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진학과 취업
대학진학과 취업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7.06.13 2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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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 이후 16차례나 대학 입시 제도를 바꿨다지만 입시 위주 교육은 현재진행형이다. 더 나은 직장에 취업하고 더 많은 보수를 박기 위해 초등학교 때부터 경쟁에 허우적댄다. 교육 개혁이 계속되어도 학교는 쉽게 바뀌지 않는다. 우신고등학교 학생들이 해당 학교의 인권 침해 실태를 공유한 해시태그 운동은 빙산의 일각으로 보인다.

몇 해 전 프랑스 일간지 <르몽드>는 이런 한국의 아이들을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학생들’, 그리고 한국의 교육 시스템을 ‘세상에서 가장 경쟁적이고 고통스러운 교육’이라고 표현했다. 스웨덴의 한 일간지는 “한국의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 순위는 세계 최고이지만, 아이들은 미래에 대해 꿈을 꿀 시간이 없다”라고 썼다.

그럼 왜 모두가 대학 입시에 그토록 목을 매는 것일까? 2014년 전국 고등학생 1천 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대학에 진학하는 이유를 물었더니 응답자의 51.1%가 첫 번째로 꼽은 것이 ‘취업에 도움이 될 것 같아서’였다. 이러한 응답은 2013년 <한국대학신문>에서 조사한 것과도 비슷하다. 대학은 학생 대다수에게 직장을 얻기 위한 수단이며, 이른바 일류대 진학 경쟁 역시 더 나은 직장에 들어가고 더 많은 보수를 받기 위함이었다. 교육 개혁이라는 이름으로 수없이 정책을 펼쳐도 우리 학교가 쉽게 변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인 것이다.

2015년 OECD 교육 지표를 보면 대학진학률 OECD 평균은 41%, 우리나라는 68%, 캐나다 58%, 영국 49%, 일본 37%, 독일 28%이었다. 2012년 OECD 지표로 학력 간 임금을 나라별로 비교해 보면 고졸자를 100으로 볼 때, 대졸자는 한국의 경우 160, 캐나다 142, 영국 157, 일본 143, 노르웨이 128, 뉴질랜드 117이었다. OECD 평균은 153이었다. 학력 간 임금 격차와 대학진학률은 상관관계가 있다고 볼 수 있다. 한편 독일, 덴마크, 핀란드는 대학 교육을 무상으로 실시하는 나라임에도 한국보다 대학진학률이 낮다. 그 이유는 학력 간 임금 격차가 우리나라보다 작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높은 교육열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지표인 대학진학률이 16년 만에 70% 아래로 떨어졌다. 대학 졸업장이 번듯한 직장을 보장해 주던 시절이 끝나고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청년 백수’가 늘어나면서 대학 교육을 회의적으로 보는 사람이 늘었다는 뜻이다. 대졸 구직자는 많은데 양질의 일자리는 부족하다 보니 노동시장에서는 대졸자가 받는 임금이 고졸자 등에 비해 큰 폭으로 감소하는 경향도 나타났다.

‘2016년 한국의 사회지표’에 따르면 지난해 고교 졸업자 60만 7천598명 가운데 69.8%(42만 3천997명)가 대학에 진학했다. 대학진학률이 70%를 밑돈 것은 2000년(68.0%) 이후 처음이다. 1980년 27.2%로 낮았던 진학률은 1990~2005년 50% 포인트 가까이 크게 상승해 2008년 83.8%로 최고치를 찍은 뒤 점차 감소하고 있다.

노동시장에서도 ‘대졸 메리트’가 사라지고 있다. 통계청 사회지표에 수록된 ‘교육수준별 임금수준’을 보면 2015년 대졸의 시간당 임금은 1만 7천201원으로 전년(1만 8천669원)보다 7.9% 감소했다. 대졸 임금이 감소한 것은 2009년 이후 처음이다. 대졸 임금 감소폭은 전문대졸(-6.7%), 고졸(-5.5%), 중졸 이하(-3.9%), 대학원졸(-2.8%)보다 컸다.

김상곤 교육부 장관 후보자는 우리나라 선거에서 ‘무상(無償)’과 ‘공짜’ 구호를 유행시킨 장본인이다. ‘무상 시리즈’ 원조 격인 김 내정자가 청문회를 통과하면 진보 교육감 출신 첫 교육부 수장(首長)이 된다. 그래서 교육계는 태풍 전야다. 바라건대 이념과 포퓰리즘은 빼고 교육과 미래만 보고 걸어가는 교육부 장관이 되길 바란다.

<신영조 시사경제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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