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學)·학(鶴)·학(瘧)을 떼다
학(學)·학(鶴)·학(瘧)을 떼다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7.05.28 1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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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김 선생 축하합니다. 이제 김 선생 소원 풀었습니다. 그동안 수고 많았습니더. 지성이면 감천이라카디, 김 선생한테 한 말 같심더. 울산문화원 천막에서 고생 많았습니더. 이제 울산학춤 훨훨 날으이소.” ‘무슨 말입니까?’ “김 선생 아직까지 모르는가배.” ‘뭔데예’ “아이 참, 울산학연구센터가 생긴다니까. 김 선생 이제 고생 끝 행복 시작이라니까. 김 선생한테 연락이 아직 안 왔는가배. 김 선생을 빼고 울산학을 이야기할 수 없을 낀데, 그동안 울산학춤 알리느라고 고생한 보람이 이제 울산학연구센터로 발전했으니 얼마나 기쁜교?” 영문을 모르는 필자는 어리둥절하여 그저 ‘예 예’만을 반복했다.

2001년 울산광역시 발전 계획, 현안 연구 활동 등 울산의 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울산발전연구원’이 개원했다. 2006년 3월, 울산발전연구원은 울산지역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울산시민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울산의 역사와 사회·문화·경제·환경 등 사회과학적인 관점에서 종합적인 연구를 수행하기 위해 부설로 ‘울산학연구센터’를 개소했다. 지인이 필자를 어리둥절하게 만든 대화를 계기로 나중에 알고 보니 지인은 ‘울산학(學)연구센터’를 ‘울산학(鶴) 연구센터’로 착각하고 있었던 게 분명했다. 들리는 소리로 들으면 조류인 학(鶴)과 배움의 학(學)이 헷갈릴 수밖에 없지 않은가.

2010년 7월, 울산발전연구원 부설 울산학연구센터는 울산학(蔚山學)에 관심이 있는 시민과 지역전문가 및 유관기관과 협력체계를 구축해 울산지역 정체성 확립 분야의 현안을 논의하기 위한 ‘울산학포럼’을 만들었다. 그런데도 ‘울산학(學)포럼’을 ‘울산학(鶴)포럼’으로 착각하는 사람이 더러 있다. 필자는 현재 울산학포럼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학(鶴)은 두루미의 한자이다. 필자는 1997년 신라 ‘계변천신(戒邊天神) 설화(901년 생성)’를 바탕으로 ‘울산학춤’을 만들었다.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잘 먹는다’는 속담같이 필자는 증조부, 아버지, 필자에 이르기까지 3대째 ‘양산학춤’ 전승 가문이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학춤을 춘다고 모두가 학춤 연구자가 되는 것도 아니다. 관심이 있고 실천적 노력이 있어야 가능하다. 설령 노력과 실천을 한다고 해서 모두가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인내가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자기가 알고 있는 것만이 전부라고 생각하는 보편적 인식 속에서 대승적 차원에서 한국 학춤의 역사성을 연구한다는 것은 어쩌면 무모한 행동일지도 모른다. 필자는 한국학춤 연구의 마중물을 궁중학무에서 시작했다. 우리나라 최초의 탈 학춤인 궁중학무에 등장하는 청학과 백학 혹은 청학과 황학, 그리고 연꽃과 연꽃 속에서 나오는 동자 등을 동기로 하여 전적(典籍)을 찾고 성경린(成慶麟.1911~) 학술원 원로를 찾아 문의하면서 연구를 계속했다. 그동안 겪었던 오해, 질타, 폄하, 시기, 질투, 악플은 수도 없이 많았다.

궁중학무에 이어 민속학춤도 연구하게 됐다. 민속학춤은 궁중학무의 탈학춤과 달리 학춤의 무복을 양반의 도포(道袍)를 빌어 사용하고 있다는 점에 착안해 승려의 법복인 장삼(長衫)과 비교하여 민속학춤의 생성 배경과 전파 경로 및 변천 등을 연구했다. 그동안 연구과정에서 궁중학무, 동래학춤, 양산학춤, 사찰학춤, 울산학춤 등 5권의 연구서를 발간했다. ‘우리나라 학춤의 바탕은 불교이며, 춤의 모델은 자연적이든 인위적이든 두루미이다. 생성 주체는 승려이며, 복식은 장삼에 바탕을 두었다.’ 또한 궁중학무의 모델은 계변설화에 등장하는 쌍학이 바탕이며, 그 후 사찰학춤으로 확대, 발전됐다. 그 후 양산학춤으로 파생되고 다시 동래학춤으로 전파됐다는 것이 그동안 학무 및 학춤을 연구한 필자가 내린 잠정적 결론이다

‘학을 떼다’는 말의 본질은 학질 즉 말라리아를 낫게 한다는 말이다. 우리가 어떤 일에 질린 나머지 ‘학을 뗀다’고 말할 때의 ‘학’도 바로 말라리아를 지칭하는 말이다. 말라리아는 우리나라에서 학질 또는 학이라고 알려진 열병이다. 말라리아는 대부분 열대지역에서 발생하고, 병원체는 말라리아 원충이며, 모기가 옮긴다. 2011년 이후 중단된 말라리아 남북 공동방역사업이 6년 만에 재개될 것으로 기대된다는 보도의 중심에도 말라리아가 있다. 열병인 학질은 열이 올라 몸을 감싸도 추위를 느낀다. 학질이 오죽했으면 ‘학을 뗀다’는 말을 다 유행시켰을까. 하루걸러 고열이 나는 것이 특징이다. ‘학을 떼다’는 말이 괜히 나온 것이 아니다.

‘학을 떼다’는 표현의 또 다른 의미는 ‘괴롭고 어려운 상황에서 벗어나느라 진이 빠지거나 질리게 된다’는 것이다. 지겨운 고생을 벗어났을 때 하는 말이다. 혹은 진드기같이 ‘납작하게 달라붙는 것’을 뗐다는 의미도 있고, 곤경을 겪었다는 뜻으로도 사용된다. 혹자는 필자를 만나면 ‘학을 뗀다!’고 우스갯소리를 한다. ‘울산학춤보존회’ 초창기 때 울산문화원 천막에서 고생하던 일을 기억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기에 이 말은 반복해서 들어도 싫지가 않다.

<김성수 울산학춤보존회 명예회장, 조류생태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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