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어데 넘이가?” ⑤
“우리가 어데 넘이가?” ⑤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7.06.11 2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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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쯤에서 이렇게 멋진 우리 고유의 ‘우리’라는 어울림 생각의 틀이 어디에서 나왔는지를 한 번 살펴볼 필요가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사서로는 『삼국사(기)』와 『삼국유사』가 알려져 있고, 『삼국유사』에는 우리의 뿌리를 알 수 있는 ‘단군사화’가 들어있다.

단군사화는 우리 겨레가 마을사회를 이루면서부터 단군의 고조선에 이르기까지의 역사가 압축되어 있으며, 그 속에서 거대한 천지인(天地人) 어울림의 생각 틀을 접할 수 있다. ‘우리’라는 의미를 찾아낼 수 있는 가장 오래된 역사기록인 셈이다.

그 내용은 별도로 소개할 필요도 없을 만큼 널리 알려져 있다. 핵심적 내용은 ‘옛날 환국 임금의 아들 환웅이 인간세상을 탐하므로 아버지가 그 뜻을 알고 삼위태백을 내려다보니 홍익인간(弘益人間)을 할 만한지라 천부인 세 개를 주어 내려가 다스리라고 했다. 환웅이 3천의 무리를 이끌고 태백산정에 내려와 신시를 열고 재세이화(在世理化)했다. 이때 곰과 호랑이가 사람이 되고자 하므로 쑥 한 다발과 마늘 20개를 주고 100일 동안 햇빛을 보지 말라고 했는데, 호랑이는 견디지 못했고 곰은 3·7일을 잘 지켜내어 여자가 되었다. 환웅과 이 웅녀가 혼인하여 단군을 낳았고, 그가 조선을 건국하여 1천908세를 살고 아사달에 숨어서 산신이 되었다’는 요지다.

이 내용을 자세히 살펴보면 참 재미있는 구조로 되어 있다. 환웅이 개천을 할 때까지는 하늘나라 사람 얘기이므로 ‘신화’적인 내용이다. 그런데 환웅이 세상에 내려와서 신시에 나라를 세우고 행한 여러 가지 일과 단군이 나라를 세운 것은 사람의 역사 얘기고, 단군이 1천908세를 살다가 산신이 되었다는 내용은 설화적인 요소다. 교과서에서는 단군신화라고 하지만, 전체를 신화라고 하는 것도 옳지 않고, 특히 신화적 요소는 환인과 환웅 때이므로 신화라고 하려면 환인신화 또는 환웅신화라고 해야지 단군신화라고 하는 것은 비논리적이다.

각설하고, 여기서 ‘우리’를 찾기 위해 당시의 시대상황을 먼저 살펴보자. 지질학적으로 1만2천 년 전후에 지구상에 빙하기가 끝나고 기온이 점차 올라가 약 6천 년 전에 최고 기온이 되었다가 다시 낮아져 약 3천 년 전에 지금과 같은 기온이 되었다고 한다. 기온이 올라가면 자식들을 많이 낳게 되고, 한 지역에 많은 인구가 모여 살다보면 식량 다툼이 생기게 되니 일부가 새로운 땅으로 옮아가야 하는 상황이었다. 환웅이 개천한 때가 서기전 3898년이므로 이런 상황에서 신천지를 개척한 상황이라고 볼 수 있다.

이때 처음 나온 ‘생각의 틀’이 환인이 말한 홍익인간(弘益人間)으로서, 사전에 나와 있듯이 이때부터 현재까지 ‘우리나라 정교(政敎)의 최고이념’이 되었다. 당시의 상황과 연결지어 보면 ‘다투지 말고 우리가 되라’는 것을 강조하는 내용이다. 자세한 해석은 다음에 따로 설명할 것이다.

그리고 하늘나라(桓國) 사람 환웅이 개천을 했으니 천인(天人=神人)이고, 곰은 지(地)에 해당하는 것인데, 둘이 결합하여 사람(人)을 탄생시켰다. 아담의 갈비뼈를 뽑아 이브를 만들었다는 신의 창조 개념과는 차원이 다른, 사람다움을 느끼게 하는 내용이다.

더욱이 환웅과 웅녀의 어우러짐을 넘어 신과 동물과 사람, 즉 천지인의 어울림을 통해 우주 전체를 한 덩어리로 만드는, 이 세상에서 우리 겨레만이 가지고 있는 웅장한 조화론적 생각의 틀이다. 참으로 자랑스럽다.

신과 동물과 인간을 한 덩어리로 보는 큰 ‘어울림 생각 틀’, 이것은 바로 우주의 섭리, 자연의 원리다. 그것을 머릿속으로 알고만 있지 말고 생활 속에서 실천하라는 말이 재세이화(在世理化)다. 그것을 하늘사람인 환웅이 세상에 내려와서 몸소 실천하는 모범을 보였다. 이것이 우리 겨레 생각 틀의 뿌리다.

박정학 사단법인 한배달 이사장/ 전 강원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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