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일기]호국보훈 정신을 자녀들에게 가르치라
[목회일기]호국보훈 정신을 자녀들에게 가르치라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7.06.08 22:2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넝쿨마다 피어 있는 매혹적인 붉은 장미가 아직도 아름다운데 어느덧 6월을 맞고 보니 올해도 절반에 이른듯하여 세월의 빠름을 실감한다. 6월을 ‘호국보훈의 달’이라고 한다. 호국(護國)은 “나라를 지킨다”는 뜻이고 보훈(報勳)은 “공훈에 보답한다”는 뜻으로 두 단어를 합쳐 ‘호국보훈’이라 한다. 나라와 민족을 지키다가 목숨을 바치신 순국선열들의 고귀한 희생과 헌신의 의미를 되새기고, 그 숭고한 정신을 추모하고 본받는 한편 유가족들까지 기억하자는 뜻이 숨어있다.

특히 6월은 6.25전쟁이 일어난, 우리 민족에게 몹시 가슴 아픈 달이기도 하다. 1950년 6월 25일 일요일 새벽, 북한군의 기습남침으로 전쟁이 발발한 지 올해로 어언 67주년이다. 1953년 7월27일 정전협정이 체결된 이후 지금까지 휴전상태에서 대립하고 있는 유일한 분단국가에서 살고 있으니 우리 민족의 불행은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우리나라는 일본제국의 압제로 36년간 나라를 잃고 말과 글과 정신까지 빼앗기고 많은 자원과 물자를 수탈당했지만 선조들의 의롭고 희생적인 항일투쟁과 독립운동으로 나라를 되찾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6,25전쟁으로 또다시 이루 말할 수 없는 대가를 치러야 했다. 남측 통계만 보아도 사망자 37만4천160명, 부상자 22만9천625명, 납치·행방불명자 38만8천234명으로 민간인 희생자가 무려 99만2천19명이나 되었다. 여기에 남한 군인 25만5천499명, 경찰 1만8천519명, 유엔군 15만2천446명까지 합치면 141만8천477명의 희생자가 추가되고, 수많은 집과 학교와 관공서, 도로와 다리, 철로까지 파괴됨으로써 엄청난 희생을 감수해야 했다.

북한의 피해가 어느 정도인지는 알 수 없지만 6.25전쟁 때문에 우리 민족이 입은 상처는 너무도 깊었다. 그러나 전쟁이 일어난 지 67년밖에 안 지났는데도 많은 국민들은 전쟁의 아픔을 잊고 산다. 북한이 저렇게 핵무기 개발과 미사일 발사에 열을 올리는데도 아직도 이념대립으로 정신이 없으니 그저 안타까울 따름이다. 이 땅에 다시는 전쟁이 일어나지 않도록 정치적, 군사적, 경제적 안보를 튼튼히 하고 정신적 재무장도 해야만 한다.

외국에 사는 교민이 필자에게 들려준 말 중에 실감 나는 말이 있었다. 한국 사람들이 모르는 것이 두 가지 있는데, 하나는 자기들이 얼마나 잘 사는지 모르고 불평하면서 파업에 나서기를 좋아한다는 것, 또 하나는 한반도 정세가 얼마나 불안한지 모르고 보수와 진보로 편을 갈라 싸움질만 한다는 것이었다. 부끄러운 우리의 단면이 아닐 수 없다.

전쟁에 참전하거나 경험한 세대는 많이 돌아가셨고, 전후에 태어난 세대들은 전쟁의 아픔을 제대로 알지 못한다. 근대화·산업화로 경제성장의 혜택을 받으며 자란 80년대 이후의 세대들은 선조들이 어떤 고생과 희생을 치르며 나라를 지키고 발전시켜 왔는지 잘 이해하지 못한다.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우리 국가와 사회, 가정의 부모님들은 자녀들에게 호국보훈의 의미와 민족의 아픈 역사를 가르치고 애국심을 심어주어야 한다.

유대(이스라엘)민족은 해마다 유월절을 지키면서 자손들에게 그들의 역사를 잊지 않도록 가르친다. 유월절이란 유대민족이 오랜 세월 애굽(이집트)에서 종살이를 할 때 하나님께서 모세를 세워 바로에게 유대민족을 보내주도록 요구하게 하고, 애굽에 열 가지 재앙을 내린 끝에 바로를 굴복시켜 유대민족에게 자유를 허락한 역사적 사실을 기념하는 명절이다. 그들은 세월이 흐르고 시대가 변해도 자손대대로 유월절을 지키면서 자손들에게 유대민족의 역사 속에 하나님의 보호하심과 인도하심, 그리고 선조들의 희생이 존재했음을 잊지 말도록 가르쳐 왔다. 그 덕분에 유대인들은 민족적 자긍심을 가지고 세계 어디에서도 당당하고 경제적·지적으로 우수한 민족으로서 살아가고 있다. 바로 그런 자긍심이 좁은 국토이지만 이스라엘이란 국가를 지금까지 지켜온 버팀목이 되고 있다. 유대인들은 세계 각국에 흩어져 살면서도 조국이 위기에 처하면 언제든지 총대를 메겠다는 애국심으로 똘똘 뭉쳐 있다. 노벨상 수상자가 가장 많은 민족이 유대인이라는 사실만 보더라도 그들의 우수성을 짐작할 수 있다.

베트남(월남)은 오랜 전쟁 끝에 공산정권(월맹)에 패망하면서 엄청난 대가를 치러야 했다. 월남의 수많은 정치인, 지식인, 종교인, 경제인들이 숙청을 당했고, 보트피플이 줄을 이은 가운데 바다에서 죽은 사람, 난민이 되어 떠돌아다닌 사람은 부지기수였다.

호국보훈의 달을 맞으면서 자손들에게 올바른 역사의식을 심어주었으면 한다. 나라가 있어야 나와 내 가정과 행복이 있다는 엄중한 사실 앞에 선조들의 희생에 감사할 줄 알면서 후대에게 아름다운 나라를 물려줄 수 있도록 나라를 위한 희생정신과 민족정신을 심어주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마땅히 행할 길을 아이에게 가르치라. 그리하면 늙어도 그것을 떠나지 아니하리라.”(잠22장6절)

<유병곤 새울산교회 목사, 시인>


정치
사회
경제
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