며 자동차가 다닐 수 있을 정도로 넓게 낸 길에서 그 의미가 생겨났다는 이야기가 설득력을 갖는다.

조선후기에도 창덕궁을 시작으로 여러 개의 도로망이 있었다는 기록이 있는데 이것이 오늘의 국도와 지방도의 형태로 변화됐을 것이다.

그 후 제2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1967~1971)에 따라 건설 산업 고도화를 위해 경인고속도로와 경부고속도로가 개통되었고, 우리나라 고속도로 역사는 시작되었다.

이렇게 간선도로(幹線道路)인 고속도로가 생겨나면서 고속도로를 연결하기 위한 보조간선도로와 보조간선도로에 연결되는 집산도로(集散道路)가 생겨나고, 집산도로에 접속되는 국지도로(局地道路)가 나타나게 되는데 여기의 국지도로 형태가 현재의 소방도로 범위로 볼 수 있다.

소방도로(消防道路)란 소방차가 진입하기 위한 길로 통용되지만 법령에서는 사용하지 않는다. 한국어 사전에는 소방차가 빠른 속도로 달릴 수 있는 전용도로라고 정의하고 있다. 과거의 신작로가 현재는 고속도로, 국도, 지방도, 시·군·구도 등으로 세분화 되었고 소방도로 형태는 시·군·구도 등에서 찾아볼 수 있다.

여기서 국지도로(局地道路)란 규모가 작은 근린주거지 내로 차량이 들어가기 위한 최소한의 도로형태이며, 폭 10미터 미만의 도로를 의미한다. 건축법이나 소방기본법 등에는 대지 안의 피난 및 소화를 위해 소방자동차의 접근이 가능한 통로를 설치하도록 규정되어 있어 화재나 재난 구조에 필요한 최소한의 도로를 소방도로라 생각 할 수 있다.

그럼 울산 북구는 어떨까. 북구 내 도로 현황을 살펴보면 우리 구에서 관리하는 집산도로(集散道路) 및 국지도로(局地道路) 노선은 약 1천100여개 정도다.

이 중 약 66.4%인 730여개가 개설되지 못하고 있는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약 3천400억의 비용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빈곤한 자치구의 재정으로 모든 소방도로의 개설은 언감생심(焉敢生心)이다.

제도적인 관점의 중기지방재정계획과 단계별집행계획 또한 마찬가지다. 도로계획 수립 시 활용도 및 시급성, 주변여건 등 제반사항을 반영하지만 인구에 따른 지역별 안배에 신경쓰다보니 일부 소외지역에서는 소방도로 개설율이 지역 차별화를 부추긴다는 볼멘소리를 늘어놓기도 한다.

바야흐로 제4차 산업혁명 시대가 도래되었다. 도로(道路)에 대한 대민서비스 정보제공을 통해 소통하는 지방행정 구현도 필요하다고 본다. 도로정보에 대한 알권리를 제공하고 소통을 통한 행정 신뢰 회복을 위해 소방도로 앱(App) 등 모바일 인터넷을 활용하여 서로 정보를 공유하고 조금씩 주민들에게 다가갔으면 한다.

길은 우리 생활의 소중한 일부이다. 갈증 해소를 위한 물과 같진 않지만 길의 소중함을 두발은 이미 알고 있다. 비오는 날 맨발로 질퍽한 논두렁을 밟으면 발가락 사이로 올라오는 진흙의 옛 향수가 느껴지듯, 구둣발로 물 고인 시골길을 마주할 때 짜증만이 길의 존재를 기억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우리는 길을 이렇게 정의하고 있다. 없으면 불편하고 있으면 당연한 것으로 말이다. 지금 이 순간만이라도 보이지 않는 소중한 것에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보면 어떨까.

박근철 울산 북구청 건설과 토목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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