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되는 총리 인준 ‘흑역사’
반복되는 총리 인준 ‘흑역사’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7.05.30 2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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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인가 국무총리 자리는 독배(毒盃)였으며 인준은 그야말로 ‘잔혹사’였고 ‘흑역사’였다. 많은 총리 후보자가 인사청문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는가 하면 일부 후보자는 청문회가 열리기 전에 사퇴해야 했다. 인사청문회를 통과한 경우에도 도덕성에 타격을 입는 경우가 허다했다. 이낙연 총리 후보자의 경우에도 예상한대로 임명동의안 처리에 진통을 겪고 있다. 이번에는 총리 인준 흑역사(黑歷史)에 어떤 기록을 남길지 결과가 주목된다.

‘잔혹사’는 잔인하고 혹독한 역사를 의미하는 말이고 ‘흑역사(黑歷史)’는 검은(Black), 어둠(Dark)을 뜻하는 한자 흑(黑)에 과거의 일이라는 뜻의 한자어 역사(歷史)를 합쳐서 만들어낸 용어로 없었던 일로 해버리고 싶은, 혹은 없던 일로 된 과거의 일을 가리키며 ‘잊고 싶은 과거’로 이해하면 좋겠다.

이낙연 후보자는 과거 위장전입 사실이 드러났다. 문재인 대통령이 고위직에 위장전입 등 문제가 있는 인사를 배제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첫 인사청문회에서 발목이 잡히고 말았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반복되게 벌어지는 ‘총리 인준 흑역사’는 자업자득인 셈이다.

박근혜 정부에서는 김용준, 정홍원, 안대희, 문창극, 이완구, 황교안, 김병준 총리 후보자 등 7명 가운데 3명이 청문회 과정에서 낙마했다. 1명은 후보자로 지명됐지만 청문회를 열지도 못한 채 뜻을 접어야 했다.

이전 정권에서도 ‘총리 인사 잔혹사’는 반복됐다. 특히 정권 출범과 함께 지명된 첫 번째 총리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은 극심한 진통 끝에 가까스로 통과됐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한승수 전 총리를 후보자로 지명하고 인사청문회를 실시했었지만 한 전 총리에 대한 임명동의안은 정부 출범 이후에야 국회를 통과했다. 노무현 대통령 시절 고건 총리도, 김대중 대통령 시절 김종필 총리도 어렵게 임명동의안을 통과할 수 있었다.

대한민국의 인사청문회는 제16대 국회가 2000년 인사청문특별위원회의 구성·운영과 인사청문회의 절차·운영 등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을 규정한 법률인 <인사청문회법>을 제정함으로써 도입됐다. 이 제도는 국회의 입장에서 대통령의 인사권을 통제하는 역할을 하고, 인사권자인 정부의 입장에서는 인사권 행사를 신중하게 하는 데에 그 목적이 있다. 인사청문회에서는 공직에 지명된 사람이 자신이 맡을 공직을 수행해 나가는 데 적합한 업무능력이나 인간적 자질이 있는지 없는지를 검증한다.

그런데 2008년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는 주로 야당의원들이 공직후보자들의 흠결을 공개하면서 여론을 의식해 자진사퇴하는 사람도 생겼고 대통령이 교체하는 경우도 있었다. 지금은 그 시절의 야당이 여당이 된 셈인지라 일종의 ‘부메랑’이 된 형국이다.

하지만 흠집만 내려는 예절을 벗어난 수준 이하의 소모적·정략적 의도의 인사청문회는 여야간의 정쟁만 유발하고 임명권자에게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지도 못하므로 필요 없다는 무용론이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공정하고 철저한 인사검증을 통해 흠결이 있는 인사는 모두 자진해서 물러나든가 임명권자가 지명을 철회하여 깨끗한 사람들이 공직후보자가 되어야 한다는 반론이 등장해 논란에 불을 지핀다.

반복되는 총리 인준 ‘흑역사’가 대통령 중심제 하에서 대통령의 전횡(專橫)을 견제하는 국회의 인사청문회 제도가 정착되는 과정에서 발생한 논쟁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지만 과유불급(過猶不及)이란 생각이다.

신영조 시사경제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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