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호 칼럼] 나의 정치성향 편력을 고백합니다
[이정호 칼럼] 나의 정치성향 편력을 고백합니다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7.05.25 2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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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나 자기만의 정치 성향이 있습니다. 그것이 어떻게 형성되든 순전히 개인의 자유이며, 각자의 권한입니다. 굳이 남들에게 이야기할 필요도, 강요할 권리도 없습니다. 그런데도 선거판이 벌어지면 서로 네 생각이 그르다면서 핏대를 올리다가 정치 이야기 그만하자면서 끝을 맺곤 하지요. 각자가 가진 생각대로 하면 되지만 다수 사람들의 성향에 반할 때는 입을 다무는 것이 상책입니다. 터무니없는 주장과 비난이라고 생각해도 수적 열세가 확실할 때는 가만히 있어야 합니다. 나도 지금까지는 그렇게 해왔는데 이제는 그러지 않을 생각입니다.

여기서 내가 고백하는 정치 성향은 대통령 선거로 제한합니다. 다른 선거는 지역 내의 사람들 중에서 선택하기 때문에 다툼의 여지가 별로 없습니다. 한때 교육감 선거나 교육위원 선거 때는 좀은 치열하게 편을 거들 때도 있었지만 다 지나간 이야깁니다. 이승만 대통령이나 박정희 대통령은 둘 다 ‘도저히 그래서는 안 된다’라는 점에 분노하면서도 시대 상황을 감안하면 업적 또한 결코 가벼이 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가만히 두면 공과 과가 동시에 평가될 텐데 왜 업적을 절대시하고, 우상화하려는지 이해가 어렵습니다.

내가 직접 선거에 참여한 것은 노태우 대통령 때부터입니다. 전두환은 5.18민주화운동 희생자들을 딛고 셀프로 대통령에 올랐음에도 자신이 씻김굿의 제물이라고 하니 기가 차지만 경제성장을 이어갔다는 공적이 있습니다. 노태우 대통령은 보통사람 시대를 열겠다면서 치사하게 호박씨를 까서 실망이 컸지만 북방외교의 공적이 있습니다. 김영삼 대통령은 3당 통합할 때나 IMF를 차기 대통령에게 물려줄 때 원망을 많이 했지만 그래도 금융실명제나 하나회 척결, 군부 출신 두 전직 대통령 처벌 같은 업적을 남겼지요.

대통령의 선택 기준에 나의 정치 성향이 확실하게 드러난 때는 김대중 대통령 당선부터입니다. 이때부터 나는 또래 나이와 지역 사람들의 보통 정서와 다른 투표 성향을 가졌거든요. 이런저런 부정적 평가가 있었음에도 그의 뛰어난 정치 역량과 부단한 노력이 돋보였고, 정치적 피해자의 모습이 무척 안타까웠습니다. 호남인들의 한을 풀어주어야 한다는 생각도 많이 작용했습니다. 측근이나 아들의 비리 연루에는 실망했지만 구제금융 조기 졸업이나 한반도 평화 공존 가능성, 민주주의 성장 등에 박수를 보냈지요.

노무현 대통령에 대해서는 강한 애정을 갖고 있습니다. 청문회에서 보여준 기백, 3당 합당 합류 거부, 지역주의에 대한 도전과 실패, 약자에 대한 측은지심 때문에 그를 성원하고 노사모에도 가입했습니다. 그의 정치에 대한 남다른 신념은 존중받기보다 무시를 넘어 조롱을 당했습니다. 야당이 돼먹지 않은 이유로 탄핵을 시도할 때 나는 분노했습니다. 수권 집단의 역량 부족도 이유가 되겠지만 대통령 까대기에 혈안이 되었던 언론, 첫술 밥에 배를 채우려던 진보세력의 욕심이 노 대통령의 성과를 축소시켰고, 실패를 과장시켰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실패를 예견한 몇 가지가 있었습니다. 선거 때 불거진 BBK 사건, 경부운하 프로젝트, 한미 FTA 소고기 협상 일괄타결이 그것입니다. 이후 4대강 후유증, 자원외교 실패 등이 이어졌습니다. 은퇴한 대통령이 귀향하여 인기가 치솟자 산 권력이 죽은 권력을 음해하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대통령 기록물 사본을 두고 능욕을 주더니 기어이 박연차 회장의 입을 열게 하여 노 대통령을 사지로 몰아넣었습니다. 자존심에 상처를 입은 그는 모든 것을 운명이라 여기고 이승을 떠났습니다. 이때 이명박 대통령이 정말 미웠고, 지금도 그렇습니다.

박근혜 대통령 이야기는 차마 다 말을 못하겠습니다. 무능도 어찌 이런 무능이 있으며, 이 어찌 실망하지 않으리오. 세월호 사건에서 보여준 국가의 역할, 백남기 농민의 죽음을 대하는 정부의 태도, 개성공단 기습 폐쇄, 미중 외교에서 잃어버린 균형추, 말도 안 되는 위안부 협상과 국정교과서……. 이러면서도 종북 좌파라는 말을 지겹게도 해댔고, 국민들과 싸우기만 했습니다. 촛불이 활활 타오르자 허상을 쫓던 권력이 초라하게 무너져 내리고, 장미 대선이 대한민국의 명운을 짊어질 문재인 대통령을 뽑았습니다.

촛불을 들었던 깨어있는 시민들 덕분입니다. 신념은 위대했지만 실패가 많았던 노무현 대통령의 전철을 밟지 않을 것입니다. 아니 새 대통령은 역대 모든 대통령을 뛰어넘을 것입니다. 대한민국 앞을 가로막고 있는 험악한 몰골의 난제들을 통합과 소통의 리더십으로 기필코 풀어낼 것입니다. ‘이게 나라냐’고 절규하던 촛불에게 종북 좌파 딱지를 덧씌우던 세력들이 사라지게 할 것입니다. 다수 국민들의 간절함이 총합된 새 대통령이 국민만 보고 앞으로 뚜벅뚜벅 나아가면 난제는 풀릴 것이고, 성공의 문은 마침내 열릴 것입니다.

<이정호 수필가, 전 울산교육과학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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