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코다이’ & ‘돗코타이’
‘도코다이’ & ‘돗코타이’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7.06.18 1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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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코다이’란 말이 새삼 화제다. 저명 정치인의 말이어서 그런지 걸고넘어지려는 사람은 별로 안 보인다. 뜻은 대충 짐작하고 있었지만 좀 더 확실히 알아두자는 욕심에 인터넷 창고를 뒤졌다. 비교적 다양한 뜻풀이가 먼지를 떨고 나왔다. <나 홀로 톡톡 튀는 홍(洪) 지사를 일컫는 별칭 가운데 하나가 ‘도코다이’다. (동아일보, 2017.04.10.> <그의 오랜 별명은 일본어로 ‘독단’을 뜻하는 ‘도코다이’. (2017.02.28.)>

뒤늦게 안 일이지만 ‘도코다이’란 말은 제1야당 당권 도전자인 정치인 홍준표(19대 대선 후보)와 연이 깊다. 지난 4월 9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가진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그는 이렇게 말했다. <“육십 넘게 ‘도코다이’로 살았다. 도코다이로도 선거에서 이겼다. 이번에 처음으로 한국당이란 세력이 붙었다. 이 싸움은 해볼 만하다.”>

이 기사에 댓글이 달렸다. 비판과 지지, 1건씩만 소개한다. <도코다이…이미 우리 국민은 박근혜의 불통에서 경험의 대가를 크게 치렀다. 그냥 집에서나 도코다이 하시길!!> <홍준표는 스스로 도코다이라 한다. 그 말 맞다. 그는 누구 눈치도 안 본다. 다만 지금의 한국당이 썩었다고 그를 함께 보는 것은 옳지 않다. 그의 빛나는 경남지사 성과를 보더라도 그는 다 갈아엎을 준비가 돼 있다.>

‘도코다이’가 과연 ‘독단’을 뜻하는 말일까? ‘2% 부족’ 느낌이 들어 또다시 뒤졌더니 이런 주장도 나왔다. <한자로 독대(獨對)’이며 홀로 대적한다는 뜻이다. 이 ‘독대’의 일본식 발음이 ‘도꾸다이’인데 발음을 조금 달리해 ‘도꼬다이’로 쓰는 것이다.> 혼란이 가중됐다. 그러던 차에 한 네티즌의 질문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그는 ‘도코다이’의 어원이 일본의 가미카제[神風]와 무관치 않다며 마땅한 우리말이 없는지 물었다. 답이 그럴 듯했다. <아마 ‘마이웨이’랑 비슷할 거다. 우리말로 ‘혼자’, ‘홀로’라고 표현하면 될 것 같다.>

다른 구석도 훑어보았다. 답 같은 답이란 생각이 들었다. <”‘특공대(特攻隊)’의 일본어 발음(とっこうたい)이다. 이 사람 저 사람이 독고다이, 도꼬다이, 도코다이, 돗고다이 등등으로 적고 저마다 다른 의미로 쓴 듯하다. 독불장군, 홀로, 혼자, 외톨이, 단독, 중뿔난·중뿔나게, 독선가(獨善家), 윤똑똑이(=지나치게 영리한 체하는 사람) 등등의 뜻으로 말이다.> 이를 뒷받침할만한 답도 눈에 들어왔다. <’혼자 돌아다니는 싸움꾼’을 지칭하는 속어다. (태평양전쟁 당시) 일본군 가미카제 특공대가 홀로 미 항공모함을 들이박은 것에 빗대어 나온 말로 추정된다.> 그럼 그렇지! ‘도코다이’ 하면 ‘가미카제’를 빼놓을 수 있나? ‘특공대의 일본어 발음’이 정확한 거야. 언뜻 그렇게 결론 내리고 싶었다. 그러나 별칭 소유권자가 태클 걸어올지도 모를 일. 답변 듣기 전엔 확실한 결론은 유보하자, 그렇게 마음먹기로 했다.

사진 블로그에도 눈길이 갔다. 한 블로거는 2011년 7월 6일 서울 상도동 김영삼 전 대통령(YS) 자택 거실에서 찍은 국회사진기자단의 사진을 올렸다.

개인적 판단을 곁들인 설명도 달았다. <YS=(악수하며) 참 장해요. 내가 역시 (15대 총선 때) 공천을 잘했어. 홍=저희들(15대 국회의원들)이 다 ‘YS 키즈(kids)’입니다. (큰절을 하며) 제가 밖에 나가서 큰절하는 데는 ‘각하’뿐입니다. Y=내가 공천 줄 때 거기(서울 송파갑) 제일 좋은 데지? 홍=그때는 서민아파트가 많아서 좋은 데는 아니었습니다. YS=그럼 내가 잘 안 될 데를 보냈단 말이가?…> <(비공개 대화에서) YS=홍 대표는 참 불사조다. 홍=검사 때부터 ‘도코다이’로 했습니다. 정치권에서 도코다이로 대표가 되기 힘든데 제가 됐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이때도 ‘도코다이’란 말이 등장했다는 사실이다.

일본 전문가에게 도움을 청했다. 어원이 ‘특공대(特攻隊=とっこうたい)’라 했다. 바른 표기법도 귀띔해 주었다. “‘도꼬다이’, ‘도코다이’가 아니고 ‘돗고타이’가 맞을 겁니다.”

<김정주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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