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脫 원전’ 선언한 부산시장의 속내
‘脫 원전’ 선언한 부산시장의 속내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7.06.06 2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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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력발전소 문제를 둘러싼 서병수 부산시장의 파격적 행보가 눈길을 끈다. 서 시장은 지난 5일 가진 기자회견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때 제시한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 공약을 적극 환영한다”면서 “국내 첫 상업원전인 고리 1호기의 영구폐로를 계기로 ‘클린에너지 부산’을 강력히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또 “문 대통령이 공약으로 탈(脫)원전 기조 속에 신고리 5·6호기의 건설 중단을 공약한 만큼 부산시는 탈핵의 큰 이정표가 될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을 적극 환영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서병수 부산시장의 이 같은 발언에 주목하는 이유가 있다. 우선 그의 이러한 발언들은 문 대통령이 자신의 공약을 없었던 일로 치부할 리 만무하다는 전제 하에 나온 것으로 보인다. 바꿔 말해, 서 시장이 ‘고리 1호기는 폐로 수순에 이미 들어갔고, 신고리 5·6호기 또한 끝내기 수순에 들어갈 게 분명하다’고 판단하는 게 아니냐는 얘기다. 뒤집어 말하자면, 서 시장의 일련의 발언이 고리 1호기 폐로 사업의 혜택을 부산시가 선점 또는 독차지하기 위한 계산된 발언이 아니겠느냐는 짐작이 가는 것이다. 다시 말해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 공약에 박수 보내는 대가로 문 대통령이 고리 1호기 폐로 사업의 과실을 부산에 안겨 달라는 메시지로 들린다는 얘기다.

바로 이 시점에 울산시의 사정은 부산시의 그것과는 너무도 판이해서 사뭇 대조적이다. 신고리 5·6호기의 건설이 중단될 경우 한순간에 눈앞의 이익을 날려버릴지도 모를 원전 주변지역 주민들은 대통령의 공약 강행을 결사항전의 자세로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울산시의 태도가 결연한 것 같지도 않다. 아직 이른 감이야 있지만, 울산시가 서병수 부산시장의 발언을 반박하려는 낌새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차제에 김기현 울산시장이 목소리를 내주었으면 하는 생각이다. 이를 테면 ‘고리 1호기 폐로 사업에는 우리도 동참하겠다’든지 하다못해 “신고리 5·6호기는 우리 울산지역 원전인데 부산시가 감 놔라 배 놔라 하는 것은 주제넘은 일’이라고 견제구를 던지든지 분명한 의사표시를 서둘러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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