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농가 닭 ‘구입→매몰’이 최선일까?
소농가 닭 ‘구입→매몰’이 최선일까?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7.06.12 2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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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조류인플루엔자)의 불똥이 울산지역 소규모 양계농가 닭들의 숨통마저 한꺼번에 끊어버리고 있다. 울산시가 파악한 지역의 소규모 농가는 약 8백 곳이고, 여기서 기르는 닭의 수는 1만8천 마리 가량이다. 시는 이 닭들을 몽땅 수매해서 모조라 ‘매몰’처분하기로 했다. ‘AI 청정도시’의 명예를 되찾겠다는 집념에서 비롯된 불가피한 선택이란 사실을 모르는 바 아니다. 그러나 이처럼 손쉬운 이 방법 말고 다른 대안은 없었나 하는 안타까움이 앞선다.

첫째 이유는 AI 확산과 더불어 ‘생명경시’ 풍조도 덩달아 확산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우려 때문이다. 매몰을 통한 살(殺)처분이 일상화된다고 가정해 보라. 당사자들은 두말할 것 없고 우연히 지켜보게 될 일반시민, 특히 어린이나 부녀자들의 정서에 미칠 나쁜 영향을 잠시나마 생각해본 적 있는지 되묻고 싶다.

둘째 이유는 가뜩이나 살림살이가 버거운 소비자들의 주머니사정을 위협하게 될 닭이나 달걀 가격의 오름세를 염려하기 때문이다. 외국산을 수입하면 물가야 잡겠지 할지 모르지만, 길게 보면 결코 현명한 대책이 못 된다는 것을 이내 알 수 있을 것이다.

울산시 축산당국이 소규모 농가의 닭들만 골라 ‘구입→매몰’ 처분을 하는 이유가 자못 흥미롭다. “소규모 농가일수록 AI 확산 우려가 높기 때문”이란다. 듣기에 따라선 소규모 농가는 위생적 관리와 방역에 소홀하다는 소리로 들릴 수도 있다. “담당공무원이 모자라니 소규모 농가에 대한 위생교육쯤은 포기하더라도 너그러이 이해해 달라”는 소리로 오해받을 소지도 있다. 인력 부족에 따른 고충을 모르는 바 아니지만 지나치게 행정편의적 발상이 아니냐는 비판에 직면할 소지도 없지 않다.

보도에 따르면, 닭 사육 재개를 벼르던 경기도 이천시 설성면의 한 산란계 농장주는 “병아리 구하기가 너무 어렵다”고 벌써부터 하소연이다. 병아리를 구할 길이 없다는 것이다. 그 서슬에 병아리 가격이 2~3배 껑충 뛰었다는 아우성도 나온다.

이래저래 닭 사육 농가들은 고뇌가 깊어진다. 근본대책이 아니라 획기적인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울산시가 ‘시민 제안 공모’라도 시행할 의향은 없는지 정중히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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