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로운 사람
향기로운 사람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7.06.12 2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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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일어나 샴푸로 머리를 감는다. 머리가 시원하다. 무슨 샴푸로 감았는지 제법 향기도 난다.

조용한 길을 서로 지나치다 보면 남자든 여자든 향기로운 냄새에 나도 모르게 뒤돌아보게 된다. 그것이 은은하면서도 상큼한 향이라면 연방 감탄사가 나온다. 그렇지 못하면 눈을 찌푸리면서 그를 괜히 미워해 버리게 된다.

‘마음 향기’도 다를 바 있을까. 두 말 할 필요 없이 향기 나는 그는 마음도 또한 향기로울 것임에 틀림없다. 우리가 사는 세상이 이렇게 향기로운 사람만 산다면 얼마나 신나고 행복한 일일까.

중국 명언에 ‘장미꽃을 전하는 손길에는 늘 장미향이 넘친다’라는 아름다운 말이 있다. 좋은 글을 쓰고 좋은 말을 하는 사람들은 그래도 많다. 그들의 인품에서 전해지는 글과 말의 향이야말로 세상을 밝고 행복하게 해준다.

울산 방어진 꽃바위 출신인 동화작가 ‘김 마리아’가 있다. 그가 지은 아련한 시 ‘향기 나는 말’이 가슴에 와 닿는다.

/보고 싶다는 말 속에는 향기 나는 마음이 있고 /보고 싶다는 말 전하면 가슴이 따뜻해진다 /보고 싶다는 말을 들으면 나도 모르게 콧노래가 나온다 /가족에게, 하루에 한사람에게, 오래 못 본 친구에게 /보고 싶다는 말 건네 사랑의 사다리를 놓자 /정다운 향기 곳곳으로 날려 보내자 /

남을 배려하면서 애절한 느낌이 드는 한편의 시다. 세상이 모두 이러한 마음이라면 분명 신나고 행복한 세상이 될 것이다.

최근 정부각료로 지명된 유명 시인이 있다. 오래전 ‘접시꽃 당신’이라는 아름다운 시를 쓴 시인이다. 일상 하나하나의 감성을 잘 묘사한 그는, 최근 발행한 산문집 ‘너 없이 어찌 내게 향기 있으랴’를 세상에 내놓았다. 서문에 다음과 같이 잔향을 풍기고 있다.

“빨리 거리에서의 역할을 마무리하고 숲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 다시 온유함으로 돌아가는 시간이 내게는 글 쓰는 시간”이라며 “향기를 회복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여러분도 향기로우시길 바란다”고 글을 맺는다.

뭇 인간들에게 보이지 않는 깊은 향기로움을 선물로 주려는 듯하다. 인간에게서 발산되는 향내란 정말 보배로워 보인다.

그런데 최근 미간을 찌푸리는 사건들이 빈번히 발생하니 어찌 하랴! 서민들 사이뿐 아니라 제법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마찬가지다. 도대체 그들의 감정은 이해할 수 없다. 특히 패륜적인 언행은 참으로 견디기 어렵다. 육두문자는 보통이고 손윗사람에 대한 부도덕한 언행이야말로 천벌을 받아 마땅하다. 힘들게 쌓아온 그들의 높은 학력은 아무런 소용이 없는 일이 아닌가.

우리의 ‘말과 글’은 머리에만 남겨지는 게 아니다. 가슴에도 새겨지는 것이다. 몇 개의 외국어를 능숙하게 하는 친구에게 “정말 너는 일본어도 잘해!”라고 칭찬하려 할 것을 “너는 일본어만 잘해!”라고 하여 절연까지 한 일화도 있다. 알기 쉽고 배우기 쉬운 우리의 아름다운 한글을 자칫 잘못하여 크게 사달이 난 경우다.

당신이 내뱉은 말에서, 당신이 쓴 글에서, 진정 향취가 배어 나오는지 스스로 한번 반성해보자. 우리들은 매일 그러한 ‘향기’를 주워 다니며 살고 있지 않은가.

삶이 혼탁하고 어두울수록 그런 향내는 그리운 법이다. 남을 생각하고 배려하는 말은 모두 향기가 된다. 그렇다고 하면 우리의 마음은 한층 따뜻해지고 사랑으로 충만하게 될 것이다.

김원호 울산대 국제학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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