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다른 지방처럼 그 흔한 폭염특보도 많지 않아 안심이라고 생각했다면 오산이다. ‘모내기를 해야 할 논은 물이 없어 갈라져 있고, 저수지는 바닥을 드러내 용수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는 표현은 결코 과장된 것이 아니다. 나라 전체가 치수(治水)정책 실패로 몸살을 앓고 있다. 왕조(王朝)시대 같았으면 ‘나라님의 잘못’이라 하여 임금이 무릎 꿇고 하늘에 빌면서 기우제라도 지냈을 일이다.
지방이라고 어디 예외이겠는가? 지자체 장이든 지방의회 장이든 이 시점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가뭄 현장으로 달려가 실태를 확인하고 농민과 피해주민을 위로하는 일일 것이다. 그러나 아직 그런 소식은, 과문(寡聞)인지 모르나, 들려오지 않는다. ‘물 부족’ 현상에 그만큼 둔감하기 때문인가? 사실이라면 참 서글픈 일이다.
UN이 분류한 대로 우리나라는 ‘물 부족 국가’다. ‘물 기근 국가’로 분류되는 것도 시간문제일 것이다. 울산 역시 ‘물 부족 도시’로 분류된다. 해마다 여름이면 강우(降雨)정도에 따라 낙동강 물을 사오느니 마느니 해서 희비(喜悲)가 엇갈린다. 국보 285호 반구대암각화 보존을 위해 사연댐 수위를 몇 십 미터라도 낮추자는 제안에도 ‘물 부족’을 이유로, 국제적 비난까지 감수해 가며, 한사코 버티는 도시가 울산 아닌가?
그런데도 어느 누구 하나 물을 아껴 쓰자고 목청 높이는 일이 없다. 수돗물을 데워 목욕물로 쓰는 대중목욕탕 어디에도 새로 붙인 ‘물 절약’ 스티커 한 장 발견할 수 없다. 일본처럼 절수(節水)시스템이 훌륭한 것도 아니면서 말이다. 이래 놓고도 치수(治水)에 성공한 도시, 그런 도시의 수장이라고 어깨에 힘을 줄 수 있을 것인가?
오늘부터라도 현장으로 달려 나가기 바란다. 취임 하루 만에 가뭄 현장의 목소리를 진지하게 청취한 김부겸 행정자치부장관의 소식을 듣지 못했는가? 또한 지금부터라도 범시민적 ‘물 절약 캠페인’에 나서 주기를 바란다. 시장도 구·군 단체장도 예외는 없다. 이러한 일체감이야말로 ‘유례없는 가뭄’이 주는 값진 선물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