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에서 꽃피우는 木版畵
울산에서 꽃피우는 木版畵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7.05.31 2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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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화(版畵)는 같은 그림을 많이 인쇄하기 위한 방법으로 고안됐다.

가장 손쉬운 재료로 나무판이 고대로부터 쓰였다.

울산의 웅촌에 있던 운흥사(雲興寺)는 조선후기 불교서적을 간행하던 사찰로 유명했다. 운흥사에서는 불경과 함께 불경의 내용을 알기 쉽게 그림으로 표현한 변상도도 인쇄했다. 운흥사는 19세기 무렵 쇠락 끝에 폐사됐다.

운흥사에 있었던 각수승(刻手僧) 연희(演熙)가 남긴 ‘금강경 변상도’는 현재 양산 통도사 성보박물관에서 소장하고 있다.

운흥사의 옛 명성은 웅촌면 대대리 7번 국도 언저리에 있는 저리(楮里)마을의 지명에 흔적이 남아 있다. ‘저리’의 ‘저(楮)’는 닥다무라는 뜻이다. 한지의 원료인 닥나무를 말한다.

하지만 인쇄술이 고도로 발달한 현대에 와서 판화는 더 이상 대량인쇄용으로 사용되지는 않는다.

현대목판화는 나무판 고유의 성질을 활용한 독창적인 표현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우리와 비슷한 연원을 갖고 있는 중국에서도 목판화는 현대미술의 중요한 장르로 자리 잡고 있다.

중국의 현대 판화는 ‘아큐정전(阿Q正傳)’의 저자로 잘 알려진 루쉰(魯迅, 1881~1936)의 주도로 새 지평을 열었다.

루쉰은 판화를 인민 대중을 위한 미술 장르로 인식했다. 중국 랴오닝성(遼寧省) 선양시(瀋陽市)와 다롄시(大連市)에는 루쉰의 신판화운동을 기념해 건립된 루쉰미술학원이 있다.

중국 현대목판화 걸작품들은 울산국제목판화 페스티벌을 통해 울산시민들에게도 수차례 소개됐다.

일본은 우키요에(浮世繪)라는 독특한 목판화 전통을 지니고 있다. 우키요에는 일본의 무로마치(室町)시대부터 에도(江戶)시대 말기까지(14~19세기) 서민들 사이에서 성행했던 목판화 양식이다.

일본의 현대 목판화 거장들의 작품도 역시 울산국제목판화 페스티벌을 통해 국내에 소개됐다.

중국의 장팡, 송광즈, 장광훼이 등 거장과 일본의 고바야시 게세, 데쓰야 노다, 히로코 후루야 등 명성 있는 작가들의 작품이 이 페스티벌에 출품되면서 국제 목판화계의 시선이 울산으로 쏠리게 됐다.

페스티벌의 지평은 미국과 베트남, 폴란드에 이어 핀란드, 오스트리아, 체코, 태국으로까지 확대됐다.

그렇게 한 겹씩 나이테를 두르던 울산국제목판화 페스티벌이 올해 6회째를 맞았다.

외국 작가들이 부러워하는 것은 이 페스티벌이 목판화 단일 장르로 열리는 세계 유일의 국제 전람회이기 때문이다.

이 페스티벌은 지속적으로 발전해야 한다. 관계자들은 규모를 더 키우는 방안과 함께 공모전 형식을 도입하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 그 동안 충분히 가능성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이 페스티벌이 잘 성장하면 울산의 대표적 문화콘텐츠가 될 수도 있다. 현재로서는 세계적으로 가장 앞선 국제목판화 전람회이기 때문이다.

목판화에 대해 아직 생경하게 생각하는 시민들도 전시장을 둘러보고는 감탄을 숨기지 못한다. 독특한 목판화의 매력을 느꼈기 때문이다.

제6회 울산국제목판화 페스티벌은 오는 5일까지 울산문화예술회관 전시장에서 열린다. 이 소중한 기회를 그냥 보내지 말기를 바란다.

<강귀일 취재2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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