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종학 칼럼] 회식자리를 우정과 환대의 자리로
[손종학 칼럼] 회식자리를 우정과 환대의 자리로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7.06.14 2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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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새 마시고, 또 마시고, 노래방으로…. 다음날은 숙취로 업무처리도 제대로 못하고, 결국엔 야근까지 하게 만드는 회식 후유증! 술로 시작해서 술로 끝나는 술자리 회식의 모습이다.

고용노동부 취업포털 ‘워크넷’이 직장인 3천30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2013.10.11) 결과 직장인이 가장 싫어하는 회식이 바로 이 ‘음주가 주가 되는 술자리 회식’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그 이유는 ‘술을 강요하는 분위기가 싫어서’라고 한다.

직장에서는 크고 작은 ‘함께 먹는 자리, 회식’이 있기 마련이다. 더러는 곤혹스럽고 더러는 식상한 자리가 도돌이표처럼 반복된다. 직장에서 회식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업무시간에 쌓였던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자리, 즉 스트레스나 조직 구성원 간의 갈등처럼 조직의 능률을 저하시킬 수 있는 요인들을 제거하여 구성원 간의 화합을 이끌어내고 다시금 생산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서로를 지치고 힘들게 하는 자리가 아니라 여유롭고 따스한 우정과 환대의 자리를 만드는 그런 회식은 없을까?

직장인은 일터가 곧 ‘삶터’라고 생각한다. 그러니 우정과 환대가 있는 자리, 삶을 풍요롭게 하는 회식은 그 일터의 경쟁력이 된다. 이제, 술 마시기를 강요하고, 밤새 이리저리 옮겨 다니며 하는 회식은 그만. 직원 간 화합은 물론 즐거움을 더할 수 있는 이런 회식자리는 어떻겠는가?

먼저, 소박한 밥상이다. 뒤풀이 공간은 직장 밖이 아니라 안에서 마련한다. 직장의 뒤란을 꾸미고, 그곳에서 같이 일하는 사람들이 날을 정해서 밥과 차와 술을 함께 나누는 자리를 만든다. 성별끼리 나이끼리 선후배가 서로 치우치거나, 소외되지 않게 자리를 배치해서 충분히 어울리게 한다. 공들여 지은 밥을 함께 먹으면서 시작하고, 좋은 강의도 듣고, 함께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은 술을 마시고 노래를 부르는 것으로 마무리한다.

이날은 자신이 만든 떡과 나물을 가져오고, 유기농 제철 음식, 함께 마실 술과 키운 꽃 화분을 가져와 나눔의 잔치를 벌이면 된다. 계절에 맞는 채식 위주로 밥상을 차리고, 앞에 놓인 음식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면서 먹는다. 텃밭을 일구되 땅을 비닐로 덮어 비료와 농약, 석유로 기른 음식이 아니라 땅기운이 살아있고 공동체를 살리는 음식을 나누려고 노력하면 더 좋으리라. 술은 가능하면 반주를 한다. 취해서 자리를 엉망으로 만들지 않을 정도로 마신다.

다음은 문화회식이다. 먹고 마시는 것만 회식은 아니다. 직장 구성원 모두가 모여서 함께 즐길 수 있다면 그게 회식이다. 최근 많은 직장에서는 사무실에서 가볍게 김밥이나 피자, 치킨을 시켜 먹고 이어서 영화 관람이나, 예술 공연 관람, 스포츠 관람 등 문화 활동을 즐기는 경우가 늘고 있다. 바쁜 일정으로 공연문화를 자주 접할 수 없는 직장인에겐 반가운 회식이다.

그리고 회식은 밤에만 하나? 밤에 모이는 시간이 부담스럽다면, 날씨가 좋은 낮 시간을 이용해서 사무실 근처 공원이나 박물관, 미술관 산책을 겸한 회식은 어떨까?

간단한 도시락을 미리 준비해 역할을 나누어 과일이나 마실 거리도 준비하면 된다. 가까운 곳에 뒷산이나 숲이 있다면 그곳을 산책하면 더 좋다. 도시락을 나누어 먹고, 천천히 걸으면서 이런저런 얘기도 나누고, 바람도 쐬면서 느긋한 시간을 가지는 것이다. 따스하고 그늘 좋은 곳에서 잠깐 오수를 즐기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내려와서 마음이 내키면 좋은 영화라도 한 편 본다면 더없이 좋은 날 아니겠는가?

회식은 모두가 즐거우면서도 불편하지 않고 의미 있는 자리가 될 수 있어야 한다. 회식을 통해 마음의 벽을 허물고 같이 음악 듣고 함께 밥 먹는 동안, 죽어있던 감각세포가 깨어나는 섬세한 감동을 함께 경험해야 한다. 직원 간 화합은 물론 즐거움을 더할 수 있는 자리가 될 수 있도록 건전한 회식문화가 정착되기를 바란다.

손종학 전 울산시 체육지원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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