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용 블랙박스, 선택 아닌 필수!
차량용 블랙박스, 선택 아닌 필수!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7.05.28 2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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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사고 신고 중 가장 많은 것은 가해차량이 주차된 차량을 들이받은 후 아무런 조치 없이 현장을 벗어나는 일명 ‘물피(物被)도주’ 사건에 대한 신고다. 물피도주 사건은 CCTV가 없는 지역과 인적이 드문 후미진 골목길 주변에서 자주 발생한다. 만약 피해차량에 블랙박스가 없다면 가해차량을 검거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이러한 피해 경험이 있는 피해차량의 차주 대부분은 울며 겨자 먹기로 자차보험이나 자비로 차량을 수리한 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심정으로 블랙박스를 설치한다.

작년 한해 경찰청이 집계한 ‘사고후 미조치’(물피도주) 건수는 15만3천여 건이지만 피해자 신고가 없는 것까지 합친 실제피해 건수는 25만 건이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 중 가해자가 검거된 경우는 고작 10% 안팎에 불과하다. 타인의 차량에 손상을 입히고 달아났다가 붙잡혀도 대부분 보험처리로 끝나기 때문에 ‘안 걸리면 그만’이란 인식이 팽배하다.

지난해 교통안전문화연구소 설문조사에 따르면 물피사고 가해자의 30%는 사고가 난 줄 알면서도 현장에서 도주한 것으로 나타났다. 피해자는 있어도 가해자를 찾기 힘든 이유다.

만약 차량에 블랙박스가 설치되어 있었다면 어땠을까? 아마 피해자는 자신의 블랙박스 영상을 보고 가해차량의 번호판을 확인한 다음 경찰에 신고했을 것이다. 또 그 덕분에 물피사고 후에 아무 조치 없이 달아난 비양심 운전자를 쉽게 검거할 수 있었을 것이고, 피해자가 자차보험이나 자비로 자신의 차량을 수리하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블랙박스를 설치하면 생기는 또 다른 장점은 교통사고의 과실비율을 정하는 데 큰 역할을 한다는 점이다. 보통 교통사고 현장에서 가해차량 운전자들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피해차량 운전자들을 위해 보험처리를 도와주는 경향이 많다.

하지만 일부 비양심적 가해차량 운전자들은 진술번복이나 거짓진술로 피해운전자와 갈등을 일으키는 경우가 잦다. 특히 인적이 드물거나 목격자가 없고 차량에 블랙박스마저 없는 상황이라면 더욱 그렇다.

단순한 물적피해 접촉사고를 둘러싸고 사고 당사자들끼리 과실비율에 대한 의견 조율에 실패해 보험으로 처리하면 될 문제가 재판까지 가는 경우가 종종 있다. 간단하게 끝낼 문제를 재판으로 몰고 간다면 얼마나 많은 시간과 인력이 낭비되겠는가? 하지만 바로 이런 때 차량에 블랙박스가 있다면 영상으로 사고개요를 파악하고 공정한 과실비율을 정할 것이고 사건의 신속한 해결에도 적지 않은 도움을 줄 것이다.

이처럼 차량 내 블랙박스는 도로위의 각종 사고로부터 나를 변호해 줄 것이고 억울한 피해도 막아줄 것이다. 경찰관인 필자는 선량한 피해자는 적절한 보상을, 과실이 있는 운전자는 응분의 제제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자신을 보호해주는 블랙박스의 설치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분명할 것이다.

김상민 울주경찰서 생활안전계 경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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