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망종’과 ‘가뭄’
뜨거운 ‘망종’과 ‘가뭄’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7.06.06 1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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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는 사람이 아니라 하늘이 짓는다고 했다. 요즘같이 바삭바삭한 하늘을 보노라면 비로소 그 말이 더 와 닿는다. 현재까지 전국 평균 누적 강수량은 평년의 57% 수준으로 나타나 모내기와 작물 생육에 어려움이 있는 ‘심한 가뭄’의 전 단계로 보인다.

지난 월요일은 씨 뿌리기 좋은 날, 절기 ‘망종(芒種)’이 찾아왔다지만, 심한 가뭄으로 씨앗을 뿌려도 땅에 정착하기 힘든 상황이다. 메마른 가운데 불볕더위가 기승이기 때문이다.

‘가뭄’은 문명을 몰락하게 할 수 있는 기상 재앙을 말한다. 미래학자들이 가장 염려하는 것은 태풍이나 집중호우, 쓰나미가 아니다. 눈에 보이는 홍수와 태풍은 사자나 늑대의 공격 정도다. 그런데 더 무서운 것은 은밀하고 완만하게 닥치는 가뭄이다. 혹자는 그것을 코끼리에 비유한다. “코끼리는 아무런 소리도 없이, 은밀하게 다가올 수 있다. 코끼리가 왔다는 사실을 알고 나면 피하기에는 너무 늦다.”라고 말이다. 역사를 보면 가뭄은 대기근을 가져오면서 찬란했던 고대문명을 수도 없이 몰락시켰다.

인류 문명의 기원이라고 하는 메소포타미아 문명을 멸망시킨 것도 가뭄이었다. 4천200년 전부터 약 300년 동안 건조화로 인한 극심한 가뭄이 지속되면서 망하고 만 것이다. 중남미 지역의 찬란한 마야 문명도 가뭄의 희생양이었다. 900년경 마야 문명이 갑자기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810년, 860년, 910년경에 닥친 강력한 가뭄 때문이었다. 이집트 문명도, 인더스 문명도, 앙코르 문명도 다 가뭄으로 인해 종말을 고했다. 어떤 기상현상으로도 문명이 멸망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가뭄은 다르다. 그만큼 피해가 상상을 초월한다는 뜻이다.

가뭄은 비가 보통 때에 비해 오랫동안 오지 않거나 적게 오는 기간이 지속되는 일시적인 특이현상이다. 기후학적으로는 연 강수량이 기후 값의 75% 이하이면 ‘가뭄’, 50% 이하이면 ‘심한 가뭄’으로 분류한다. 단, 사막 등의 건조기후와 가뭄은 구별되는 것이다.

통상 가뭄은 기후학적 가뭄, 기상학적 가뭄, 농업적 가뭄, 수문학적 가뭄으로 나누기도 한다. 먼저 기후학적 가뭄은 사용 가능한 물로 전환된 강수량이 기후학적 평균에 미달하는 것을 말한다. 둘째, 기상학적 가뭄은 강수량을 중시한다는 점에서 기후학적 가뭄과 같으나 강수량 외에 증발량, 증산량 등을 고려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셋째, 농업적 가뭄은 오로지 토양수분에만 의존하여 결정된다. 농작물의 종류와 성장 정도에 따라 필요한 수분이 다르기 때문이다. 넷째, 수문학적 가뭄이 있다. 사회경제적 가뭄이라고도 부른다. 댐이나, 저수지 그리고 하천에 물이 고갈되어 물 부족의 피해가 예상되는 것을 말한다.

가뭄의 원인은 봄철이 되면 나타나는 중국 내륙지방에서 다가오는 건조한 성질의 이동성 고기압의 영향이다. 이 고기압은 남쪽으로부터 수증기가 유입되는 것을 억제하여 우리나라에 가뭄을 초래한다. 즉 우리나라에 수증기를 공급하여 많은 비를 내리게 하는 해양성기단의 접근을 막았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북쪽으로 기압골이 자주 통과하기는 했다. 그러나 수증기가 남쪽으로부터 유입되지 못하여 강수량이 매우 적었다.

2001년 봄철 극심한 가뭄은 이후 가뭄에 대한 범정부적인 대책을 세우는 계기가 되었다. 양수기 확보, 관정 만들기, 급수차 확보 등이 당시에 만들어진 대책이다. 당시 가뭄으로 인한 피해가 극심해지자 국민성금을 걷는 운동도 벌어졌다.

지구온난화에 따른 가뭄은 세계적인 추세라지만 만사불여튼튼 유비무환(有備無患)이 아닌가! 이제라도 기상인공조절 기술 개발, 댐 저수량 적정관리, 가뭄에 대한 현실적 대책 등이 종합적으로 만들어져 가뭄이 오면 슬기롭게 대처했으면 한다.

<신영조 시사경제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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