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가 남긴 교훈
실패가 남긴 교훈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7.06.01 2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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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人事)가 만사(萬事)라는 말이 있다. 크게는 한 국가에, 작게는 한 조직에까지 두루두루 적용되는 말이다. 어떤 일을 추진할 때 그 일을 제대로 할 사람을 뽑는 일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만큼 중요하다. 따라서 어떤 사람을 어떤 자리에 배치할 것인가는 과거와 현재를 불문하고 그 조직의 리더가 늘 고민해야 하는 주제인 것이다.

특히 한 나라의 지도자가 국민에게 믿음을 줄 수 있는 것은 그 지도자의 정치철학도 중요하지만 뜻을 함께 할 수 있는 믿음이 가는 사람을 중용하는 일이다. 지도자의 주변에는 언제나 과잉 충성자들이 있어 판단을 흐리게 하는 일이 자주 일어나기 때문이다.

미국은 인사청문회 전 여러 단계를 거쳐 검증을 시도한다. 먼저 미연방수사국(FBI)이 사전조사를 실시해 보고서를 작성한 뒤 그 절차 안에서 공직자 후보 본인에게 수십 개 항목에 이르는 질문서를 제공한다. 그러면 답하게 하는 과정에서 많은 후보자가 스스로 물러난다고 알려져 있다. 대통령 면접을 거쳐 인준 대상 공직자의 인준안을 제출하고 여론 검증을 거친 다음 인사청문회를 통과해야 공직자가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의 경우는 어떠한가? 과거의 악습은 결코 되풀이하지 않겠다고 굳게 다짐하며 출범한 새 정부지만, 인사 검증 면에서는 국민들에게 왠지 개운치 않은 느낌을 주고 있다. 요사이 불거지고 있는 몇몇 인사에 대한 불협화음을 접하다 보면 지난 정권에서의 기억마저 불쑥 되살아나기도 한다. 따라서 지난 정권에서의 실패한 인사가 지금 우리에게는 어떤 교훈으로 다가오는지 한번 되짚어 보는 것도 큰 의미가 있을 것이다.

지난 ‘박근혜 정부’ 초기, 이른바 ‘국민검사’ 안대희 전 대법관이 전관예우의 덫에 걸려 국무총리 지명 엿새 만에 자진사퇴했다. 인사 검증 시스템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고 있다는 정황도 드러났다. 안 전 대법관의 변호사 수입이 ‘5개월간 16억 원’이었다는 ‘사실’은 초보적 수준의 검증 절차인데도 이를 걸러내지 못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청렴 이미지를 갖춘 인물 선정에만 너무 집중하다 국민 정서를 읽지 못했다는 얘기도 흘러나왔다. 그의 부적절한 처신으로 대통령의 고민은 더욱 깊어졌다. 안 총리후보자는 짤막한 사과를 뒤로 한 채 떠났지만, 대통령은 무거운 부담만 떠안게 되었다.

이어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도 대다수 국민들의 공분을 불러일으킨 ‘부적절한 발언’으로 청문회 절차도 거치지 못한 채 결국 낙마했다. 일부에서는 법이 정한 절차에 따라 청문회를 열어 후보자가 억울한 부분을 충분히 해명할 수 있는 기회를 주어야 한다는 주장도 폈다. 그러나 국민 여론을 바탕으로 한 ‘총리 불가론’의 높은 벽을 넘지 못한 채 문 후보자 스스로 사퇴의 길을 택하고야 말았다. 후보자의 자진사퇴로 그동안 빚어졌던 혼란스러움은 차츰 수그러들었다. 그러나 안대희 후보자에 이은 ‘2차 낙마’라는 오명은 정권 초기부터 임명권자에게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했다.

이처럼 박근혜 정부의 ‘인사’는 출발부터 꼬였다. 초대 총리 후보자였던 김용준 전 헌법재판소장도 지명 닷새 만에 옷을 벗은 바 있다. 부동산 투기 의혹 등이 발목을 잡았다. 그 뒤로도 인사 문제의 불협화음은 수그러들지 않았다.

이른바 ‘적폐 청산’을 공약 1호로 내세우며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지 3주가 지났다. 대통령 자리가 공석이었으므로 정권 인수인계의 절차도 대폭 생략된 채, 신임 대통령 이하 참모들은 요즘 새 정권의 진용 짜기에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우선 시급한 것이 인사인 만큼 앞으로 국정의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국무총리부터 각 부처 장관들까지 속속 그 면모를 드러내고 있다. 그러나 국회 청문회 과정에서 드러난 후보자들의 일부 부적절한 전력(前歷)은 정권 초기부터 국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첫 단추를 잘 꿰기 위해서는 더욱 철저한 인사 검증이 필요할 것이다. 국민의 정서를 잘 헤아리는, 그래서 부끄럽지 않은 내각이 탄생하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김부조 시인·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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