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운포 재조명’이 던지는 메시지
‘개운포 재조명’이 던지는 메시지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7.06.11 2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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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운포(開雲浦)’라면 처용설화에 어김없이 등장하는 신라 헌덕왕과 유관한 지명이다. 헌덕왕이 바다에 나왔다가 갑작스런 구름과 안개로 길을 잃게 되자 해신(海神)에게 빌었더니 구름이 걷혔다 하여 ‘개운(開雲)’이란 이름이 붙여졌다는 얘기에 뿌리를 둔다. 그런데 이 지명은 울산 남구뿐만 아니라 부산 동구 좌천동에도 남아있다. 임진왜란 이후 부산지역 해양 방어의 중요성이 재인식되면서 울산 개운포 일대에 있던 조선 수군(水軍)의 진영들이 다시 부산지역으로 옮겨갔기 때문이다.

그러한 스토리텔링의 보고(寶庫) 울산 개운포가 다시 조명을 받기 시작했다. 10일 오후 남구청 6층 대강당에서 열린 ‘2017 개운포 바로알기 심포지엄’이 대표적 사례일 것이다. 개운포역사문화연구회가 주최하고 서동욱 남구청장, 박미라 남구의장도 참석한 가운데 열린 이날 심포지엄에선 다양한 학설들이 선보여 주목을 받았다. 이 자리에선 개운포 성지(城址, 성터) 일원에서 발견된 신석기 유적들이 울산지역 해양문화의 시원(始原)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개운포역사문화연구회 이철영 회장은 ‘울산시기념물 제6호’인 개운포 성터 일대 유적의 발굴조사 자료를 바탕으로 단계적으로 ‘국가사적’으로 승격시킬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개운포 일원이 공업단지에 둘러싸여 있는 만큼 공단과 역사문화가 공존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하자”는 주장도 덧붙였다. 특히 이창업 울산시문화재위원은 “개운포 일원에는 성터와 신석기 유적, 처용암과 가리봉수대가 있고 근대기까지는 염전으로도 활용돼 왔다”며 “이들을 개운포 해양역사문화권으로 묶어 정비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날의 심포지엄은 개운포 성터 일원을 역사문화 관광지로 탈바꿈시켰으면 하고 바라는 서동욱 남구청장의 의지와도 무관치 않을 것이다. 서 구청장은 “이번 심포지엄에서 개운포가 울산지역 역사문화의 근원지였음이 밝혀졌다”면서 “심포지엄에서 제시된 전문가들의 의견을 밑거름삼아 개운포 일대의 보전·정비 사업을 꾸준히 추진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최근 울산지역에선 역사적으로 실재하지 않았던 사실도 스토리텔링을 통해 실제로 있었던 것처럼 부각시키려는 시도가 비교적 활발한 편이다. 중구의 ‘울산 큰애기’ 얘기나 남구의 ‘왕생이길’ 얘기가 좋은 본보기라고 생각한다. 그런 차제에 역사적으로 실재한 스토리텔링의 보고를 눈여겨보지 않는다는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개운포 바로알기 심포지엄’은 암시하는 바가 매우 클 것이다. 알맹이 있는 ‘개운포 재조명’을 통해 좋은 결과가 계속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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