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후핵연료’에 대한 과세 움직임
‘사용후핵연료’에 대한 과세 움직임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7.06.15 2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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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일본처럼 ‘사용후핵연료’에 대해 세금을 매기자는 움직임이 고리1호기의 영구정지를 앞두고 있는 부산시 기장군을 중심으로 일고 있다. ‘원전소재 기초자치단체 행정협의회’ 회장인 오규석 기장군수는 15일 “핵폐기물인 폐연료봉을 원전에 장기간 보관하고 있어 주민들의 위험이 계속된다”며 “일본처럼 우리도 핵폐기물에 지방세를 부과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협의회’에는 기장군, 경주시, 영광군, 울진군과 함께 울주군도 참여하고 있어 울산시민과 무관한 얘기라고 볼 수 없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사용후핵연료’란 ‘원자력 발전에 사용하고 남은 핵연료 물질’을 말한다. 또 방사성폐기물은 원전 작업자들이 사용한 옷이나 장갑 같은 ‘저준위 핵폐기물’과 원전의 사용후핵연료 같은 ‘고준위 핵폐기물’의 둘로 나뉜다. 기장군수가 언급한 폐연료봉과 같은 사용후핵연료는 방사선과 높은 열을 뿜어내며, 그냥 버리면 ‘고준위 핵폐기물’ 신세를 면치 못한다.

문제는 이 애물단지 같은 ‘고준위 핵폐기물’을 원전구역 바깥에 보관할 방법이 지금으로선 없다는 사실이다. 고준위 방폐장(=방사능폐기물 처리장)을 지어 보관해야 하지만 관련 법안이 국회에서 낮잠을 자고 있는데다 통과가 되더라도 한동안은 원전구역 안에 보관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 말은 고리1호기에서 발생한 고준위 핵폐기물은 고리1호기 울타리 안에서 보관해야 한다는 얘기다.

지난해 8월부터 운영에 들어간 경주 방폐장은 중·저준위 핵폐기물 처리장일 뿐이다. 그런데 고준위 핵폐기물의 방사선량은 중·저준위 핵폐기물의 50억 배에 달할 것이라고 하니 예사로 보아 넘길 일이 못 된다. 고준위 핵폐기물은 현재 1만4천t 가량이며 이들 모두 원전 내 저장시설에서 보관 중이다. 따라서 기장군수의 ‘주민 위험’ 발언은 조금도 과장된 것이 아니다.

전문가들은 고리1호기가 핵연료 냉각에 5년, 원자로 오염 제거와 해체까지에 15년 남짓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핵연료 냉각 이후다. 핵연료는 5년간 고리1호기 안 수조에서 열을 식힌 뒤 모두 고준위 방폐장으로 옮겨야 하지만 아직은 이 처리장을 지을 땅도 선정하지 못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해 5월 제시한 ‘사용후핵연료 처리 로드맵’대로 하자면 고준위 방폐장은 부지 결정이 2028년까지, 완공이 2053년까지다. 학계 전문가들은 “중·저준위 방폐장 부지 선정에 20년이 넘게 걸렸다“며 사용후핵연료 처리 시간이 더 길어질 수 있음을 시사했다.

기장군 관계자는 현재 원전소재 기초자치단체 행정협의회가 방사성폐기물에 관한 연구용역을 한국재정학회에 의뢰한 단계라고 밝혔다. 또 이번 용역과 관련, “원전이 사실상 사용후핵연료 중간저장시설 역할을 맡고 있다”며 “위험한 고준위 핵폐기물의 보관량에 따라 과세하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취지에서 시작했다”고 말해 사용후핵연료에 세금을 매기는 문제와 무관하지 않음을 시인했다.

한국수력원자력은 해마다 지역자원시설세, 사업자지원사업, 기본지원사업 명목으로 원전 발전량에 따라 거액의 지원금(㎾h당 1.5원)을 해당 지자체와 원전주변지역 주민들에게 제공해오고 있다. 그러나 사용후핵연료는 지방세나 지원금 산정에 포함시키지 않고 있다. 따라서 원전소재 기초자치단체 행정협의회가 주민들을 불안에 떨게 만드는 고준위 핵폐기물에 대한 과세 준비는 당연한 조치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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