긍정의 힘으로, ‘모던되지’
긍정의 힘으로, ‘모던되지’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7.06.07 2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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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까지는 명절에 어머니 떡국을 먹었는데 해가 갈수록 기력이 떨어져 올해는 거실에 앉아 말씀으로 두 며느리를 지휘하신다. 세월이 점점 빨리 간다. 10대에는 10분의 1이 지나가고, 50대에는 50분의 1이 지나가므로 그만큼 빨리 지나간다. 요즈음 큰 숙제가 하나 있다. 필자는 뭘 해도 성장하는 사회에서 30년 가까이 사회생활을 하며 그럭저럭 잘 산 것 같다. 하지만 “우리 아이들이 사는 세상도 그럴 수 있으면” 하는 생각에 “과연 내가 뭘 해야 하나?”라는 숙제다. 그래서 “아이들을 볼 수 있다면” 하는 마음으로 대학 강단에 선 지 10여년이 되었다.

화학은 1800년대에 석학들에 의해 많은 기초연구가 이루어졌고, 1900년대에는 응용을 위한 산업화가 이루어졌다. 산업화는 ‘의식주’에서 우리의 삶을 많이 바꾸어 주었다. 농약, 의약 등 화학산업 발전은 동식물성 천연섬유의 생산량을 증가시켰고, 나일론 등 합성섬유의 대량생산은 의복을 비약적으로 다양화시켰다. 또한 동식물의 양식을 통해 먹거리의 양과 종류 또한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우리가 매일 접하는 휴대폰, 컴퓨터, TV, 냉장고 등 전자기기나 자동차, 조선산업이 화학산업에 의해 발전되었다는 사실은 새로운 이야기가 아니다. 냉난방 에너지 및 단열재와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칫솔, 치약, 비누, 샴푸, 세제, 화장품 등도 우리 삶의 질을 높여주는 화학산업의 결과물이다. 그러나 동전의 양면이라고 할까. 이처럼 우리 ‘의식주’의 질과 양을 개선해온 화학산업이 환경과 안전을 담보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은 아이러니하다.

2012년 가습기 세척제의 오용으로 인한 150여명의 사망 피해로부터 2015년 화학물질 등록과 평가에 관한 법률(화평법)과 화학물질 관리에 관한 법률(화관법)이 제정되기에 이르렀다. 이전 환경법은 독성이 있는 물질인지 아닌지, 인화성이 강한지 아닌지 등을 평가, 관리하는 유해성 측면의 관리였다면, 2015년에 발표된 화평법, 화관법은 위해성 측면의 관리까지 포함되었다. 위해성이란 화학물질이 잘못된 조작, 사고 등으로 대기, 수질, 토양에 노출되었을 때 사람과 동식물 등에 미치는 영향력까지 파악해 대기, 수질, 토양에 해를 끼치지 않는 수준의 안전조치까지 관리하라는 의미다. 예를 들어, 불산이 유출되어 사람 및 동식물에 위해가 발생했는데 화평, 화관법에서는 사고 발생 시에 대기, 수질, 토양 오염을 방지할 수 있는 노출 시나리오를 만들고, 이에 준하는 방오설비를 갖추어 안전하게 중화, 회수할 수 있는 설비를 갖추어야 되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을 위해 좋은 규제이긴 하다. 그러나 이 내용을 보면 환경, 안전, 보건 팀을 갖추지 않으면 화학제품을 제조하지 말라는 이야기다. 이는 신규 화학제품 제조에 상당한 걸림돌이 되고 있다. 젊은 화학도가 참신한 아이디어로 연구해서 그 결과가 좋아 상업화할 때 상당한 어려움에 봉착하게 된다. 왜냐하면 연간 100t 이상의 신규 화합물질은 시험등록 비용만 약 20억원이 들고, 시험기간도 1년이 걸리는 규제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필자는 폴리우레탄 촉매를 제조하는 벤처기업을 운영하며 촉매의 국산화에 일익을 담당하고 있다고 자부한다. 올해에는 조그마한 벤처기업이나 창업자가 고부가가치 신규 화합물을 쉽게 제조할 수 있도록 국가 혹은 울산시 차원에서 화평, 화관법에 만족하는 방오설비 및 생산설비를 갖추어 젊은이들의 아이디어가 현실화될 수 있도록 건의할 생각이다.

올해 초 국토부에서 제정하는 법안을 토의하는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몸담고 있는 학회 담당자로서 국회를 방문했다. 장소는 국회의원회관의 한 의원실의 회의실이었는데, 회의실 이름이 특이하게 ‘모던되지’ 카페였다. 맞다. 무엇이든 가능한 나라가 될 수 있도록 미력한 힘이나마 보태는 것이 내 숙제를 풀 수 있는 길임을 조용히 되새겨본다.

<임 호 ㈜피유란 대표이사/공학박사/울산지역연구소장협의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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